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연중, 한 작품 연중 후 다른 작품 연재, 계속되는 리메이크 등. 작품 외적인 문제로 거르는 작가들은 대부분 비슷하실 겁니다. 대표적으로 약빤홍삼이라거나.
그럼 작품 내적인 문제로 거르는 작가들도 있으십니까? 문체든 소재든 전개든 전작이 마음에 안 들면 아예 거르는 작가들이요.
전작과는 아예 다르게 신작만 보고 평가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전 전작이 제게 안 맞으면 그 이후로는 아예 작가를 거릅니다. 저만의 기준에 의한 평가에 미달한다면, 그 이후로도 합격선을 넘는 작품을 쓰는 경우를 못 봤거든요.
전작이 제가 보기엔 너무 유치하거나, 개연성이 부족하거나, 자료 조사가 미흡했거나, 설정 파괴가 심해서 하차한 작가님들의 신작들도 그다지 발전한 점이나 달라진 점이 안 보여서 결국엔 금방 하차하게 됩니다.
명확한 단점까지는 아니더라도 묘사가 거슬린다거나 문체가 마음에 안 든다거나 하는 취향적인 이유로 아예 거르는 작가님들도 있습니다. 취룡 작가님과 디다트 작가님이 여기에 속하시네요.
그리고 방금 또 한 분이 추가됐습니다. 정말로 매우, 엄청 슬픈 일이지만 휘긴 경, 홍정훈 작가님도 이제는 제 기준에 거르는 작가님이 되었습니다.
비상하는 매, 더 로그, 월야환담 채월야 등 수많은 인기작들을 쓰신 작가님이고 지금도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계십니다. 저는 그 중에서도 월야환담 채월야를 가장 좋아했습니다. 10번쯤 읽었나요.
거의 10년 전쯤에 창월야를 끝으로 홍정훈 작가님의 작품을 못 봤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마왕전생 Red, 월야환담 광월야를 읽었죠. 마왕전생 Red는... 너무 가벼웠습니다. 기신전기 던브링어를 쓰면서 시드노벨, 라이트노벨 쪽으로 전향하신 느낌이 확 들었달까요. 소재와 배경 자체는 무거웠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의 만담이나 여자가 꼬이는 상황과 전개는 너무 가벼웠죠. 특히 대척점을 이루는 악당 캐릭터인 황제가 너무 매력이 없었습니다. 자기의 신념과 정의를 가지고 행하는 인물이라는 점은 작중에 잘 나타났지만 그냥 매력이 너무 떨어졌죠.
약간의 실망을 안고 난 뒤에 보게된 광월야. 6권 중간에 더이상 못 보고 하차했습니다. 제가 채월야를 여러번 읽을 정도로 좋아했던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습니다만, 가장 대표적으로 뱀파이어, 인외에 대한 한세건의 광기와 증오, 그리고 매력적인 악당 사혁,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지금도 생각나는 장면은 한세건이 플렉스 메디칼 테러 후에 헤카테가 탄 헬기와 추격전을 벌이면서 바이크로 서울 도심에서 시속 200km 이상을 내면서 도주하던 장면. 그리고 사혁이 “한세건, 오오, 한세건. 당신은 어째서 한세건인 건가요?!”라고 하자 “...로미오와 줄리엣인가? 12미터짜리 남자 줄리엣이라니 다이어트나 하시지?”라는 한세건의 대꾸에 “틀려! 이것도 다이어트한 거라고. 전엔 16미터였다! 내 노력을 몰라주다니 개 같은 로미오로군!”라고 돌려주는 둘의 만담입니다.
특히나 뱀파이어, 나아가 월야에 대한 증오는 한세건이라는 인물을 지탱하고 구성하는 가장 큰 축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모습들이 창월야를 거쳐서 광월야에서는 거의 퇴색되어 나타납니다. 라이칸스로프인 이사카, 서현과 협력하여 거의 파트너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등 자신의 정체성인 광기와 증오가 덜해진 모습이 보입니다.
거기다 악역인 진마 앙리 유이는 잘 등장도 하지 않아 악당으로서의 매력 발산도 잘 안 되고, 채월야, 창월야를 거쳐 광월야까지 하면 20권이 넘는 시리즈인데 시리즈 내내 뱀파이어나 라이컨스로프가 상식을 벗어난 힘이나 파괴력을 보이면 ‘피와 살로 이루어진 몸이 이런 파괴력이라니?!’라는 식의 서술이 끊이지 않아서 질리게 만듭니다.
그냥 간단히 말해서 재미가 예전보다 떨어집니다.
이건 작가님들에 대한 비평이나 비난이 아닙니다. 그냥 제 기준과 취향에 안 맞는 작가님들이 계시고, 그런 분들이 신작을 써도 여전히 제 기준에서 벗어나기에 아예 거른다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썼네요. 예전엔 취향에 맞았는데 신작이 그렇지 않으면 그 후로 쓰는 작품들도 영 맞질 않아서요.
믿고 보는 작가님이었던 분이 믿고 거르는 작가가 되어서 뭔가 글이 길어졌습니다.
여러분들의 믿고 거르는 작가는 누가 있으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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