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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9 래몽래인
작성
23.05.27 12:15
조회
121

공모전을 통해 처음 문피아 입성해 본 늙은 신인입니다.


인터넷 초찾기에 하이텔에 유머란이 있었어요.
제가 그때 쓴 글이네요.
그때는 하이텔 유머란이 핫플이었답니다.
대충 30년 정도 된 글?

~~~~~~~~~~~~~~~~~~~~~~~~~~~~~~~

사 랑 의 애 완


 

'뽀드득뽀드득'


처음엔 꿈인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무엇인가를 깨물어 먹는 그 소리는.


혜지가 어둠 속에서 눈을 뜬 후에도 한참 동안이나 들려왔다.

혜지는 침대에 누워 한참 동안이나 그 소리의 방향을 가늠했다.
그것은 화장대 근처인 것이 틀림없었다.

 

이상한 것은,
혼자 사는 원룸에 항상 창도, 문도 잠그고 생활하는 버릇이  든 그녀라 자신만의 공간인 이
안에 그 어떤 존재도 침입해 올 틈이 없는데 불구하고, 며칠 전부터 이 뽀드득 거리는 소리
는 이 방의 어느 곳, 심지어 장롱 안에서 까지 들려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혜지가 몸을 일으키는 순간, 그 뽀드득거리는 소리는, 소리의 주인공과 함께 벼락 같
이 사라져버리곤 했다.


불을 켜고 나면 이방 그 어디에도 흔적 하나 찾을 수 없었지만 혜지는 알 수 있었다.
여전히 이 공간 어디엔가 그것이 머물고 있다는 것을.

 

게다가 날이 하루하루 지날수록, 혜지의 마음속에서 두려웠던 감정은 서서히 줄어들고  오히
려 그 존재에 대한 원인 모를 친밀감까지 느끼게 된 것이다.

 

혜지는 오늘, 마음을 단단히 먹고 손에 후레쉬를 쥔 채 침대에 들었다.
잠을 자는 척, 때로는 몸도 뒤척여보고,  때로는 낮게 코를 골기까지 해가며 기다린지  두시
간....
마침내 그것이 나타난 것이다.

 

혜지는 귀를 곤두 세워 몇번이고 방향을 가늠한 끝에 화장대 아래라고 단정했다.


'뽀드득뽀드득'


혜지는 왼손으로 조금씩, 아주 조금씩 씨트를 끌어내렸다.
한참 후에야 오른손에 쥔 후레쉬가 씨트 밖으로 드러났다.

천천히 후레쉬의 방향을 화장대 아래로 맞추었다.

 

'딸각!'


갑자기 어둠 속에 한 줄의 빛선이 생겨났다.
혜지의 손에서 발광된 후레쉬 빛은 화장대 아래의 어둠을 한순간에 몰아내었다.

 

눈!


-- 찌잇! --


그것의 눈이 후레쉬의 광원을 향했다가 밝은 빛살을 견디지 못하고 신음을 내었다.

 

놀랍게도.....
그것은 하얀 털이 탐스러운 작은 동물이었다.

 

파르르 떨고 있었다.
불쌍할 정도로 애처럽게 몸을 떨고 있는 그것은 마치 작은 고양이 새끼처럼 귀여운 모습이
었다.

길고 하얀 털의 떨림까지 세세히 혜지에게 느껴져 왔다.


혜지는 얼른 불을 껐지만 그것은 이미 공포에 질려 버린듯 여느 때처럼 몸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혜지는 화장대 아래로 가서 그것을 살펴 보았다.

 

"어머 예쁘기도 해라...."

 

혜지는 살포시 그것을 두 손에 올려 쥐었다.
향그러운 그것의 체향과 따스한 온기가 손바닥 가득 느껴졌다.

 

"너... 이름이 뭐니?"
"어쩜... 어떻게 내 방에 들어온 거지?"

 

혜지는 침대로 가서 베개에 등을 기댄 채 아직도 떨고 있는 그것을 보드랍게
쓸어주었다.

 

"아 어쩌면 털이 이렇게 고울까?"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거야?. 어디 숨어 살고 있었지?"

 

-- 당신의 마음 속에....--

 

순간, 혜지는 그것을 떨어 뜨릴 뻔 하였다.

 

-- 당신의 마음속에서 태어났답니다...--

 

틀림없었다.
놀랍게도 그것은 말을, 인간의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 지금 성현씨를 사랑하고 계시죠? --

 

"서.. 성현씨를 아니?"

 

-- 그럼요.. 전 사랑의 애완이거든요 --

 

"사랑의 애완?"

 

-- 네 사랑하는 사람들의 따스함과 애틋함이 고여 저를 태어나게 하지요 --

 

"그럼... 나와 성현씨? --

 

-- 네. 주인님의 사랑과 그리움, 그리고 진실이 합쳐져 제가 태어났어요 --
-- 그리고 전 주인님의 그리움을 먹고 산답니다 --
-- 매일밤 주인님이 잠들기 전, 성현님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이방에 가득 고이죠 --
-- 전 그걸 먹고 자라거든요 --

 

혜지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지만, 달리 다르게 합당한 풀이를 할 수도 없었다.

혜지는 두 손을 올려 그것을 눈앞에 대고 말했다.

 

"그게 정말이야?"

 

-- 찌잇.. 정말이죠. 원래는 사람의 눈에나 귀에 드러나지 않지만 --
-- 사랑에 깊이 빠지면 빠질수록 절 조금씩 느끼게 된답니다 --

 

혜지는 가만히 그것을 가슴에 품었다.


성현의 얼굴이 떠올랐다.
매일 만나도, 헤어지면 그리운 그였다.
오늘 이 하얀 애완을 만난  것이 마치 그와의, 그에의 사랑에 대한 확신을 본 것인양
가슴이 따스해졌다.

 

-- 찌잇... 전 이만 잘께요. --

 

그것이 스르륵 혜지의 가슴 속으로 파고 들어갔다.
마치 영상이 빨려들 듯이 녹아 들어가는 것이다.

혜지의 가슴 가득 성현에 대한 그리움이 잦아 들고 있었다.

 

그날 이후 혜지는 밤이면 그것과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었다.
사랑과 믿음과 진실과 노력과 그리움과 또 별과 신과 전설에 대한 얘기들을....

..............


 


 

그러나 그것을 만나기 어려워진 것은 혜지가 경호를 알게 되면서였다.

경호를 만난 것은 성현과의 작은 다툼이 원인이 되었다.
아직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단단한 기반을 마련하지 못한 성현이 때 늦은 고시를 선택하
고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어버린 것이다.

 

혜지는 자신의 만류에도 그 길을 선택한 성현에게 화가 났었고, 고시 공부 때문에 예전처럼
혜지에게 많은 시간을 내지 못하는 성현의  빈자리로 경호는 밀물처럼 밀려 들어왔던  것이
다.


혜지는 아니다아니다 하면서도 조금씩 경호에게 기울어지는 마음을 스스로도 어쩔 수가 없었
다.

 

외로운 밤이면, 아직도 그리운  성현을 생각하며 그것을 기다렸지만  그것이 나타나는 날은
점점 줄어들었다.

그리고 가끔씩 나타날 때마다 "뽀드득"거리며 그리움을 먹는 것도 예전 같지 못했고
하얀털도 윤기를 잃어갔으며 나날이 야위어진 모습이었다.


혜지의 손 위에서 두려운 모습으로 떨다가 사라질 뿐 그것은 더 이상 어떤 대화도 혜지와 나
누지 못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그것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아니 언제부턴가가 아니라 비 오는 고시원의 앞에서 성현에게 안녕을 고한
바로 그날 부터였다......

 

 

 

잊은듯, 아닌듯한 몇 달이 흐르고
눈물에 젖어 잠이 든 어느 날.

 

'빠드득빠드득'


꿈결에 들려오는 것은 틀림없이 그것의 소리였다.

혜지는 마치 불에라도 덴 듯 자기도 모르게 얼른 일어났다.
소리는 또 화장대 아래에서 나고 있었다.


반가움이 앞섰다.
혜지는 얼른 침대에서 내려가 화장대 아래에 숨어 있는 '그것'을 바라보았다.

 

"아악-----!"

붉은 눈동자, 붉은 털, 붉은 이빨, 긴 혀.

 

"너... 넌 뭐야?"

그것은 꼼짝 않은 채 한참 동안 혜지의 눈을 바라보았다.

 

-- 주인님..... 접니다... --

 

"아, 아냐...  그건 하얗고 아름다운데 넌 지저분한 붉은...."

 

-- 주인님이 절.... 이렇게 만드셨죠......"

 

"뭐, 뭐라구?"

 

-- 오늘 경호란.... 사람에게 약혼을 승락하셨죠....? --

 

"그.. 그건...."

 

붉은 눈에서 붉은 눈물이 뚝 떨어졌다.
울고 있는 것이다.

그것의 말이 길게 이어졌다.

 

-- 사랑은 편하게 즐기기만 하는 걸까요? --
-- 캬아앗... 상대가 화려하고 정상적일 때는 누구나 사랑하죠 --
-- 하지만 그가 약해 졌을 때... 그가 변해 갈 때.. 그의 다른 모습을 볼 때... --
-- 돌아서 버리는 주인님같은 사람... --
-- 캬아앗... 그것이 과연 사랑일까요? --

 

그것은 고개를 돌려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듯 잠시 말을 끊었다.

 

-- 세상의 참사랑은 전부 죽어가고 있답니다... --
-- 사랑을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세상이 죽어가고 있답니다.,,--
-- 저는 이제 더 이상 그림움을 먹지 못합니다.. 캬오옷 --
-- 슬픔과 고통... 그리고 죄의식을 먹고 사는거지요...--
-- 제가 먹어치운 양 만큼 주인님은 사랑을 망각할 수 있답니다.. --
-- 성현님도 그만큼의 고통을 망각하겠지요 --
-- 세상은 또 그만큼 각박해지구요... 캬오옷.. --


그것의 붉은 눈물이 흘러 어둠 속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혜지는 털썩 무릎을 꿇었다.

 

-- ....일어나세요... --


혜지는 엎드려 눈물을 쏟을 수 밖에 없었다.


-- 눈물..? 캬오옷... 망각의 도구죠.. 눈물... --
-- 일어나 창 밖을 보세요 --


혜지는 힘겨운 몸을 일으켜 창밖을 내다 봤다.


-- 바로 주인님 같은 허튼 사랑이 만든 세상의 모습입니다.. --

 

"아아악!!!"

 

혜지는 밖의 광경을 보고 정신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다.

혜지가 본 세상의 모습...
거리에도 지붕에도 세상 가득,
붉은 털과 붉은 눈과 붉은 이빨을 가진 짐승들이 울부짖고 있는 것이다.

 

~~~~~~~~~~~~~~~~~~~~~~~~~~~~~~~~~~~~~~~~~~
오래전, 30년 전의 글이라.... 참 부족하고 부끄럽네요 ㅎㅎ

각설하고~

지금 공모전 중인 환타지 무협물입니다.
낙장불입- 눈 떠 보니 무림
https://novel.munpia.com/363715

한 작품 더 하고 있어요. 
근미래 좀비물입니다.
5월22일 인류 멸망이 날
https://novel.munpia.com/368225

선호작 추천 해주시면 감사~
공모전이야 바닥권이겠지만 끝까지 달려 볼랍니다.

여기도 옛 글 꾸준히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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