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감상

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잃어버린 이름 2부 은빛 어비스.

작성자
Lv.74 수달2
작성
10.09.04 12:20
조회
1,722

작가명 : 카이첼

작품명 : 은빛 어비스

출판사 :

잃어버린 이름 2부 은빛 어비스.

배경은 어비스. 지옥이다.

이곳에서 악마들은 인간을 사육한다. 인간으로부터 발생하는 사념을 집적하여 ‘사념석’이라는 에너지결정체를 만들어낸다. 위버가 있는 곳은 ‘농장’이라는 이름의 마을이다. 이 마을에는 신뢰가 없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모두가 평등하다. 제한 없는 욕망을 품고 추구할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한에서.

기본적인 생존 자체가 열악한 여건 속에서 즉각적으로 권력을 갖는 자들은, 협력을 거부하고 배신을 일삼는 이들이다. 모두가 배불리 먹을 수 없는 상황에서 가장 쉽게 배를 채울 수 있는 방법은, 다 같이 나누기로 한 협약을 가장 먼저 깨는 것이다. 협력을 통해 배신자를 처벌할 수 있는 힘과 권위를 확립하기 위해 근본적으로 요청되는 것은 ‘(배신자의 입장)배신해서 얻을 수 있는 물질적 보상이 그 삶의 풍요에 있어 크리티컬하지 않을 것 - (배신당한 입장)배신당했을 경우 그로 인한 손실이 삶을 결정지을 만큼 크지 않을 것’ 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가 성립하고 안정적으로 운행되기 위해서는 대체로 오랜 시간이 필요하며, 모두를 충분히 배불리 먹일 수 있을 만큼의 생산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은빛 어비스의 농장처럼 배신자를 처벌할 수 있는 공동체의 권위와 힘이 결여되어 있는 겅우, 배신과 사기를 통해 축적한 힘이 그 배신자를 살찌우고, 더욱 강력해진 배신자는 가장 위에서 군림하며 다른 이들을 쥐어짠다. 농장의 경우와 같이 배신을 종용하는 초월적 힘(악마)이 전체 구조를 손에 쥐고 흔들 경우 배신의 만연은 가속화된다.

주인공 위버는 이 배신의 흐름을 ‘일시적으로’ 끊어낼 수 있다. 기억을 잃었지만, 그에게는 강대한 힘이 있고, 그 힘은 어비스를 찬란한 은빛으로 물들일 수 있을 만큼 대단한 것이다. 그 힘으로 그는 농장에 가끔씩 찾아오는 악마를 제거할 수 있고, 농장에서 군림하는 악마의 하수인을 짓밟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말 그대로 ‘일시적일’ 뿐이다. 더 강력한 악마가 찾아올 것이고 이는 악마의 정점 세 악마대공을 없앨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마을 사람들이다. 서로를 믿지 않고 배신하는 것이 삶을 살아가는 일상적 태도였던 마을 사람들은, 그들을 찍어 눌렀던 절대권력이 영웅적인 타자에 의해 제거되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그 자신이 새로운 권력자가 되기 위해 발버둥칠 것이다. 그들에게 승리하는 것은 욕망이다, 라는 명제는 오랜 삶의 경험을 통해 진리가 되었으니까. 이것은 악마를 쳐내고, 악마의 하수인을 쳐내는 것으로는 극복불가능한 것이다.

그들 사이에 신뢰가 싹트고, 협력하는 경험을 겪어가고, 그것으로 스스로를 더 아름다운 존재로 거듭나게 하고, 그 아름다움에 눈물지어본 경험이 없으면, ‘농장’의 배신의 고리는 결코 끊어지지 않는다.

영웅은 사람들을 구원하지 못한다. 영웅이 할 수 있는 일은 다만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 뿐이다. 그래서 영웅의 운명은 근본적으로 부조리하다. 악조건 속에서 필요에 따라 탄생한 영웅은 다시 필요에 의해 사라져야만 한다.

농장의 사람들은,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마을’을 만들어나가기 위해서, 그 동안 살아오며 견지했던 그들 자신의 태도와 대결해야만 한다. 그들의 진정한 적은 그들 자신이다.

그리고 위버는 이미 그것을 알고 있다. 그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은빛 어비스에 주목하는 것은 바로 이 지난한 문제해결을 어떻게 해낼 것인가에 대해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Comment ' 1

  • 작성자
    절망했....
    작성일
    10.09.04 13:11
    No. 1

    기대하고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감상란 게시판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24138 판타지 일곱번째기사 - 그 환상에서 나왔다고 믿어... +8 qkrgygns 10.09.07 3,883 1
24137 무협 신마협도 9권을 읽고 +36 Lv.9 뽀글마녀 10.09.07 4,851 5
24136 판타지 신디케이트를 읽고. +2 Lv.1 [탈퇴계정] 10.09.07 1,291 0
24135 판타지 마르쿠스 칼렌베르크를 읽고. +6 Lv.1 [탈퇴계정] 10.09.07 2,375 3
24134 무협 살수 - 전작의 필력이 이어진 작품 +2 qkrgygns 10.09.07 2,762 2
24133 기타장르 초인동맹에 어서오세요 8 +6 Lv.31 .sdsfa 10.09.06 2,592 1
24132 게임 아크를읽고 +4 Lv.99 5hasa 10.09.06 1,664 0
24131 게임 로그위저드...미칠듯한 설정.. +11 qkrgygns 10.09.06 3,980 1
24130 판타지 신성괴의 나름 나쁘지 않은??? +13 qkrgygns 10.09.06 2,840 0
24129 무협 문주 그 호불호가 분명한... +1 qkrgygns 10.09.06 2,304 0
24128 게임 힐러의 로망 1-2 감상 (스포약간) +11 Lv.67 구킵쿠키 10.09.06 2,486 0
24127 무협 정말 살짝 아쉬운 화선무적 +8 Lv.80 OtsukaAi 10.09.06 3,009 0
24126 판타지 만수이계출근기를 읽고. +2 Lv.1 [탈퇴계정] 10.09.05 2,065 0
24125 무협 왜? 독종무쌍 재밌는데? +17 Personacon 유주 10.09.05 3,327 0
24124 일반 뱀파이어 연대기 +5 qkrgygns 10.09.05 1,578 1
24123 판타지 골든메이지...그 미칠듯한...단순함.. +14 qkrgygns 10.09.05 3,581 0
24122 무협 풍소천 전기 +1 Lv.15 저녁햇살 10.09.05 2,170 1
24121 판타지 기사 아이단과 비밀의 문 +1 Lv.1 엘파란 10.09.05 1,204 1
24120 판타지 생필품의 달인을 읽고. +8 Lv.1 [탈퇴계정] 10.09.05 3,016 2
24119 판타지 헬릭스 완결을 읽고 +15 Lv.1 心魔 10.09.05 3,921 0
24118 무협 화마경 1권을 보고.. +7 Lv.50 흘러간다 10.09.05 2,846 2
24117 판타지 왕은 웃었다, 기대를 품고서. +9 Lv.17 나니아 10.09.04 2,912 2
24116 일반 쾌도난담 삼국지 죽이기 +2 qkrgygns 10.09.04 1,929 0
24115 판타지 악법도 법이다. 그런데..삼천포는 악이다. +4 qkrgygns 10.09.04 1,792 0
24114 판타지 자유요새 6권을 읽고 +2 Lv.15 산양 10.09.04 2,172 1
» 판타지 잃어버린 이름 2부 은빛 어비스. +1 Lv.74 수달2 10.09.04 1,723 4
24112 판타지 왕은 웃었다. +9 Lv.8 목련과수련 10.09.04 3,658 15
24111 게임 무한의 강화사를 보고 +11 Lv.79 연체동물 10.09.04 2,840 0
24110 무협 풍종호 작가의 재간 가능성 작품 +12 Lv.1 고추장국 10.09.04 4,687 4
24109 판타지 몬스터 헌터(1 - 3)를 읽고 +4 Personacon 유주 10.09.03 1,838 0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