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대학 정치학과 교수로 있는 친구(고교동창)가 있었다.
언젠가, 그 친구가 근무하는 학교 교수실에 내가 놀러가 잠시 차 대접을 받고 있었는데,
마침 어느 누가 전화를 받고 교수인 내 친구에게 이렇게 물었다.
“장래 정치가가 되기를 희망하는 학생이라는데요, 대학에서 뭘 전공하는 게 좋으냐? 고 묻습니다.”
그러자 교수인 내 친구는 즉석에서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으응. 아무거나 하라고 그래!”
.....
정치학을 전공한 게다가 명색이 정치학 교수인 그 친구의 입에서 설마하니 이런 말이 나올 줄이야...
아마도 그 친구의 참 뜻인즉,
정치를 하려면 두루두루 여러가지 특히 인간관계를 알아보며 견문을 넓히는 게 좋지, 정치를 한답시고 정치학 전공과목만 들고 판댔자 실제로는 별볼일이 없다는 걸 역설적으로 말한 것이였으리라.
글을 쓰는 사람들 가운데 전업작가를 꿈꾸는 자들이 더러 보인다.
특히, 어느 공모전에서 입상 경험이 좀 있는 대다수 사람들은 내가 가야할 곳은 전업작가의 길 뿐이다! 하면서 작품을 쓰는 데에만 오로지 전력 투구하는 모습을 보여주곤 하는 데....
이건 정말로 위험 천만한 짓이다.
전업작가라는 게 그리 호락호락한 길이 아님을 피부로 직접 느낄 때쯤이면 이미 인생의 절반 이상 쯤은 손해 봤다는 사실을 어찌해야 깨달을까?
신인작가가 제대로 먹고살 만한 전업작가가 되려면 반드시 험난한 길을 각오해야만한다.
오로지 글만 잘 써가지고서는 이 험난한 세상을 제대로 파헤쳐 나가기엔 너무 힘들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은 물론, 출판사, 요즘은 웹소설 담당자, 그리고 심지어 은연중에 방해하고 있는 동종 작가들과의 눈에 보이지 않는 암투 및 결투도 늘 각오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인작가가 전업작가를 꿈꾸기 보다는, 그 보다 먼저 최소한의 자기 생활 터전을 마련해 볼 궁리를 해놓아야만 한다.
작가가 아닌 별도의 직업을 가져라...
그럴 수 없다면 노동시장에 나가 가끔씩 땀을 흘려가며 최소한의 생활비라도 마련해 볼 각오를 해야만 한다.
웬만큼 나가는 전업작가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들은 처음부터 전업작가로 성공하고자 맘먹고 글 쓰는 일에만 올인했던 경우는 거의 없다.
숨이 막힐 듯 괴로운 직장생활에 얽매어 본다거나 혹은 이것저것 사업에 손을 댔다가 크게 망해도 보고, 노동을 하다 몸을 다쳐도 보고, ----- 이 모든 것들이 훌륭한 소재감으로 되어 나중에 자신의 작품을 쓸 때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니,
왜 처음부터 무모하게 미련하게 전업작가의 길만을 고집하며 꿈꾸려하는가?
내가 알고있는 사람들 (글을 쓰는 친구들) 가운데에,
전업작가만을 꿈꾸며 버티고 버티다가 그대로 폭싹 늙어버리거나 엄청 후회를 하고만 자들이 꽤나 많기에 노파심에서 이렇게 말해본다.
제아무리 글 잘 쓰는 재능을 갖고 있다하더라도 제대로 기회와 사람을 잡지 못하면 깨끗이 망하고 말 뿐~
즉, 다시 말하자면 글쟁이가 언젠가 찾아올지도 모르는 대박의 기회를 제대로 잡고자 한다면, 미련하게 글만 써가며 멍청하게 기다리기 보다는,
글 아닌 다른 일(직업)을 겸사겸사 해가며 여유있게 글쓰며 기다리는 편이 훨씬더 효과적이요 성공할 가능성 및 확률이 훨씬 높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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