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강승환님은 제가 볼 땐 판타지계의 설봉입니다.
그 이유는... 재생 이후의 글은
근본적으로 플롯이 완벽하게 잡힌 상태로 진행이 되지 않는다는 걸
확신했기 때문이며(열왕대전기 용두사미를 봐도 그렇고)
지나친 설명조에 여자관계 복잡하면서 이리 재고, 저리 재면서
활동하는 주인공의 패턴이 설봉의 그것과 굉장히 유사합니다.
설봉님의 스타일은 재료를 준비하고 설정을 끝마치면
모든 것이 오토매틱으로 살아서 움직인다는 겁니다.
작가개입이 극도로 억제되죠. 왜냐면 작가도 억지설정을 손을 댈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대략적인 플롯은 있어도 그것이 100% 지켜질 수가 없습니다.
저는 세계의 왕을 보면서 강승환님도 설봉님과 비슷한 글쓰기를 하고 계신 것으로
파악합니다.
주제의식의 큰 틀은 있지만 나머지는 강제성이 매우 약해 보입니다.
작가님이 상정한 개연성의 틀 안에서 이야기가 좌충우돌 이어나가겠죠.
이런 스타일은 정말 명작이 나오든지, 아니면 평작이하의 글만 나옵니다.
다행이 저는 설봉님 스타일도 많이 좋아하지만
일관적인 완성도라는 함정이 있기에 추후 강승환님의 커리어가 어떻게 관리될지
우려스러운 측면도 있습니다. 재생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묵직한 작품이 없는 현실이니
말입니다.
8권은 아직 읽지 않았습니다.
작가님과 친분도 없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님이라서 저의 개인적인 생각을 적어봅니다.
열왕대전기의 경우에는 대전기라는 이름이 붙어있지요. 그렇기 때문에 많은분들이 비판하는 스토리가 산으로 갔다는 부분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간단한 예로 삼국지연희를 들 수 있습니다.
삼국지연희는 소설입니다. 유비가 주인공이지요. 초반에는 유비를 중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하지만 후에 세력이 만들어지고 세계관이 커지면서 유비의 존재감은 점점 줄어듭니다. 그 대신 그시대의 중요한 다른 사람들이 중점적으로 한번씩 등장하게 됩니다. 이건 어쩔 수 없습니다. 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해선 충분한 개연성과 복선이 필요한데 이들이 등장하지 않는다면 너무나 뜬금없기 때문이지요.
뭐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열왕은 실패한 작품이 맞다고 봅니다. 주인공을 보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장르 소설의 특징을 완전히 벗어나버린 후반 이야기 진행은 당연하지만 재미와는 점점 거리가 멀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니까요. 그래서 작가님도 빠르게 글을 마무리 하신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마지막권이 다가올수록 강해지더군요.
뭐 그런 실수를 하셨기 때문인지, 이번 작품은 세계의 왕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 개인의 성장을 중점으로 쓰시는 듯 하더군요. 아마 재생과 마찬가지로 마지막까지 개인의 성장과정이 그려지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전 재생도 책으로 나온것보단 예전 작가님이 인터넷 연재를 하면서 막나간 글이 더 좋았습니다. 뭔가 호쾌 했었거든요. 하지만 책으로 나온 모든 작품이 전반적으로 절제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작품성이라는 부분에선 더욱 뛰어나 졌을진 모르지만 시원함은 좀 줄어든게 아닌가 싶더군요. 그런 의미에서 신왕기였나? 두번째 작품 2부는 언제 나올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6권 사놓고 감옥 탈출 이후가 궁금한데 .. 아쉬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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