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참 좋아라했습니다. 지금도 재밌는 글이 있으면 봅니다만 딱히 손이 가지는 않습니다.
저도 무협을 썼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쓰지 않습니다. 첫단추를 잘못끼웠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무협을 쓰기 위해 처음 했던 일이 자료를 찾는 일이었습니다. 어느 문파가 어디에 있나? 그 문파는 역사가 어떻게 되었나? 배경이 어떻게 되었나? 어떤 무공을 쓰고 있나?
아마 저 뿐만 아니라 무협을 처음 쓰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이 과정을 거칠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여기서 부터 잘못되었습니다.
소림사나 무당, 화산 같은 실제 있는 곳은 문제 없습니다. 그런데 정말 무당에서 태극혜검이란 무공이 있나요? 화산은 이십사수매화검법이 있나요? 특히나 개방. 개방에 방주만 쓰는 항룡십팔장이 실제로 있나요? 남궁세가의 창국무애검법은? 팽가의 오호단문도는요?
확실한 것은 모르지만 실제하는 것은 소수고, 나머지는 창작자의 고유설정이었을 겁니다. 대부분은 중무의 그것이겠지요.
그런데 이것이 이제는 고유의 세계관 운운하며 너나할 것 없이 가져다 쓰고 있습니다. 과연 옳은 일일까요?
무협만큼이나 클리셰가 만연한 장르는 없다고 봅니다. 복수, 성장, 흑막. 객잔에서의 시비. 절벽기연. 절맥에 걸린 미녀. 주인공을 돕는 개방장로 혹은 의학 전문 고수. 그러나 이것은 진부함을 줄 뿐 더 큰 문제는 가져다 쓰는 설정이죠.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표절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껴졌으니까요.
그 뒤로 저는 무협을 쓰지 않습니다. 지금의 세계관을 가져다 쓰지 않고도 잘 쓸 자신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번 표절시비를 보면서도 큰 소리를 못 내겠더군요. 저는 겨 묻은 개였거든요. 어찌 보면 겨가 아니라 똥일 수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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