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종말 그 후.
서기 3945년 9월.
거대한 유성군이 태양계 옆의 은하계로 진입했다. 반경 1m를 넘는 유성만 해도 수만 개, 자잘한 것들까지 포함하면 이루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수였다. 태양계 전체를 삼키고도 남을 만한 대재앙은 일명 카오스의 유희로 불리었다. 장난처럼 우주의 일부를 생성했다가 파괴하는... 은하계가 차츰 파괴되기 시작했다.
행성에너지를 이용한 레이저빔은 확실히 엄청난 위력을 보였다. 하지만 많은 에너지를 소모에 비해 성과는 미미했다. 저 유성군에는 자잘한 생채기만 남겼을 따름이다.
이제 인류는 멸망을 예고했다. 태양계 곳곳에서 살고있던 이주 지구인들은 그 소식에 혼란에 빠져들었다. 수명연장의 꿈을 이룬지 언 천년. 평균수명이 800년으로 늘어난 이때에 느닷없는 비보였다.
태양계 25번째 행성 xxxx 지구연합 지도자 위원회의 비밀회의실.
"이번 탐사도 실패라니... 이대로 이 태양계의 생명체는 멸망이란 말인가?"
실의에 빠진 카사노프 위원장의 말에 원탁을 가득 메운 십인의 위원들은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저 카오스의 유희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된 거요?"
한 위원의 물음에 답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 광대한 우주에서 인간의 영향을 미치는 지역이 얼마나 되겠는가?
"빌어먹을."
위원장의 상스러운 말투에도 침묵은 계속되었다.
"삐익~."
이 때 원탁 중앙보다 약간 낮은 위치의 모니터에서 경보음과 함께 하나의 파란색 점이 나타났다.
"생존자다앗!"
멍하니 모니터를 쳐다보고 있던 한 위원의 외침에 모든 위원의 시선이 모니터로 향했다.
"오오. 신이시여. 정녕 생존자란 말입니까? 하르만 위원 어서 실험실에 연락을 하게."
시끌벅적한 위원실의 분위기는 일말의 희망을 노래하고 있었다. 조치를 취하고 한 시간 후. 학자풍의 한 노인이 위원실의 게이트를 통해 이동해왔다.
"아! 사르핀 박사. 누구요? 누가 생존해 있는 것이요?"
위원장의 재촉에 사르핀 박사는 한숨을 내뱉으며 대답했다.
"생명장치 번호 21번. 이름 백구, 나이 3세, 성별 ..."
노 박사의 어이없는 보고에 위원들은 입을 벌린 채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그럼. 이 생존자가... 아니, 그것이 탐사대장 한백 소령의 애완견이란 말이요?"
"예. 그렇습니다."
"허어."
힘없이 내뱉는 위원장의 한숨에 사르핀 박사는 희망이 담긴 말을 위원실에 뿌렸다.
"일단 생존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까지 5번의 탐사 끝에 첫 생존입니다. 이는
반드시 원인이 있을 터, 홀 진입이전부터 다시 검토하겠습니다. 내일이면 생존에 대한 단서를 찾을 것입니다."
"좋소. 박사는 연구원들과 기필코 그 단서를 찾도록 하시오. 우리 위원들은 차후 일들을 처리할 터이니..."
"그럼. 이만..."
첫 생존 신호가 나온 이후 며칠이 지났다. 사르핀 박사의 생존에 대한 단서는 그 때까지도 오리무중이었다. 그 동안 이 비밀 연구소는 빈번한 탐사로 인한 행성에너지의 소멸로 다른 행성으로 옮기게 되었다. 이제 남은 시간은 대략 한달. 한달 안에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인류의 역사는 여기서 끝맺음을 장식할 것이다.
처음 이 홀의 발견에 학자들은 블랙홀로 단정 지었다. 뭐든지 빨아들이는 성질이 그것과 같았기 때문이었다. 태양계와 은하계에서 발견된 블랙홀은 대략 50여 개, 이 중에서 교통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은 단 3개였다. 블랙홀의 생명주기는 대략 100년 정도라서 생성되는 즉시 연구하여 교통통로로써의 가치를 살펴야했다. 이 가치평가 실험에서 교통연구소 직원들은 이것이 기존의 블랙홀과 다른 것임을 알아차리고 상위기관인 우주연구소로 이관되었다.
생성된 지 200년이 지났건만 이 홀은 여전히 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ㅡ.ㅡ 갑자기 이런 글이 생각나서 약 30분 동안 자판을 두들겨 봤습니다.-_-
어떻습니까? 차원 진입 이전의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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