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때쯤 아빠 회사 기숙사에서 온가족이 같이 살았습니다. 회사에는 아버지 연세의 아저씨들이 많았는데 저를 많이 귀여워해주셨어요. 어느날 그 중 한 아저씨가 저를 부르더니 작고 누렇고 까만 강아지를 보여주며 저한테 니가 이름도 지어주고 밥도 주고 잘 키워보라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새끼는 싸이코패스가 분명해요. 키워서 잡아먹을 강아지를 데려와선 저한테 돌보라고 주다니... 전 신이 났고 강아지에게 멍구라는 이름을 지어주었고 멍구는 회사 식당 옆에 집이 생겼고 밥도 주고 학교갔다 돌아오면 넓은 회사 부지 내 마당을 뛰어다니며 함께 놀았어요. 멍구는 정말 빨리 자랐습니다. 작고 작았던 강아지가 어느새 네발로 서 있으면 머리가 내 허리에 닿을 만큼이요.어느날 학교에서 돌아왔는데 엄마가 정말 이상한 표정으로
"아저씨들이... 복날이라고... 멍구를..." 이라고 말했어요.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충격. 처음엔 아무말도 못하다가 회사 식당 옆에 커다란 칼과 도마가 놓여져 있는 걸 봤고 비명을 지르다가 동생과 함께 쓰는 방에 들어가서 문을 잠그고 몇시간을 울었어요. 엄마는 처음에는 달래다가 나중에는 제가 너무 우니까 화를 내셨던 기억이 납니다.멍구를 죽여서 먹은 회사아저씨들 중에 분명 내 아버지도 있었을 것이 틀림없음에 더 괴로웠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한동안 괴로워했고 그게 트라우마가 되어서 저는 개고기를 먹지 않았어요. 하지만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개인적인 취향으로 개고기를 먹지 않는 것일 뿐, 개고기를 먹는 사람들에 대해서 혐오감을 가진 적도 없고 개고기를 먹지 말아야 한다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어요. 아무튼... 그렇게 성인이 되고 이십대 초반 무렵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는데 어느 복날 점심시간, 사장님은 물건을 사러 저를 데리고 나갔다가 복날이니 특식을 해먹자며 시장에서 손질된 개고기를 사셨어요. 사장님은 좋은 분이었고, 주방 이모는 내가 개고기는 조리해본적이 없는데... 하고 걱정하시며 육개장 느낌이 나는 탕을 끓이셨어요. 내 몫의 개고기탕을 앞에 두고 물론 제일 먼저 멍구 생각이 났어요. 하지만 사장님께서 특별히 직원들을 생각해서 준비해주신 음식이고 내가 개고기 자체에 혐오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인생 첫 개고기를 맛보기로 결심했어요. 그런데... 그 개고기탕에서 어릴 적 키우던 멍구 냄새가 났어요. 정말 충격이었어요. 꾹 참고 국물을 한 입 떠먹었는데 멍구 냄새가 정말 생생하게 심하게 났어요. 결국 먹을 수 없었고 솔직하게 "어릴 때 키우던 개냄새가 난다"라고 말씀드렸더니 주방 이모는 내가 개고기 조리를 처음해봐서 그렇다며 미안해하셨어요. 그 이후로 개고기 애기가 나오면 너무 슬프고 먹는사람들이 너무 싫어요. 논리적으로 개고기던 돼지고기던 같다고 뭐라고 하면 할수 없지만 그냥 너무 싫네요. 사람까지 싫어지니까 다들 말안하고 먹더라도 숨어서 먹었으면 좋겠네요. 오늘 그런일이 있어서 기분이 이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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