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
18.01.14 13:45
조회
505

1 - 1 + 1 - 1 + ... 의 제법 유명한 무한급수를 아실겁니다. 이런 종류의 문제들 중에서 제법 오래되고 유명한 편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이 무한급수의 값을 놓고 상당히 많은 논쟁이 있었습니다. 결국 결론은 1도 0도 아닌 1/2로 정해지긴 했지만, 그 결론이 무엇이었느냐는 사실 이 무한급수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이 아닙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 결론이 나오기까지, 그리고 그 결론을 놓고 일어난 전체적인 논쟁 자체가 더 흥미롭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 논쟁은 현대수학과 그 이전간의 매우 근본적인 사고관의 차이를 명백하게 보여준다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현대수학이라면 저 무한급수의 값은 0으로 정의하면 0이고 1로 정의하면 1이고 1/2라 정의하면 1/2라고 할겁니다. 그리고 각 정의가 수학의 나머지 보편적인 가정과 전제들하고 모순을 일으키는 점이 없는지 하나하나 검증을 해서 모순이 많은 정의는 나쁜 정의라 말하며 버리고 모순이 적은 정의들은 상황에 따라 가장 적합한걸 골라 사용하겠죠. 물론 수학자마다 다르겠지만, 대다수는 ‘오직 하나의 절대적으로 옳은 진리’가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모든 것은 정의하기 나름입니다. 1 + 1이 2인 이유는 관련 공리에 저희가 정의해 놓은 특성에 따르면 그 연산이 그 결과를 내놓기 때문입니다.


그 이전에는 우주에 절대적인 진리가 있으리라는 인식과 수학은 수리에 관한 진리들을 밝혀나가는 학문이라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무언가는 틀리거나 옳거나 둘 중 하나였습니다. 어떤 때는 틀리고 어떤 때는 옳은, 아니면 틀린지 옳은지는 우리가 무슨 약속을 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는, 그런 생각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수학을 포함한 전체적인 학문이 신학과 밀접한 연관을 맺었다는 것(전근대 서양/중동의 가장 핵심적인 교육기관들이라 할 수 있는 대학과 마드라사 모두 많은 경우 신학을 가르치는 장소에서 시작이 되었거나 최소한 신학을 중심으로 커리큘럼이 짜여졌습니다.) 또한 그러한 추세에 딱히 도움이 되진 않았죠. 감히 인간이 우주의 절대적인 진리가 옳은지 그른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생각은 신과 자연의 절대적인 법칙에 대해 반기를 드는 것이었으니까요. 


걍 떠올라서 끄적여봤습니다.


p.s. 쓰다보니 또 떠오른건데, 종교를 무식한 혹세무민으로 묘사하는 판타지들을 볼 때마다 항상 묘한 기분이 들곤 합니다. 이슬람 황금기의 마드라사에서 메카의 방향을 알아내기 위해(이슬람 교도로서 살아가는데 매우 핵심적입니다) 기하학을 연구하던 이슬람 신학자들이 무식하진 않았던 것 같아서요. 마녀사냥을 언급하면 더 묘해지는게, 마녀사냥은 우선 오히려 중세가 아니라 근세의 산물이고 중세 카톨릭 교회는 마녀사냥을 매우 경계시하는 태도를 지속적으로 보였습니다. 파더보른 공의회에서는 마녀사냥이 범죄라고 명백히 동의하기도 했고, 근세에 나온 마녀의 망치도 카톨릭 사제들 사이에서 ㅄ 취급 받던 사람이 날조한 추천사를 가지고 출판한 것입니다. 교회법정도 오히려 세속법정보다 더 형량이 낮아가지고 범죄자들이 세속법정 대신 교회법정에서 판결을 받으려 기를 쓰기도 했습니다. 세속군주들이 교회법정을 싫어한 이유들 중 하나죠.


물론 종교를 대체할 더 합리적인 세계관이 나타난 현대에는 여러모로 한계점을 보이고 있지만, 중세 시점에 ‘제대로 된’ 종교인은 그 시대에 받을 수 있는 가장 고등의 교육을 받은 사회지도층 엘리트라 할 수 있을겁니다. 물론 라스푸틴 같은 요승은 제외합니다.


Comment ' 7

  • 작성자
    Lv.99 코털레리
    작성일
    18.01.14 15:16
    No. 1

    얼마전에본 다큐에서 고문도구들을본적이씀 정말 잔인해보이고
    끔찍해서 가슴이두근거릴정도여씀
    그런 도구를 만든건 종교인들이고 사용한것도 종교인들임
    중세든 근세든 종교인들이 마녀사냥한건 사실이잔씀?

    찬성: 1 | 반대: 1

  • 답글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일
    18.01.14 16:23
    No. 2

    중앙집권적인 카톨릭 교회의 세력이 강한 곳은 오히려 마녀사냥이 덜한 편이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사래긴밭
    작성일
    18.01.14 16:00
    No. 3

    제는 저 급수는 발산하고, 무한급수에서 교한법칙이나 결합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라고 배웠습니다.

    저 내용에 대해 자세히 알려면 어떤 단어로 검색하면 되나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일
    18.01.14 16:21
    No. 4

    https://en.wikipedia.org/wiki/Grandi%27s_series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9 사래긴밭
    작성일
    18.01.14 17:14
    No. 5

    답변 감사합니다. 대강 읽어보면 결과, 수렴 발산과 다른 개념으로, 무한급수를 계산하는 내용인 것 같더군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0 파란펜촉
    작성일
    18.01.15 00:10
    No. 6

    이 글을 끝까지 읽어보면 시리즈가 수렴하지 않기 때문에 합계를 말하는 것은 잘못이다라고 나옵니다. 즉, 1/2는 잘못된 값이죠. 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일
    18.01.15 04:13
    No. 7

    https://en.wikipedia.org/wiki/Zeta_function_regularization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호정담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37541 전쟁설 유포하는 사람들 참 많네요. +25 Lv.24 약관준수 18.01.17 871
237540 판타지 봉건제를 유교 봉건제로 혼동하는 것이 원인 +6 Lv.50 궤도폭격 18.01.17 609
237539 연말 기부 이벤트로 받은 골드 만료기간이 있었네요.... +1 Lv.46 흉갑기병 18.01.17 481
237538 가상화폐 대폭락 중이군요. +11 Lv.60 카힌 18.01.17 950
237537 ELLE 관련 상품 좋으십디까? +2 Lv.35 일민2 18.01.17 437
237536 회귀와 봉건제 +9 Lv.60 카힌 18.01.17 719
237535 수요미식회와 맛집 +11 Lv.35 일민2 18.01.16 771
237534 역시 돈은 무섭네요. +16 Personacon 적안왕 18.01.16 896
237533 일본 만화책 +14 Lv.52 사마택 18.01.16 713
237532 군복무 단축이 기꺼운 이유. +11 Personacon 묘엽 18.01.16 737
237531 탁상행정이 싫은 이유 +6 Lv.53 소설재밌다 18.01.16 533
237530 군대에서 겪었던 에피소드 투척. +9 Lv.53 소설재밌다 18.01.16 647
237529 무협독자로서 아쉬운 점 +19 Lv.60 카힌 18.01.16 755
237528 군대를 18개월로 줄인다네요 +29 Lv.53 소설재밌다 18.01.16 719
237527 작가소설 추천 좀 부탁드려요. +6 Lv.57 ti******.. 18.01.16 531
237526 문피아 모바일 앱 지금 문제 있지 않나요? +5 Lv.18 회오리감자 18.01.15 484
237525 술이 들어간다.... +8 Personacon 적안왕 18.01.15 423
237524 돼지껍데기를 참 좋아하는데요 +4 Lv.1 [탈퇴계정] 18.01.15 493
237523 혹시 천애명월도 아시는 분.. +10 Lv.1 fr****** 18.01.15 598
237522 여러분의 자유연재란? +6 Lv.1 [탈퇴계정] 18.01.15 647
237521 요즘 메이플에 빠졌습니다. +27 Lv.96 18.01.15 653
237520 처음으로 렌즈를 꼈습니다. +2 Lv.69 고지라가 18.01.14 498
237519 도박꾼, 중독자들 하곤 친분을 떠나서 연락하면 안됩니다. +6 Lv.24 약관준수 18.01.14 722
237518 서재 외부배경 바꾸려면 이미지 크기가 얼마나 되야하나요 +2 Personacon Azathoth 18.01.14 518
237517 심심해서 무료작들 뒤지고있었는데... +1 Lv.44 18.01.14 774
237516 이번 연참대전은 뭔가 심심하네요. +5 Lv.52 라토르 18.01.14 724
237515 너무 재미없는 어른이 되어 버렸습니다 +8 Lv.25 술그만먹여 18.01.14 620
237514 최두호 상대 스티븐스 "그는 경기 경험 적고..." +3 Personacon 윈드윙 18.01.14 514
237513 최근 꾼 악몽 +4 Personacon 적안왕 18.01.14 549
» 형식주의가 생각하면 정말 엄청난 패러다임의 변화였던 ... +7 Lv.96 강림주의 18.01.14 506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