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릴때만 해도 군복무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막연한 두려움의 대상이었습니다.
내가 근무하는 곳이 가장 힘들다는 말처럼 시기적인 관점이나 각자의 체감상으로 달라졌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당연히 그 어느때든 내가 있는 곳이 힘든게 맞습니다. 단지, 정보의 차이 정도로 보면 되겠습니다.
즉, 과거 입으로만 전달 될 뿐 인터넷도 없고 그저 수상한 전역자들의 이야기만 접했을 때와 지금처럼 수많은 정보가 금방 눈과 귀로 확인할 수 있는 시절을 같다고 말할 순 없겠죠.
어릴때부터 민방위훈련을 학교에서 책상 걸상 복도로 내놓고 그 밑에 숨어 잇으면서 왜 이런일을 해야 하지 하던 기억과 더불어 날마다 애국가를 부르며 고딩 시절엔 교련을 행하던 그 때의 영향 때문인지 군 제대 후에도 군에선 얻는게 더 많는 곳이란 생각이 조금은 더 강했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조금 더 지나고 보면 그게 그렇지 않더군요.
군에서 배울 수 있다던 조직문화는 그 자체로 사회로 옮겨와 수많은 병폐의 근간을 이루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꽤 오래전부터 별 큰 변화가 아닌것 같으면서도 지난 수십년간 굉장히 큰 인식적 변화를 겪었습니다.
남아선호사상이란 말이 아주 당연시 되고, 그게 문제라고 지적하면서도 고쳐지지지 않았던 완고하면서도 두터운..절대 깰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벽이 허물어 진 점만 봐도, 한국인의 인식 변화가 얼마나 컸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조직문화만큼은 상대적으로 아주 변화가 적습니다. 전 군생활 때문으로 봅니다.
물론 긍정적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저마다 다른 가정환경에서 자라온 젊은 청년들이 모여 생활한다는 그 자체로 얻는 사회적 경험이란 귀한 것이긴 합니다.
그런데 조직문화 자체가 선대로부터 이어오며 축적된 병폐마저 같이 전달되어 긍정적 효과보다는 부정적 요소가 더 컸습니다.
그래서 군은 한국인으로 태어난 이상 의무이자 국가를 위한 직접적 봉사로 보면 충분한 것이지 . 그것이 무슨 인생에 도움이 된다던가 하는 식의 말은 이제 공감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전적으로 문제만 있다고는 말하지 않지만 적어도 안갈 수 있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안가도 좋고, 국가가 내게 해주는 것 만큼 국가를 위해 일할 것이라면 경제생활을 통해 세금 꼬박 내고 불법적이지 않게 잘 살면 충분할 것입니다.
국방이라는 것이 군대만 하는것이 아니라 세금을 내는 국민이 모두 같이 하는 것이거든요.
인생에 있어 귀하지 않은 시간이 어디 있겠습니까만은 36개월 복무하던 과거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든 물리적 시간의 갭을 아주 무시할 순 없습니다. 물리적 시간이라는 조건면에선 나아졌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정당히자않은 불법적인 면제를 시도 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보완하여 기본적인 공정함을 잃지 않으며 또한 특혜적 요소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즉, 직접적 군복무만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보다 유연하게 갖고, 특례에 대해 제도 개선을 하되 그 기준은 특정 분야에 한정한 국위선양이 명목이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봉사와 의무를 다할 수 있다는 인식적 변화로 인한 것이어야 하는것이 맞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또한 수직적 군 조직 문화 자체는 아무리 개선한다해도 인생에 사실 도움보다는 안좋은 영향이 훨씬 큽니다. 그러나 의무를 외면하여선 아니되므로 가능한한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더 많은 변화가 필요해 보이며, 나름 도움이 되는 요소를 많이 반영하도록 하는것이 좋을 것입니다.
글을 마무리 하려다 떠오른 기억이 있네요.
각 부대마다 달랐을 것이나 제가 근무하던 곳에선 상병 이후부터 밤에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물상병 때는 말만 되고 실제로는 생활 잘하면 그럭저럭 봐주고 그렇지 않으면 눈치보곤 했습니다.
즉, 수직적 군 조직 문화에 적응을 잘하면 능력 있는 사람이고 그렇지 않으면 고문관이라면서 사람 자체에 대한 평가를 해왔던 그 자체가 굉장히 문제가 큰 부분이었습니다. 실제 제가 제 후임 중 한명에게 갖던 인식이 그러 했음을 반성합니다.
아무튼 제도적으로 공부도 할 수 있고 여가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군대가 되었으면 좋겠단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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