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재미삼아 찌끄려 봅니다.
1. 우선 단말 쪽에서 시작해 보겠습니다.
가상현실게임들이 “뇌파 접속“ 이라는 요상한 방법을 쓰고 있는데, 예전 박람회에서 뇌파를 읽어서 모형 자동차를 앞뒤로 움직이는 걸 본 적 있습니다. 하지만 복잡한 운동을 읽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 현재 시점에서는 기술이라기보다는 마법이라고 해야 할 겁니다. 아니면 시점이 100년쯤 뒤거나. 현실성을 가지려면 아래 말씀하신 것처럼 감각을 속이는 방식이 되어야 합니다.
시각 – 이건 대충 되겠죠. 3D 영화관 발전시켰다고 생각하면 뭐..
그래픽 연산 능력 – 단말기 가격 상승의 주된 요인. 가상현실게임에 쓴 물리엔진+그래픽카드 세트만 팔아도 3대는 놀고 먹을 것 같습니다.
청각, 촉각, 후각 – 어떻게든 할 수 있겠네요.
미각 – 답 없음
평형감각 - 우주비행사 훈련장치 같은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뱅글뱅글 도는 거 있죠? 실제로는 제자리에서 허우적대는데 날고 뛰는 느낌을 줘야 하니까요.
운동감각 – 두 가지 일을 해야 합니다. 저항과 센싱. 우선 동작에 따라서, 예를 들면 땅을 박차거나 했을 때 적당한 저항을 줘서 감각을 속입니다. 그리고 사용자의 움직임을 읽어서 서버로 보냅니다. 캐릭터를 움직여야 하니까요. 장치는 최소한 팔 다리를 감싸는 형태여야 합니다. 이족보행 동물의 운동이 얼마나 정교한지는 방송에 가끔 나오니 난이도야 말할 것도 없습니다.
동기화 – 위의 가짜 감각 시스템들을 오차가 안 생기게 맞춰야 합니다. 사용자가 위화감을 느껴선 안 되겠죠?
2. 다음으로 인프라.
수십만명이 한 자리에 접속하는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보통 게임은 레이드 뛰면 렉 걸리죠. 하지만 소설 속 게임 서버의 처리능력은 거의 초월적이라서, 수 억 명이 접속해도 아무 문제 없습니다.
하지만 통신망은 그대로죠. 서버 컴퓨터가 아무리 잘나 봤자, 그 방대한 데이터를 신뢰성 있게 전송할 통신망이 없으면 무용지물. 예를 들면 500만원짜리 컴퓨터에 HDD만 10년 전 거로 달면 50만원 성능도 내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가상현실게임을 돌리려면 통신 기술이 최소 2세대 정도는 진화해야 할 것이고, 그나마 쾌적하게 즐기려면 한국 일본처럼 작은 나라에서나 제대로 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도 세계적으로 보면 인터넷 팡팡 터지는 데는 거의 없잖아요? 그러니 수억명 접속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개뻥이죠.
3. 게임 서버와 인공지능.
하드웨어적으로는 돈 팍팍 들이면 될 것 같습니다. 구글을 생각해보면 되죠.
인공지능은 어... 음. 그냥 SF입니다. 그래도 흔한 거니까 이건 그냥 가정하죠. 게임 내에서 신적인 인공지능이 있다고.
사견이지만, 영화에 나오는 그런 인공지능이 나오려면 지금 기술을 아무리 발전시켜도 힘듭니다. 컴퓨터공학이 뉴턴이나 아인슈타인 수준으로 근본적으로 뒤집어엎어져야 가능해요. 하드웨어적으로나 소프트웨어적으로나.
4. 컨텐츠와 NPC.
가상현실게임의 컨텐츠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무지막지하죠. 유저 하나, 파티 하나를 위해 맵 하나를 통째로 만들고는 하는데 대단한 장인정신을 보여줍니다. 그 디테일과 완성도를 보면 한명이 하루에 NPC 하나 세팅하면 대단한 업무량일 겁니다. 어쨌든 전 세계의 게임 개발자를 끌여들여서 갈아넣으면 될지도 모르죠.
신적인 인공지능을 가정한다면 간단히 인공지능을 복제한 유사-인격들을 붙여넣으면 됩니다.
여기까지, 필요한 기술/학문들을 제가 아는 수준에서 대충 나열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대부분 현재 수준에서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지만, 일이십년 정도 발전하면 가능할 거 같기도 해요.
- 신경의학, 운동 연구, 증강 현실, 인공지능, 3D그래픽 처리, 임베디드 시스템 개발, 센서, 로봇 공학, 네트워킹, 게임 개발 등등
5. 마지막으로 돈.
십수 가지 기술 분야를 각각 20년 정도 발전시켜서 집대성합니다.
전 세계의 게임 개발자를 모아서 개같이 부려먹습니다. 아니 처음부터 육성하는 게 차라리 나을 지도. 그런 면에서 대한민국은 가능성이 있군요.
그리고 전 세계에 차차세대 통신망을 보급합니다. 구석구석.
그러니 레오나드로 다 빈치가 환생해서 삼성같은 글로벌 그룹의 절대 권력 회장을 먹은 다음 회사 통째로 말아먹겠다는 생각으로 20년쯤 투자하면 개발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소설 속에 나오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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