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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루님, 말이 쉽습니다. 한 번 해보시겠습니까? 원작이 있다는 것은 오히려 어떨 때에는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좋은 예로 반지의 제왕이나 나니아 연대기 등이 있겠지요. 반응이 어땠습니까? 뜨거웠죠. 원작의 느낌을 잘 살렸다. 아니다, 도저히 못봐주겠다. 등등.
없는 것을 새로이 만드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기존의 것을 다른 장르에 맞게 변환하여 적용하는 것 또한 만만치 않게 어려운 일이랍니다.
결코 ‘생각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죠. : D
더군다나 이석진 님은 스스로가 더 송 오브 더 링이라는 원작 소설을 설정했기에, 분명 그에 따른 소스가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도 글 곳곳에서 원작 소설로 등장하는 그것의 흔적이 뭍어납니다.
물론 그만큼의 노력을 했기에, 글이 재밌는 것일 테지만.
그러니까, 고추장국님. 그게 무성의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니까. 그럼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나니아 연대기 영화화 된 것도 다 무성의한 것인가요?
텍스트를 이미지화 하는 일은 매우 아주 무척 어렵습니다. 이유는 텍스트의 특성 때문이죠. 텍스트는 이미지가 아니기 때문에, 읽는 이마다 각기 다른 이미지를 스스로 구상하게 됩니다.
애초에 텍스트가 아닌, 이미지물로 구성된 드라마조차도 호불호가 갈리는 판입니다. 텍스트가 히트나서 영화화된 작품들 제작 과정 보셨나요? 최대한 원작의 느낌을 살리려 노력합니다.(다른 시각에서 본 것이 아니라면) 대체 얼마나 어려웠을까요? 또 그것이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낸 가상현실게임이라면, 그건 또 얼마나 어려웠을까요? 아마 작은 티 테이블 하나마저 최대한 원작 소설에 맞게 만들기 위해 엄청나게 책을 읽고 고심했을테죠.
결단코 무성의해서가 아닙니다. 그리고 무성의해서는 될 일도 아니고.
텍스트를 비쥬얼로 옮겼을 때의 어려움은 알고 있습니다.
창조보다 창조에 가까운 모방이 어느 의미에서는
수십배는 더 어렵다는 건 이미 알고 있습니다.
한 때 디자인쪽에 일해서 이에 대해서는 이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는"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제가 이런 말을 하는 건 제가 말한 무성의함이
텍스트를 비쥬얼로 옮겼을 때를 말하는게 아니라는 겁니다.
제가 아마 '아이언 우드'는 2권만 읽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주인공 일행 중 한 명이 그 원작 소설을 가지고 있고
주인공인가 다른 누군가가 그게 원작인 줄 알고 그 내용을 분석해서
게임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 지 짐작하는 장면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니면 제가 앞서가서 그리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무성의하다고 표현한 것은 이 부분입니다.
D&D에는 룰북이라는게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현실로 따지자면 법전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송 오브 더 링"이라는 소설이 이런 룰북과 같은 것일까요?
아니라고 봅니다. 전기라고 보는 것이 옳겠죠.
문제는 그 게임이 전기의 스토리라인을 그대로 따르는 것처럼 보인다는 겁니다.
리셋라이프, 천룡전기 등등의 환생물과 대체역사물에서 보듯이
이러저러했다더라다는 식의 "정보"가 아니라
이러저러했다는 식의 "사실"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는 잘 아시리라고 봅니다.
물론 게임이니만큼 게임 밖에서의 커뮤니티가 있으니
정보가 사실임을 확인하는 과정의 시간차에 확연히 줄겠지만
확신하여 미리 안다는 건 정말 굉장한 힘입니다.
아이언 우드 1권을 안 읽어서 모르겠지만
대부분 묘사하는 미래세계 가상현실게임의 화폐의 현물화를 생각하면 그건 정말로 아티팩트급의 아이템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말하는 무성의함이란 게임 내의 밸런스를 송두리채 무너트릴 수 있는 그런 아티팩트의 존재가능성에 대해 무성의하게 대처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영화나 드라마를 예로 드셨는데...관점이 틀립니다.
비교대상도 되지않습니다. 물론 이건 제 말을 오해하셔서 그런 예를 드신거겠지만 그런 것(영화나 드라마로 계속 쓰기엔 길어서 줄입니다.)들과 게임은 틀립니다.
어느 것을 폄하하거나 띄우려는 것이 아니라 그런 것들은 그야말로 텍스트를 비쥬얼로 보여주는데 목적이 있는 겁니다. 하지만 게임은 그 세계관 안에서 살게 해주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특히나 미래의 가상현실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장 무성의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과연 "그 소설과 그 게임의 내용이 같을 필요가 있었나" 하는겁니다. 세계관이야 같아야겠죠. 원작소설을 모티브로 한 것이니 하지만 그 스토리라인마저도 같아야 했을까요. 그것도 원작소설을 분석하면 뻔히 알 수 있는, 그래서 남보다 더 쉽게 귀중한 무엇인가를 얻을 수 있는...
덧. 2권만 읽었습니다ㅡㅡ;; 그래서 정확한 정보는 알 수가 없지만 2권만을 보았을 때 제가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었습니다. 전 권을 다 읽었다면 해랑님과 같은 생각을 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 의미였다면 일단은 사과드리겠습니다.
사실 저도 1, 2권은 모두 읽었지만, 세세한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네요. 솔직히 그러한 부분이 있었는지도 모르겠고.
다만 신기루님께서 한가지만큼은 잊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아무리 기본 설정에 충실했다 하더라도, 그것을 즐기고 풀어나가는 이는 살아있는 사람, 즉 PC입니다. 생각지도 못한 사건들이 튀어나와 흐름을 원작과 전혀 다르게 이끌어나갈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완벽에 가까운 자유도란, 그만큼의 돌발성을 내포하고 있으니 원작이 길잡이로서의 도움이 될 지언정, 절대적인 예언서의 역할은 할 수 없을 것이란 제 개인적 견해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러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하나만 있다고 장담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누군가 그런 생각을 했다면, 다른 어느 곳에서 또 다른 누군가가 같은 생각을 하며 계획을 짜겠죠.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미 널리 알려진 계획은 ‘비전’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합니다. 흔한 것을 귀하다고 하지는 않듯이. 고로 그리 심각하게 문제화 될 것 같지는 않네요.
리셋이나 천룡전기는 ‘소수의’ 사람들만이 비밀을 알고 있었으니까, 상황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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