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설 중에는 사람의 슬픔을 잔잔히 그려내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소설을 다 읽은 다음에도 오랫동안 그 부분을 잊지 못하게 되지요.
제가 국민학교 다니던 시절에 소년소녀세계문학대전집인가 하는 시리즈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 때는 1980년대 초반이라서 다들 돈이 없고 책이 귀할 때였죠. 읽고 또 읽고 또 읽고.... 어쨌든 그 소설들 중에 [버마의 하프]라는 소설이 있었습니다.
줄거리는 대충 이렇습니다. 어떤 일본군 신임 소대장이 음악가 출신이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자기 소대에게 음악 연주를 가르쳤습니다. 힘들 때나 괴로울 때 음악을 들으면 아무래도 위로를 받게 되기 때문이었겠죠. 이 부대는 태평양전쟁에 참여해서 버마(미얀마)까지 왔습니다. 그런데 결국 전쟁에 지고 포로로 잡히게 됩니다. 그래서 다들 포로수용소에서 노역을 하고 있었죠. 하지만 다른 일본군 부대들은 아직 항복을 하지 않고 있었고요. 그래서 주인공은 이 부대들을 찾아서 항복을 권유하러 가게 됩니다. 그리고는 상당 기간 실종되었죠... 부대원들은 주인공을 기다리면서 생사를 몰라서 매우 답답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노역을 하러 갔다 오는 길에 주인공을 다시 만나게 됩니다. 주인공은 승려가 되어 있었습니다. 부대원들은 주인공을 만나려고 애썼고, 그동안 어떻게 되었는지, 왜 돌아오지 않았는지 물었습니다. 주인공은 그가 설득하려고 떠난 이후에 일어난 일들을 설명해 줍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전쟁의 피해를 받아서 땅에 묻히지도 못하고 뼈로 변해 있는 것을 보고 슬픔을 느껴서 그 뼈들을 모두 묻어 주려고 돌아다녔다고 합니다. 그 와중에 식인종 부락에도 살았고, 가짜 승려 노릇도 했다고 하네요. 전쟁이 끝나고 포로들도 석방되어 일본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주인공은 떠나지 않고 남아서 이 일을 계속하게 됩니다.
어린이들 보라고 소설을 제목까지 바꿨던 것 같습니다... 원래의 제목은 뭐였는지 제가 잊어버렸습니다.
이런 작품들을 읽으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되지요. 온갖 생각이 끊이지 않고 떠오르게 됩니다. 거의 40년 전에 읽었던 작품인데, 아직까지도 스토리를 조금 기억하는 걸 보면, 얼마나 인상적이었는지 알 수 있겠죠..
뜬금없이 이 작품이 떠올라서 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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