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이라고 다 나쁜 것들만 있는 건 아니죠 -_-;;;
복지관 출신 오선아양 동병상련 무료봉사 6년째
[조선일보 정아연 기자]
8일 아침 노원구 중계동에 사는 오선아(19·신경여자실업고 3년)양 집에 수경이(여·중2)가 찾아왔다. 수경이는 여고생 오선아양에게 “엄마”라며 빨간 카네이션 한 송이를 달아 주고 갔다.
선아는 동네 ‘마들 사회복지관’에서 수경이를 포함한 아이들에게 ‘엄마’로 통한다. 6일 오후 6시 복지관의 5평 남짓한 공부방. “선아 엄마! 이거 학교에서 그린 거야. 한번 봐 봐” 하며 혜림이(여·상계초등학교 2)가 스케치북을 들고 달려왔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맞벌이하는 부모가 함께 놀아주지 못하는 어린이들에게 선아는 공부만 가르쳐주는 게 아니라 머리를 예쁘게 묶어주고 점심을 챙겨준다. 공과금도 대신 내주고 3000원짜리 티셔츠를 사 입히고 아이들을 꼭 안아주는 ‘엄마’다.
선아는 11년 전 초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를 암으로 잃었다. 홀로된 선아 어머니 김봉자(49)씨는 그때부터 요구르트 배달에 나섰다. 엄마가 일을 나간 새벽 6시부터 밤 늦게까지 선아는 늘 혼자였다. 그런 선아에게 동네 복지관 어린이집은 집이자 학교였고 부모님이었다.
복지관에 익숙해진 선아는 6학년이 되면서 자신이 먼저 복지관에 나와 아이들과 놀아 주고 청소, 환경미화 등 궂은 일을 맡아 했다.
“혼자 있는 아이들의 외로움은 겪어본 사람만이 알거든요. 저를 돌봐준 복지관에 뭐든 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시작한 무료봉사가 벌써 6년째다. 고교 2년간의 봉사시간만 1000시간이 넘는다.
밤 10시까지 아이들과 씨름하다 집에 돌아온 후에는 새벽까지 공부한다. 선아는 요즘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수능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 사회복지를 공부해야 아이들에게 더 좋은 것들을 가르쳐 줄 수 있잖아요.” 선아는 “나를 필요로 하고 엄마처럼 따르는 아이들이 있어서 행복합니다”라고 말했다.
(정아연기자 [email protect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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