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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73 레몬마왕
작성
23.01.11 23:59
조회
86
회귀, 빙의, 환생.

이 세가지는 있으면 편리하고 재밌지만 개연성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특히 빙의는 회귀, 환생보다 더하다고 본다.

죽은 육체를 가져갔다, 망나니였다 이런 설정들은 중요한게 아니다.
소설속에서 의도적으로 배제된 사실들이 개연성이라는 이름으로 독자들이 알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당신의 삶이 누군가에게 송두리채 빼앗긴다고 생각해봐라.
당신이 병에 걸려있었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든 관계없이 당신에게는 가족, 친구, 동료와 같이 소중한 지인이 있을 것이고 당신이 쌓아왔던 것이 있을 것이고 맡아왔던 일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당신이 살아왔던 삶의 증명이고 좋든 싫든 그 인생은 누군가에게 기억으로 남겨질 것이다.
하지만 빙의는 이러한 삶을 부정해버린다.
당신을 다른 사람이 빙의해서 같은 일을 더 잘하고, 부하 직원에게 더 상냥히 대해주고 가족과 사이가 좋아진다면 당신은 기쁠 것 같은가?
아니다.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그것에 '나'는 없기 때문이다.
나를 아는 모든 사람은 이제 '당신' 대신 빙의자를 아는 사람이 된다.
'당신'이 가졌던 책임, 역할, 행복은 더이상 존재했던 적이 없는 것이 된다.
왜냐하면 모두 빙의자가 가져갔으니까. 더는 기억할 사람이 없으니까.
하루를 기준으로 이전의 사람과 이후의 사람을 구분하는 일은 없다.
1년도 마찬가지고 10년도 마찬가지며 그 이상도 마찬가지다.
빙의자가 몸을 차지한 순간 당신은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죽음보다 더 끔찍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보았던 대부분의 소설들은 빙의를 권력이 있는 사람, 특별한 재능이나 능력이 있는 등 대신 살고 싶은 인생을 사는 사람에게 사용했다.
그리고 인생을 빼앗아간 것에 대한 보상이라는듯 주변 인물들에게 호의를 산다.
빼앗아간 대상에 대한 걱정이나 미안함은 의도적으로 배제한 듯 보이지 않는다.
내가 보기에는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살인보다 더한 짓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데 
아무렇지 않게 지내는 모습이 오히려 이질감과 함께 싸이코패스로 보이게끔 만든다.

당신은 이런 오류를 보고 못본척 소설의 다음 장을 읽을 수 있겠는가?

나는 그럴 수 없었다.

빙의를 쓰는 작가들이 이런 부분을 최소한 고려는 해줬으면 좋겠다.

Comment ' 6

  • 작성자
    Lv.68 고지라가
    작성일
    23.01.12 06:32
    No. 1

    회귀도 똑같아요.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내 몸을 빼앗는거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水流花開
    작성일
    23.01.12 09:51
    No. 2

    소설 속의 빙의는 "어느 날 아침 잠 깨보았더니, 내 영혼이 다른 사람 속에 있는 걸 발견했다"는 것이잖아요? 내가 저 사람 몸을 빼앗아야 겠다고 열망해서 된 것은 아니죠. 그건 마치 어머니 몸에서 태어날 때 느끼는 것이나 비슷할 것 같아요. 우리가 태어날 때 "아, 내가 이 육체를 빼앗았구나"라고 느끼진 않는 거지요.

    한 가지 다른 점은 태어난 경우에는 어렸을 때부터 그 몸에서 지내던 기억이 있는데 반해서, 빙의는 그 몸에서 지낸 기억이 없고, 다른 몸에서 지내던 기억이 있는 것이죠.

    빙의의 메카니즘은 마치 전생의 기억을 가진 채 태어나는 것과 비슷합니다. 왜냐면, 본인도 왜 그 몸에 들어온 것인지 이해를 못하니까요. 아마도 그 몸을 차지하고 있던 영혼은 모종의 사고로 죽었거나, 영계로 소환된 것이겠고, 비어있는 몸에 주인공의 영혼이 (영문도 모르고) 들어오게 된 것이죠.

    남의 몸을 빼앗았다고 매도할 것은 아니지요.

    찬성: 3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73 레몬마왕
    작성일
    23.01.12 12:56
    No. 3

    남의 몸을 빼앗았다고 매도하는 것이 아니라 소설속에서 의도적으로 배제된 사실때문에 개연성이 없다고 느껴지는 것이 문제라고 봅니다.

    환생은 다시 태어난 자신의 인생이고 빙의는 타인의 인생을 자신이 살게되는 것이고요. 타인의 인생을 자신이 살게 되면 누구나 느낄만한 고뇌가 없다는 것이 괴리감을 만든다고 봅니다.

    고의성이 있냐없냐 그런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감정에 대한 묘사가 없다는 사실에 개연성이 없다고 느껴지는 것이 문제라고 보는거죠.

    주인공의 고뇌가 꼭 필요하다는 게 아니라 빙의 이후가 정신없어서 떠올리지 못했다거나, 빙의 대상이 고아라 그런 감정이 들지않는다거나 하는 납득할만한 근거가 고려되지 않은 빙의가 오류로 보인다는 겁니다.

    찬성: 1 | 반대: 3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적안왕
    작성일
    23.01.12 23:09
    No. 4

    빙의하는 순간 그 인물은 자신의 실존 여부부터 걱정해야하니까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1 후레게
    작성일
    23.01.12 11:43
    No. 5

    애초에 소설속 주인공에 대한 설정인데 뭐
    도덕적 책임 운운할 정도는 아니죠
    개연성이 허용하는 한에선
    주인공이 에네르기파를 쏘든 원기옥을 쏘든
    별 상관없지요
    논리적 필연성 내에서 성립가능한 것이라면
    소설에선 무엇이든 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적안왕
    작성일
    23.01.12 23:00
    No. 6

    보통 빙의물은 끌려온거 아닌가요?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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