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왠지 이런 영화가 땡길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럴 때 보는 영화는 늘 만족스럽습니다.
예술이란 뭔지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그곳에서 모두가 다른 방식으로 꿈을 향해 나아갑니다.
그들 모두 예술이라는 것에 한발씩 걸치고 있지만 누구도 그게 뭔지 잘모르는것 같았습니다. 다들 우왕좌왕하고 시끄럽고 불안해할뿐. 꿋꿋이 나아가는 사람은 없습니다.
마이클 키튼이 연기하는 리건은 물론이고 그의 제작자인 친구, 그리고 에드워드 노튼이나 나오미 와츠가 연기하는 인물들조차 모두 한발씩 예술이라는 것에 발을 걸친 채 이리저리 부딪히며 나아갑니다. 모두가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어 발버둥치고 있는것처럽 보였습니다.
요즘 세태를 가장 잘 대변하는 리건의 딸조차 예술 비스므리한걸 합니다. 휴지에 점을 찍어놓는 단순한 작업을요.
그녀는 트위터의 위력을 잘 알고 있어요.
아버지가 죽을뻔한날 그녀는 트위터 계정을 만들죠. 예술에 있어서 대중의 맹목적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요.
무엇이 예술적 성취일까요? 슈퍼히어로 시절의 리건은 절대 아닌듯합니다. 그런데 그가 만든 연극무대는 예술적 성취라 부를 수 있을까요? 단지 유명 평론가가 그것은 예술이다. 라고 말해줘서?
저는 오히려 마지막장면에서 리건의 얼굴을 감싼 붕대의 모양이 버드맨의 마스크와 닮은것에서 무언가를 느꼈습니다. 그는 그토록 처절하고 절박하게 예술을 추구했는데 사람들은 연극 그 자체보다 그의 기행에서 오는 광기에 열광했습니다.
역설적으로 리건의 연극은 과거 그가 그토록 부끄러워했던 과거의 영광, 즉 버드맨의 흥행과 본질적으론 같은 방식로 흥행했습니다. 그것은 흥행보증수표인 주연배우, 노이즈 마케팅, 피와 폭력에 대한 대중의 관심.
저는 이 영화에서 점잖빼고 앉아있는 브로드웨이 관객들과 히어로무비에 열광하는 소위 '여드름난 코찔찔이들' 사이에는 하등의 차이도 없다는 걸 보았습니다. 감독이 그걸 의도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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