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이 무엇을 목표로 움직여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
5-6년 전에 글을 끼적거릴 때는 이걸 대충 생각하고 넘겨서 하루에 4-5천자씩 빠르게 쓰다가 멈추어 버렸었습니다. 이 고민이 없이 쓴 글을 결국 '주인공이 뭘하는지 모르겠다'라는 근본적인 비판을 받게 되고, 글쓴이 스스로도 '내가 뭘 쓰는지 모르겠다'라는 자괴감에 빠지게 되지요.
그런데 이 고민이 지금까지도 글을 써보려고 할 때 풀리지 않습니다.
왜 이리 목표 설정이 안 되지? 다른 작가들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 봤습니다.
성공 또는 복수 또는 멸망(멸종) 막기
그 많은 글들 중 이 세 가지를 벗어나는 게 거의 보이지 않더군요.
회귀물의 작가편의적 장점을 또 하나 발견했습니다. 회귀 전에 친구 배신을 맞고 죽으니 그 사람에 대한 복수라는 목표가 있고, 인류 멸망의 마지막 생존자로서 회귀를 하니 멸망을 막겠다는 목표가 있고, 이전 생에서는 실패자였으니 다른 사람은 어떻게 되든 나는 성공하겠다는 목표가 있고...
저 정도 목표 설정도 없이 막연하게 써진 글들도 많지요. 그런 글은 초반 급성장할 때, 즉 무료분일 때는 읽다가도 유료연재가 시작하고 나면 포기하게 됩니다. 작가의 필력을 떠나서, 준비가 부족한 글인지라 파국이 예약되어 있죠.
어쨌든, 제가 다른 글들을 참고해서 글을 써보려고 하니 이건 복제물밖에 안 되겠다는 문제가 생기더군요. 제가 공감하는 주인공이라면 '내가 무엇을 목표로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방황형인데, 억지로 목표를 설정시키니 따라하기가 될 수밖에요.
이전에 삼국지를 쓰려 할 때에는 주인공에게 천하통일을 목표로 시키기 힘들었고, 천하통일 없는 삼국지 소설의 끝이 무엇인가 상상이 안 가 그만두었습니다.
이번에는 메타픽션을 핵심으로 하는 글 아이디어가 떠올랐는데, 역시 이 부분에서 막히네요. 만약 여러분이 '현실에서' 소설 주인공이라는 '직업'을 가지게 된다면, 무엇을 목표로 할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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