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버린 여신이 바닥에 주저앉은채 사타구니에서 끊임없이 신혈을 흘려보내는 세계가 있습니다. 그 세계의 대지는 저주 받았고 여신의 신혈은 마치 이집트의 나일강처럼 그 대지를 가로지르며 아무도 모르는 어딘가로 흘러갑니다. 인간은 저주 받은 대지에서 살아갈 수 없기에 여신의 신혈 위에 거대한 배를 띄워서 도시를 이룹니다. 정확히는, 여신의 신혈이 강이라 한다면 그 강의 정확히 중류에서만 거주합니다. 그 중류에서 하류로 떠내려간다면 점점 더 세계가 저주에 비틀려가고 상류로 거슬러올라가면 여신의 광기에 물들어갑니다. 그래서 그곳의 사람들은 언제나 극심한 두려움에 시달리며 최대한 제자리에 머물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그런 세계에 아주 기이한 배가 한 척 있습니다. 그 배는 모든 도시들의 추방자가 모인 곳으로 나병환자와 미치광이들을 모아 선원으로 삼는 곳입니다. 그 배는 항해라는 것에 조금의 두려움도 가지지 않은채 도시들을 자유로이 오가고 그 배가 올 때마다 도시들은 온갖 문젯거리들을 다 그 배에 쏟아버립니다. 그러면 그렇게 미치광이들을 가득 실은채 그 배는 다시 어디론가 사라져갑니다. 그 배는 각 도시가 서로와 교류할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무역의 수단이지만 사람들은 그 배를 언제나 불결한 것 처럼 꺼림찍하게 대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한 젊은 부호가 습격을 당합니다. 그 부호는 짤막한 세월에 사업을 크게 벌여 자수성가한 사람인데, 도시의 사람들은 그 부호를 언제나 못마땅하게 여겼습니다. 가난한 자이던 부유한 자이던 기존의 질서가 변화하는걸 싫어했고 부호는 바로 그 변화를 불러왔으니까요. 그래서 시의회의 암묵적인 동의아래 부호의 부를 탐낸 친척들이 부호를 습격해 납치했고, 사제를 불러 그 부호를 미치광이라 정식으로 인가 받은 다음 기이한 배로 추방을 시켰습니다.
그 후에는 그 부호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그 부호는 자기가 타고 있는 미치광이들의 배가 다른 어디도 아니라 바로 여신이 신혈을 흘리는 상류를 향해 항해한다는걸 발견하게 되고, 그 후 여신을 향해 가까워질수록 점점 더 기괴하게 세상이 미쳐돌아가기 시작하는거죠. 마치 세계의 물리법칙 그 자체가 광소를 내지르듯 도저히 이성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불가해한 상황이 계속 벌어지고 그 속에서 부호는 점점 광기에 잠식되어갑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현실과 망상의 경계를 무너트리고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없게 된 채로 미쳐 날뛰는 강바닥을 향해 잠수하고 다시 표면으로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런 부호가 아예 존재한 적도 없다는듯 미치광이들의 배는 다시 상류를 향해 항해를 계속합니다.
걍 이런 이야기가 문득 떠올라서 함 끄적여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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