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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ersonacon 윈드윙
작성
18.03.22 15:51
조회
310

UFC 미들급 역사에서 '올 아메리칸' 크리스 와이드먼(34·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작지 않다. 체급 최강자로 불리며 포효했던 기간은 2년 정도밖에 안되지만 세대교체의 빗장을 열어 제친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와이드먼은 미들급 역사상 가장 오랜 시간 동안 장기집권에 성공했던 '스파이더맨' 앤더슨 실바(43·브라질)와 두 차례에 걸친 격전을 통해 그의 시대를 마감시켰다. 료토 마치다, 비토 벨포트 등 실바와 함께 브라질 전성기를 이끌었던 노장들도 와이드먼의 손에 무릎 꿇었다.

챔피언에 등극하기 전 데미안 마이아, 마크 무뇨즈 등도 제압하는 등 그야말로 짧은 시간동안 무수한 베테랑들을 연파했다. UFC 세대교체 열풍의 가장 중심에 섰던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와이드먼의 업적(?)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세대교체에 이어 전국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북까지 직접 쳤다. 그는 세대교체 당시 자신이 직접 주인공으로서 선봉에 섰다.

반면 어느 정도 베테랑 라인이 정리된 다음에는 '스카일러(Skyler)' 루크 락홀드(34·미국), '신의 병사' 요엘 로메로(41·쿠바), '더 드림캐쳐(The Dreamcatcher)' 게가드 무사시(33·네덜란드)에게 줄줄이 패하며 그들을 띄워주는 역할을 제대로 했다. 최근 미들급이 전국시대의 양상을 띄고 있는 데는 와이드먼의 지분이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다.

1 앤더슨 실바(아시아).jpg
 크리스 와이드먼이 등장하기전까지 UFC 미들급은 앤더슨 실바의 세상이었다.
ⓒ UFC 아시아제공


실바 왕조를 무너뜨렸던 반란군의 수장

와이드먼이 챔피언 타이틀을 빼앗기 전인 2013년 7월까지만해도 실바의 기세는 여전히 대단했다. 곧 불혹을 바라보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타격 테크닉과 특유의 유연성을 바탕으로 자신에게 도전하는 상대들을 거침없이 때려눕혔다. 스트라이커, 주짓떼로, 레슬러 등 유형을 가리지 않았다.

그나마 묻지마 레슬링으로 무장했던 '아메리칸 갱스터' 차엘 소넨(41·미국)과의 1차전이 가장 큰 위기였으나 그마저도 실바는 특유의 저력으로 이겨냈다. 당시 전성기를 누리던 소넨은 타격으로 감당하기 힘든 실바를 향해 끊임없이 클린치 싸움을 벌이고 태클을 들어갔다.

두 선수의 승부는 소넨의 바람대로 그래플링 공방전 위주로 흘러갔으며 대부분 상위 포지션을 차지한 쪽도 소넨이었다. 예상치 못한 전개에 실바의 얼굴에는 당혹스런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소넨은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경기 종료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하위에 있던 실바에게 트라이앵글 그립을 잡혔고 결국 숨통을 조여 오는 고통에 탭을 칠 수밖에 없었다. 미들급 최고의 레슬러가 스트라이커에게 그라운드에서 패하는 굴욕을 당한 것이다.

그 외에도 실바는 적절한 타이틀 상대가 없자 상위체급인 라이트헤비급에서도 두 경기를 가졌는데 너무도 쉽게 승리를 거뒀다. 특히 전 라이트헤비급 챔피언이자 백인들의 인기스타 포레스트 그리핀(39·미국)을 어린아이 다루듯 농락하는 모습은 지켜보던 관계자와 팬들을 충격에 빠트리기 충분했다.

앞서 언급한데로 와이드먼은 스스로 은퇴하기 전까지는 누구도 꺾기 힘들 것 같았던 실바의 시대를 무너뜨린 장본인이다. 점점 노쇠해가는 실바 입장에서 와이드먼은 매우 부담스런 상대였다. 와이드먼은 젊고 컸으며 힘까지 좋았다. 어지간한 타격에는 꿈쩍도 하지 않고 레스링과 타격의 이지선다형으로 실바를 압박하는 게 가능했다.

와이드먼은 실바의 타격에 위축되던 그동안의 상대와 달리 자신만만하게 같이 타격을 걸었다. 같이 치고받으면 자신이 유리할 것이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실바 특유의 다양한 훼이크 동작에도 미동조차 안할 만큼 냉정함까지 돋보였다.

거기에 힘 차이도 상당했던지라 실바가 빰클린치를 걸자 힘으로 뜯어내며 외려 묵직한 펀치정타를 맞췄다. 한때 미들급에서 명성을 날리던 리치 프랭클린에게 절망과 공포를 안겨줬던 실바표 빰클린치가 무참하게 깨지는 순간이었다.

기술과 힘이 겸비된 테이크다운은 실바가 막기 힘든 수준이었고 묵직한 상위 포지션에서의 압박이 흡사 바윗돌처럼 실바를 짓눌렀다. 전성기가 지난 실바가 감당하기에 젊은 맹수 와이드먼은 모든 면에서 버거웠다. 결국 실바는 자신이 프랭클린에게 그랬던 것처럼 2차례나 완패를 당하며 오랜 시간 지켜온 정상에서 내려오고 말았다.

많은 이들은 실바의 시대를 종식시킨 와이드먼이 새로운 미들급의 제왕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는 이를 입증하듯 라이트헤비급에서 내려온 마치다와 또 다른 타격짐승 벨포트마저 격파하며 기존 베테랑 라인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미들급 세대교체의 중심에서 와이드먼의 새로운 시대가 활짝 열리는 듯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는 전국시대의 서막이 되고 말았다.

2 크리스 와이드먼.jpg
 와이드먼의 전성기는 오래가지못햇다. 락홀드, 로메로 등 또다른 괴물들이 동시대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 UFC


짧았던 왕권, 또 다른 맹수들에게 잡아먹히다

과거의 실바처럼 롱런이 예상되었던 와이드먼은 비슷한 시기에 함께 전성기를 맞은 새로운 강자들에게 연이어 발목을 잡히며 거짓말처럼 추락하고 말았다.

2015년 12월에 있었던 락홀드와의 대결은 와이드먼 격투인생에서 가장 아쉬운 승부였다. 당시 경기에서 와이드먼은 3라운드 초반까지 자신못지 않은 사이즈와 레슬링 실력을 갖춘 락홀드를 맞아 팽팽한 승부를 이어나갔다. 호각지세의 양상이었으나 구태여 점수를 예상한다면 와이드먼이 근소하게 앞서는 흐름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와이드먼은 큰 실수를 한다. 케이지 구석으로 몰린 락홀드를 향해 뒤돌려차기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뒤를 잡히며 테이크다운을 허용해버린 것이다. 어떤 면에서 평소 잘 쓰지도 않던 뒤돌려차기를 하필 그 순간에 시도했을까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와이드먼과 락홀드는 둘 다 자신이 상위포지션을 잡았을 때 제대로 위력을 발휘하는 유형이다. 락홀드의 상위 압박은 엄청났고 와이드먼은 맷집과 정신력으로 어렵사리 해당 라운들 버티어냈다. 하지만 크게 데미지를 입은 상태였던지라 결국 다음 라운드에서 무릎을 꿇으며 챔피언벨트를 넘겨주고 만다.

와이드먼의 시련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다음 경기였던 로메로와의 승부에서도 와이드먼은 엄청난 화력을 자랑하는 검은 맹수를 상대로 뒤로 밀리지 않고 잘 싸웠다. 옥타곤 중앙을 더 많이 선점한 쪽도 와이드먼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승부의 추는 한순간에 갈렸다. 예상치 못했던 타이밍에서 로메로가 플라잉니킥을 날렸고 이를 와이드먼은 안면 쪽에 정통으로 허용했다. 아무리 와이드먼이 맷집이 좋다 해도 로메로 같이 파워가 좋은 선수가 체중까지 실어 날린 플라잉니킥을 맞고 멀쩡할 수는 없었다. 결국 큰 충격을 받고 쓰러진 와이드먼은 이어진 로메로의 후속타를 견디어 내지 못했다.

이후 와이드먼은 지금은 UFC에 없지만 당시 체급 내 복병으로 통하던 무사시에게마저 패하며 3연패 수렁에 빠지고 만다. 벨포트전까지 UFC 무패행진을 달리던 상황에 비춰봤을 때 추락도 이런 추락이 없었다.

와이드먼은 이후 까다로운 상대인 켈빈 가스텔럼(27·미국)을 꺾고 가까스로 연패는 탈출한 상태다. 하지만 예전에 벌어놓은 패를 모두 잃어버린 상태인지리 높은 곳을 노리기에는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자신에게 패배를 안겼던 락홀드, 로메로와의 리벤지는 언제 성사될지 기약할 수 없으며 무엇보다 '저승사자(The Reaper)' 로버트 휘태커(27·호주)라는 강력한 젊은 챔피언까지 등장한 상태인지라 정상과의 격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이다.

나이도 30대 중반으로 접어든 상황인지라 결코 젊다고 할 수 없다. 다소 우직한 파이팅 스타일을 감안했을 때 시간이 계속 흐르며 신체능력이 떨어지게 되면 재도약의 길은 영영 막혀버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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