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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3 nion
작성
13.10.16 23:15
조회
6,323

제목 : 무사 현대를 살다
작가  : 아칸
출판사 : 루트미디어

 

*편의상 존칭 생략합니다.

 

결론부터 말해서 이 작품은 전형적인 마공서의 테크트리를 타고 있다.

 

초반부분 개연성 없는 주인공의 행동 및 억지 설정.

절대 고수 주인공이 조폭 좀 만져주며 깽판 부리는 현대물.

70년대 만화 수준에나 볼 것 같은 유치한 이벤트.

하향평준화 된 양산물에 단련된 나 역시 3권을 보는 것이 꽤나 고통스러웠다.

 

왜 3권이냐면 한꺼번에 3권을 대여했기 때문이다.

그냥 아무 생각이 없이 즉홍적으로, 생전 근처에도 가지 않았던 마공서 스멜의 제목을 선택했는데, 지금도 무슨 생각이었는지...

나 역시 그렇지만, 장르 소설을 최소 10년, 20년을 본 독자들에게

근래의 뿌리 없는 현대물들을 정독하는 것은 이만저만한 고문이 아니다.

마치 물 속에서 숨이 막힌 것처럼, 미칠 것 같은 답답함, 정식적 피로, 짜증,

물론 중간에 포기하면 된다. 책을 집어 던지면 된다.

다만 이 작품의 경우, 당시 느슨했던 마음, 관대한 심정, 돈 아까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 결국 끝까지 책을 완독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이 작가에게 가능성을 봤고, 추천글까지 쓰게 된 것이다.

 

 

 

일단 온갖 ’망‘삘 나는 설정, 대략 일만번 쯤은 우려졌을법한 현대물 설정은

도를 닦는 심정으로 훌훌 넘겨보자.

그냥 주인공은 고구려때로 타임슬립해서 절대무술을 익힌 후 두 자녀와 함께 현대로 귀환한 먼치킨이라는 정도만 기억하면 된다.

 

핵심은 사이코패스 범죄자인 창민과 주인공의 대립구도이다.

창민은 엘리트코스를 밟은 의사로서 사람을 죽이는 것을 즐기는 인물이다.

다만 사회적 지위와 현실을 유지하기 위해, 그 대상을 악질 범죄자로 국한한다.

미드의 덱스터와 유사한 인물이다.

 

고지식한 사고관의 주인공은 창민의 살인을 범죄로 규정한다.

비록 그 대상이 죽어 마땅한 범죄자이지만, 개인이 법의 심판을 대신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구태의연한 몇 번의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예고 살인, 그걸 막으려는 주인공, 그 와중에 대한민국의 온갖 부패한 모습들과 기업, 경찰, 학교 등에 만연한 사회적 비리들(역시 현대물에서 천번쯤 우려먹은..)이 드러나고 주인공은 자신의 도덕관에 회의를 느끼고 갈등한다.

사실 여기까지가 책의 내용 전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내용상으로는 더이상 새로운게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이 중반쯤 넘어가면 분위기가 매우 편안해진다.

이걸 뭐라 표현할지 참 애매하다.

조폭, 경찰, 학교 비리들 한번씩 나오고, 작가가 더 이상 소재에서 힘을 주지 않기 시작하면서, 템포가 살짝 느려진다.

그러면서 개인의 선악과 갈등 부분의 묘사에 있어서 여유가 있다 해야 하나..

좀 더 진중한 접근을 하게 되는데, 어쩌면 작가 스스로 4~5권에 이르러서야 자신의 캐릭터에 적응한 결과일 수도 있고, 하여튼 앞부분 보다는 인위적인(장르적인 / 가식적인) 묘사에서 벗어나 공감이 가는 캐릭터를 만들기 시작한다.

캐릭터 묘사가 입체적이 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물론 여기까지 오는 과정들이 꽤나 견디기 힘들었다.

1000 페이지가 넘게 한 세계를 묘사하다 보면 당연히 그럭저럭 볼만해지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다들 알고 있듯이...

요즘의 장르문학 하향평준화는 그런 사례조차 찾기가 힘들 정도로 처참한 게 현실이다.

그런 현실 속에서, 제대로 캐릭터를 잡을 수 있게 되는 신인 작가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는 심정은 뭐랄까.. 진흙 속에서도 꽃은 계속~ 계속~ 피는구나~ 이런 심정?

하여튼 첫인상과는 달리 작가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만족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작가 본인은 정신없이 달리다보니 잘 모를 수도 있었겠지만, 오래된 독자가 보기에는 분명 작품을 만들던 중에 시야가 달라졌음이 보인다.

부디 후속작에서도 이 감각을 놓치지말고 계속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랄 뿐이다.

 

 

 

*글을 모두 봤다면 알겠지만.. 제목에 표현한 ‘내공’이란 의미는 한마디로..

’가능성만 보고 마공서를 견딜 수 있는 능력‘을 지칭한다. 오해 없기를...


Comment ' 8

  • 작성자
    Lv.66 크크크크
    작성일
    13.10.16 23:45
    No. 1

    진짭니까... 저 이거 1권보다가 반납했는데 정말 믿어도 됩니까? 나아지는 거 맞나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 nion
    작성일
    13.10.17 00:26
    No. 2

    일단 두가지 부분에 있어서 본문의 부연을 하겠습니다. 선택은 본인의 몫이죠~

    첫째로 다루는 주제가 만만찮다는 겁니다.
    설정, 필력 이런 것을 떠나서 절대자의 도덕을 다루는 문제는 대부분 중2병 환자들의 망상 환타지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현실성을 선택한 이는 결국 말초적인 쾌감에 몰입하고, 구태의연한 도덕을 선택한 이는 책속의 도덕을 앵무새처럼 옮기는 경우가 많아요.
    얼마나 '중도'를 잘 표현하는가의 문제는 작가의 '킬러본능(?)'에 속한 문제기 때문에
    중견작가들도 기피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걸 잘 표현하면 감각이 있다는 소리에요.
    비록 작가가 지금은 전형적인 설정에 스스로 갇혀서 휘둘리는 경향이 있지만,
    이것만 잘 깨고 나오면 진짜 '작가'스러운 작가가 될만한 끼가 보인다는 것입니다.

    두번째로 한 캐릭터를 통해 다른 캐릭터를 묘사하는 '입체적 묘사'가
    후반으로 갈수록 능숙해진다는 점입니다.
    물론 능숙한 중견작가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
    다만 작가 스스로 굳어 있는 관점을 인지하고 변화를 주려고 시도하는 것이 보입니다.

    초반에 보이는 문제점들은 후반에도 간혹 나타납니다.
    여전히 전형적인 설정과 상황들에서 벗어나진 못했어요.
    그래서 믿어도 되냐는 질문에는 장담을 못하겠네요.
    그냥 성장하고 변화하는 모습이 보여서 끝내 완독을 하게 만들었다는 점
    하나만 답변드릴 수 있겠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5 칠월오일
    작성일
    13.10.17 12:19
    No. 3

    좋은 감상글이네요. 대체적으로 공감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 위밍업
    작성일
    13.10.18 12:09
    No. 4

    더 나아질 후속작을 위해서 현재의 지뢰작을 읽어 달라는 건가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 nion
    작성일
    13.10.18 21:48
    No. 5

    음... 아직 '가능성'만으로 장르책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막장이 아니신 분이라면 안 보셔도 됩니다.
    민감한 10 대만 지뢰작을 찾지는 않아요.
    자극이 필요해서... 명작을 봐도 지뢰작을 봐도 도찐개찐으로 볼 정도로 무감각해져서 지뢰작 찾는 중년팬들도 생각보다 제법 됩니다.
    지뢰작 중에서 '가능성' 을 찾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오락인 것이죠.

    그런 분들 보시라는 거에요.
    제 글을 이해하신 분이라면 충분히 추천으로 받아들이셨을 겁니다.
    본인이 해당사항 없으시면(이해 못하시면) 안 보시면 되는 것이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7 IlIIIIIl..
    작성일
    13.10.18 14:27
    No. 6

    그래서... 빡쳐서.... 스캔본이 올라온 거구나.... 복수의 의미인건가 ㄷㄷㄷ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6 몰과내
    작성일
    13.10.21 19:30
    No. 7

    초반보다 뒤가 조금 나은 건 맞습니다. 그러나 초반 * 열배, 혹은 백배 아니고 '지뢰인줄 알았는데 어설픈 함정정도?' 라고나 할까요?

    함정이지만 나름 웃으며 빠져나올수 있는 함정 되겠습니다.

    전 섬에서 있었던 에피소드가 다른 의미로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에피소드가 가장 마음에 들더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탈퇴계정]
    작성일
    13.11.06 09:47
    No. 8

    깽판물과 다른느낌(?) 힘을 가진 주인공의 현실적응기
    어째든 다른 현대물과 다르게 고뇌하는 주인공이 신선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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