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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Personacon 윈드윙
작성
17.09.13 02:28
조회
494

프로농구 창원 LG는 2%아쉬운 팀으로 불린다. 꾸준히 좋은 전력을 유지하며 매 시즌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 왔지만 단 한번도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구단의 지원도 좋거니와 그로인해 빼어난 선수들도 많았다. 팬들의 성원도 어떤팀 못지않게 열광적이다. LG입장에서는 속이 터질 노릇이 아닐 수 없다.

LG는 우승을 위해서 안해본 게 없다. 그 어떤 팀보다 팀 색깔도 많이 바꿔봤다. 이충희 초대감독 시절 수비농구로 정규리그 2위라는 성적을 내며 신생팀 돌풍을 일으킬 당시만해도 LG가 이렇게 오랫동안 우승갈증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LG는 이충희 감독의 수비농구 이후 아마무대 명장출신 김태환 감독과 함께하던 시절, 공격농구로 맹위를 떨쳤다. 정확히 말하면 외곽슛을 전면에 내세운 이른바 '양궁농구'였다. 당시 LG의 외곽슛 위주 공격 라인업은 그야말로 파격적이었다.

조성원, 조우현의 '국가대표급 쌍포'에 이정래 등 뛰어난 슈터들이 벤치에서 줄줄이 대기하고 있었는데 그야말로 누가 코트에 나서든 곳곳에서 외곽슛이 터질 수 있는 라인업으로 선수단이 구성됐다. 외국인선수까지 외곽슛에 일가견이 있는 에릭 이버츠였다. 하지만 탄탄한 밸런스와 수비를 자랑하던 삼성의 벽에 가로막혀 '넘버2'에 그치는 불운에 울어야했다.

물론 LG는 포기하지 않았다. 2013~14시즌을 앞두고 '탱킹(Tanking)' 의혹까지 감수하며 김시래, 김종규 등 젊은 특급 선수들을 품에 안았다. FA로 최고 혼혈 선수 문태종을 데려온 것을 비롯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는 러시아리그 득점왕 출신 데이본 제퍼슨까지 합류시켰다. 기존에 있던 두터운 선수층까지 감안했을 때 우승하지 못하면 이상할 정도의 전력이었다. 하지만 역시 LG는 마지막에 웃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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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주엽은 이번에 자신이 맡게된 창원 LG에서도 현역시절 활약한바 있다.
ⓒ 창원 LG


우승에 한 맺힌 현주엽과 LG, 어떤 호흡 보일까?

올 시즌 LG는 또다시 큰 변화를 줬다. 다름아닌 프로농구 인기스타 출신 '하마' 현주엽(42·195cm)을 7대 사령탑으로 영입한 것이다. 현주엽은 이름값은 높지만 지도자 경력은 일천하다. 최근까지도 방송에서 활동했을 정도로 변변한 경험도 쌓지 않았다. 어찌보면 파격적 인사라 할 수 있다.

초보 현주엽 감독이 어떤 능력을 보일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지도자로서 만들어놓은 데이터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형님 리더십을 발휘해 LG를 하나로 똘똘 뭉치게 할 수도 있고 아니면 경험부족을 드러내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일단은 뚜껑을 열어봐야하는 상황이다. 감독경험이 있는 김영만이 코치로 함께하게 된 점은 호재다. 감독 경험자가 코치로 초보감독을 보좌하는 것 또한 흔치않은 그림이기는 하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선수로서의 현주엽은 농구팬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스타 출신이다. 농구선수로서의 현주엽은 묵직한 체격과 파워를 갖춘 데다 무척 영리하기까지 했던지라 휘문중·휘문고 시절부터 이미 '골리앗' 서장훈과 함께 전국구 스타로 명성이 높았다. 고려대를 거쳐 SK에 전체 1순위로 입단하는 등 그야말로 탄탄대로를 달렸다.

하지만 프로무대 현주엽의 농구인생은 그다지 순탄치 않았다. 외국인선수와 몸싸움을 해도 밀리지 않을 만큼의 파워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패스 위주로 게임을 풀어나가는 등 궂은일보다는 어설픈 기술자를 고집했다. 이는 시즌이 거듭될수록 더욱 심해졌다. 하마라는 별명답게 그가 골밑에서 한몫 거들어 준다면 소속팀은 더욱 강해질 수 있었지만 현주엽의 플레이는 팀에서 원하는 바와 사뭇 달랐다.

어떤 면에서 현주엽은 패싱센스까지 겸비한 올라운드 플레이어였다. 그러나 팀에 대한 플러스 효과는 극히 미미했다. 과거 허재가 전천후 선수로 불렸던 배경에는 가공할 득점력을 과시하는 가운데 패스, 수비까지 모두 좋았기 때문이다. 득점을 잘하면서 패스 또한 좋아야지 거기서 득점이 빠져버린다면 이도저도 아닌 플레이어로 전락할 수 있다.

상대팀 입장에서 패싱머신으로 변해버린 현주엽은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다. 현주엽이 부담스러운 것은 미식축구 선수를 방불케 하는 몸싸움 능력이었다. 그러한 부분이 배제된 채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패스만 한다면 수비하기가 너무 쉬워지는 것이 사실이다. 더불어 자신의 소속팀 가드까지 죽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이너스 요인이 매우 컸다.

현주엽은 서장훈과 함께 아마시절부터 다루기 힘든 선수로 꼽혔다. 이는 프로에 와서도 마찬가지였다. 감독 입장에서는 통제도 쉽지 않고 플레이 자체도 팀에 큰 도움이 되지 않으니 이름값에 비해 쓰임새가 적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인기스타임에도 수차례 팀을 옮겨 다닌 이유이기도하다. 밖에서 볼 때와 안에서 함께 할 때의 느낌이 너무도 달랐던 것이다.

저니맨으로 전락한 것보다 현주엽을 더 슬프게 한 것은 '무관의 제왕'이라는 원치 않은 타이틀이었다. 프로에서의 현주엽은 단 한번도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 개인성적은 나쁘지 않았으나 우승 퍼즐의 한조각과는 영영 인연이 없었다.

어찌보면 그렇기 때문에 현주엽과 LG는 서로가 더욱 간절하게 우승을 향해 도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만약 현주엽이 초보감독으로서 LG에서 우승의 염원을 이뤄낸다면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윈윈'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현주엽의 아쉬운 프로경력은 지도자라는 새로운 인생으로 메워질 수 있고 LG 역시 마지막 끝점을 찍은 채 본격적인 명문구단으로서의 도약이 가능해진다. 그야말로 최상의 시나리오인 것이다.

올 시즌 LG는 우승후보로 손색없는 강력한 전력을 구축했다. 김시래(28·178㎝), 조성민(34·190㎝), 김종규(26·207cm)의 '토종 빅3'는 이름값은 물론 밸런스적인 측면에서도 훌륭하다.

사실상 이제는 국내 최고의 정통파 포인트가드인 김시래의 게임조율아래 베테랑 슈터 조성민의 외곽슛이 불을 뿜고 국가대표 센터 김종규가 포스트를 지켜준다면 어느 팀도 두렵지 않다. 언제나 그랬듯이 박인태(21·200㎝), 기승호(32·194cm), 정준원(28·193cm), 정창영(29·193cm), 최승욱(25·193cm) 등 각 포지션별로 뛰어난 선수들이 즐비하다.

조쉬 파월(34·201.6cm), 저스틴 터브스(30·188cm) 등 새로운 외국인선수들 역시 돌아올 시즌을 기대하게 한다. 특히  김종규, 파월의 '트윈타워'는 높이와 기동력에서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을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터브스의 종아리 부상은 변수다. 부상이 심각할 경우 대체용병으로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장신 파월이 아닌 단신 터브스가 부상이라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LG 앞선은 토종 라인업만으로도 리그 최고수준인지라 터브스 없이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다. 상황에 따라 대체용병이 그 이상으로 잘해줄지도 모를 일이다. 이래저래 새 시즌이 기대되는 현주엽호의 LG다.


- 문피아독자 윈드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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