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 KCC가 올시즌도 좋은성적을 내려면 지나친 에밋 의존도를 줄여야한다. |
ⓒ 전주 KCC |
프로농구 전주 KCC가 2016-2017 KCC 프로농구 공식 개막전서 디펜딩 챔피언 고양 오리온에 81-69로 완패했다. 22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이날 경기는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의 리매치였다는 점에서 KCC에게 의미가 있었다. 지난 시즌 약체로 평가받았던 KCC는 예상을 깨고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하며 거함 오리온과 맞붙었으나 현격한 전력차를 극복하지 못한 채 준우승에 머무른 바 있다.
이날 경기는 양팀의 전력차이가 확실하게 드러난 한판이었다. 오리온은 'KBL판 레알 마드리드'로 불릴 만큼 질과 양적으로 엄청난 선수층을 자랑한다.
김동욱(35·194cm), 허일영(31·195cm), 문태종(41·196.5㎝), 최진수(27·202cm) 등으로 구성된 국가대표 장신 스윙맨라인에 장재석(25·204cm)과 이승현(24·197cm)이라는 토종빅맨들까지 탄탄하다. 2개의 강팀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이 과장으로 들리지 않는다. 실제로 어지간한 팀에 가면 주전이 보장된 최진수가 오리온에서는 출장 시간을 거의 보장받지 못할 정도다.
바셋 중심으로 팀 플레이한 오리온
강한 전력이기에 올 시즌 오리온은 강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받았다. 유일한 변수라면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맹활약한 조 잭슨(24·180.2cm)이 빠졌다는 정도였다. 잭슨은 장신 군단 오리온에서 주전 1번을 맡아 다소 빡빡할 수 있는 팀 공격을 매끄럽게 해주는 역할을 한 바 있다. 순간적인 움직임이 워낙 빠르고 덩크슛까지 가능한 신체능력을 가지고 있어 국내 선수가 일대일로 막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지난 시즌 무수한 돌파와 폭발적인 외곽포로 상대수비를 찢어내고 흔들어버린 잭슨의 빈자리는 새로이 합류한 단신 외국인 선수 오대리언 바셋(30·185cm)이 맡았다. 바셋은 운동능력 좋은 단신가드라는 점에서 잭슨과 닮은 듯 보이지만 실제로 플레이 스타일은 상당히 다르다. 외려 잭슨과 닮은 선수는 안양 KGC 키퍼 사익스(23·178cm)다.
잭슨이 전형적인 공격형 가드라면 바셋은 조립·설계형에 가까운 정통파 1번이다. 잭슨만큼 폭발적 공격력은 없지만 프랑스, 베네수엘라, 러시아 등 다양한 리그에서 경험을 쌓은 베테랑답게 리딩, 돌파, 슛, 패스 등 다양한 부분의 기술자다. 다소 다혈질적인 잭슨과 달리 차분하고 기복 없는 플레이 또한 강점이다.
연습경기 등을 펼칠 때까지만 해도 바셋에 대해 잘하기는 하지만 잭슨만은 못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개막전서 보여준 바넷의 능력은 잭슨 못지않았다. 정확한 슈팅력을 통해 KCC 외곽수비를 힘들게 하면서 빈공간이 생기면 여지없이 돌파를 감행했다.
신장은 작지만 탄탄한 웨이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가 일품인지라 공중에서 포워드들과 부딪혀도 밸런스가 흐트러지지 않았다. 속공시 드리블하면서 치고나가는 스피드도 발군이었다. 장신이지만 스피드를 겸비한 송교창(20·201cm)이 공 없이 뛰면서도 따라붙지 못할 정도였다.
무엇보다 바셋의 무서운 점은 공격할 때와 패스할 때를 냉철하게 구분했다는 점이다. 바셋의 공격력에 당황한 KCC수비진이 집중마크하자 무리하지 않고 슛좋은 오리온 포워드들에게 상황에 맞는 패스를 척척 넣어주었다. 정석적인 1번의 모습을 잘 보여줬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첫 경기부터 팀에 적응한 모습을 보여줬는지라 시즌이 흐를수록 그 위력은 더욱 배가될 것으로 보여진다.
지나친 외국인 선수 의존도 KCC
반면 KCC는 지나친 에밋 의존도에 울었다. 지난 시즌 KCC가 예상 외의 호성적을 올린 배경에는 전천후 해결사 안드레 에밋(34·191cm)의 역할이 컸다. 내외곽에서 안정적으로 득점을 올릴 수 있는 에밋이 있기에 KCC는 득점빈곤을 풀 수 있었고 막판 연승행진까지 이어졌다. 일단 에밋이 상대수비를 2~3명까지 끌고 갈 수 있는지라 다른 선수들에게 찬스가 많이 난다는 것이 최대 강점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농구는 이른바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 동료들이 오직 에밋만 바라보고 있는지라 에밋이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상대 수비진에 막히게 되면 팀 공격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이날 개막전 역시 그랬다. 에밋은 평소와 달리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더블팀 수비마저 뚫고 득점을 올리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오리온 수비에 막혀 무리한 공격이 많았고 이는 번번이 속공 허용으로 이어졌다.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외곽슛 난사가 거듭되는 등 KCC입장에서는 원치 않는 내용으로 공격이 전개됐다. 이럴 경우 다른 동료들이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해주며 에밋에 대한 집중수비를 풀어줘야 하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특히 송교창같은 경우 오픈찬스에서도 슛을 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등 문제점을 많이 노출했다.
에밋이 KCC공격의 중심이고 에이스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지난 시즌을 통해 KCC오펜스 패턴이 확연하게 드러난 이상 변화된 전술 없이는 상대팀들의 견제를 막아내기 어렵다. 에밋의 컨디션 유무와 상관없이 전 선수들이 찬스가 나면 적극적으로 슛을 던지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문피아독자 윈드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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