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광주·전남 일대가 1973년 이후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기 전까지는 영산강물은 그대로 흘려보내도 무방했다. 영산강물은 광주에서 배출하는 생활하수와 공업폐수, 농약과 비료로 찌든 농업폐수, 가축배설물이 섞인 축산폐수로 사실상 '똥물' 수준이라 생활용수로는 사용하지 않았다. 과거 광주 북구 산동교 인근 제3수원지에서 영산강물을 퍼다가 마신 적이 있지만, 지금은 영산강물이 아닌 섬진강물을 끌어다가 마신다. 광주 최대 식수원 역시 전남 화순에 있는 동복호와 순천에 있는 주암호다. 각각 동복댐과 주암댐을 축조해서 만든 인공호수로 영산강이 아닌 섬진강 수계에 해당한다
하지만 최악의 가뭄이 덮치자 광주시는 그간 외면했던 영산강물을 다시 길어 올리고 있다. 지난 3월 2일부터는 영산강 덕흥보에 담긴 강물을 퍼올려 광주 동구에 있는 용연정수장까지 공급하는 비상도수관을 만들었다. 광주 서구 덕흥동의 덕흥대교 아래에 있는 덕흥보는 영산강물을 일시적으로 가둬두는고정보다.
지난 3월 21일 찾아간 덕흥보 일대에는 그득하게 담긴 강물 위로 쓰레기 등 이물질의 유입을 방지하는 수중펜스가 쳐져 있었다. 임시로 설치한 취수장 옆에는 "가뭄 극복을 위한 임시 취수시설이 위치해 있다"며 "쓰레기 무단투기를 금한다"는 현수막도 내걸려 있었다. 수자원공사 영산강보관리단의 한 관계자는 "덕흥보는 영산강의 주 오염원이 아직 유입되기 전에 있는 곳에 위치해 있어 정수만 하면 생활용수로 공급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시는 이 같은 방식으로 영산강에서 하루 3만t가량의 물을 퍼올려 용연정수장으로 보내 정수한 뒤 광주시민들에게 생활용수로 공급하고 있다. 오는 4월 말까지는 광주 동구 소태동에 있는 광주천 원지교에 임시 가압시설을 설치해 하루 5만t의 영산강물을 광주시민들에게 추가 공급한다는 것이 광주시의 계획이다. 이런 방식으로 영산강물을 쥐어짜내 오는 4~5월까지만 제한급수 없이 버티면, 장마가 시작되고 태풍이 내습하면서 우기에 접어드는 6월경에는 가뭄이 어느 정도 해갈될 것이란 게 광주시 측의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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