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키워드가 너무 단순한게 아닙니까? 글쓴 님이 제시하신 삼국지 예로 들겠습니다.
천하통일이 왜 궁극적인 목표가 되죠? 그거 하나 뿐입니까?
아닙니다. 예를 들어드릴까요? 이런것도 얼마든지 가능하죠.
주인공은 '먹고 살만 하면' 만족하는 소시민이라고 하죠. 목표가 뭘까요? '안락한 삶' 그런데 난세라서 이건 뭐 장사고 나발이고 먹고 살게 없어요. 그래서 '문사' 로 출사를 결심합니다.
'관리가 최고야!'
대기업이 짱이라고 원소진영에 가서 한탕 크게 먹고 잠적하려 했는데 외모가 장군감이라고 장수로 출전해버려요. 묻어갔더니 운 좋게 공을 세웠고 전풍이 주인공을 너무 잘해줍니다.
나름 안정적인 기반이 잡혀서 먹튛할까 말까 하고 있는데 조조진영에서 투서가 오네요.
'우리 조조진영으로 오면 그대를 후로 봉하여 대대로 빛나게 해드리리다.'
소시민 주인공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이 주인공이 궁극적인 목표는 한결같습니다. '먹고살만한 안락한 노후' 따위죠. 그런데 주인공은 망설이게 됩니다. 왜죠? 다른 가치가 대립하니까요. 원래대로였다면 망설임없이 조조진영으로 가야하죠. 그런데 그게 안됩니다. 소설은 이렇게 나아갑니다.
목표달성 이나 비전 2017 따위가 아닙니다.
시야를 너무 높게 두고 '목표'를 설정하면 세상 모든게 시시한 것들 뿐입니다. 자유를 위해? 정의를 위해? 그런 거창한 것들은 학자들이 하는 이야기죠.
독자가 바라는 궁극적인 목표는 형이상학적인 '도 닦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작은 가치들의 대립과 욕망이 서로 대립하는 가운데 선택을 하고 방황을 하고 좌절하고 성공하고 급기야 성장하는 이야기가 소설입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소설에서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궁극적인 욕망이 소설에서 필요할 뿐이죠.
갈등하는 이야기가 소설인 것지이 목표달성 아자아자! 가 소설이 아닙니다.
그게 안 되서 고민이라는 것이지요 ㅠ 제가 단순한 목적들을 예로 제시한 것은 실제로 지금 그런 글들이 많기 때문이고요. 음, 님께서는 \'왜 목표에 집착하나? 소설은 목표달성 아자!가 아니다\'라고 하시지만, 저 같은 초보 글쟁이는 목표달성 아자!를 염두에 두고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 그러면 처음엔 몰라도 글이 안 써져요. 그리고 님이 예로 제시한 것처럼 주인공이 움직이는 삼국지 소설은, 저라면 읽지 않습니다. 무슨 불도저처럼 주인공이 심리적 갈등 하나 겪지 않고 무조건 한 길만을 달리지 않으면 발암이다! 같은 게 아닙니다. 평범한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소시민 주인공이 되느냐, 아니면 별로 인생역정이 궁금하지도 않은 우유부단한 놈이 되느냐의 문제죠. 근데 아무래도 작가가 그냥 연재주기에 쫓겨서 그때그때 적는 글에서는 후자가 될 가능성이 농후할 것입니다. 기계적으로 유료편을 결제하다가, 어느 순간 안 보아도 다음 내용이 궁금하지 않은 글이 돼죠.
어떻게 생각하면 주인공이 너무 강해져버린 폐해가 아닌가 싶습니다.
지구상에서 유일한 능력을 가지고 누구도 범접하기 어려운 경지에 오른 아무개씨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니까 원래대로였으면 소설상의 목표가 되었을 법한 비밀조직, 국가, 몬스터, 사건들이 전부 에피소드 1챕터에 정리될 대상으로 격하된 꼴이 되었죠. 반대로 그런 적들을 주인공이 진지하게 상대할 정도로 강하게 설정한다면, 프롤로그에서 자랑한 주인공 스펙이 있는데 이게 가능하냐는 딴지가 걸리구요... 그러니 실제로 이야기의 몇퍼센트도 비중이 없는 다른 세상의 침략자, 신 같은 애매한 존재를 적으로 해두던가, 그런 거랑 무관한 통장잔고와 갑질목록 갱신이 목표가 되는게 아닐까요. 아니면 차라리 일상물이 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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