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그때 원균이 나대용의 따귀를 올려붙였다. 그리고 백발이 성성한 이순신의 머리를 틀어쥐고 좌우로 흔들어댔다.
"꺼억꺼어억."
이순신이 가래 끓는 소리를 냈다. 천하를 호령하던 통제사의 면모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지금 그는 그냥 두어도 곧 숨이 넘어갈 것만 같은 시골 촌부에 다름 아니었다.
원균은 이순신을 개처럼 질질 끌고 운주당 섬돌 위로 올라섰다. 오른손에 상방참마검을 쥐고 살이 두툼하게 오른 양볼을 실룩이며 주위를 노려보았다. 장졸들은 얼어붙은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요동하는 것이라곤 그들의 검은 눈동자 속에서 이글거리는 작은 횃불뿐이었다. 원균은 상방참마검을 높이 들고 격문을 읽듯이 어둠에 묻힌 한산도 앞바다를 향해 소리치기 시작했다.
"잘 봐라. 이놈은 임금을 속인 역적이다.(하략)"
(<불멸> 3권, 340~341쪽)
2. 김탁환의 <불멸>
이 소설이 지닌 치명적인 문제점은, 저자가 미리 자의적으로 설정해 놓은 이순신과 원균의 캐릭터에 맞추느라 수많은 역사적 사실들을 의도적이고 악의적으로 왜곡한 것이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황당하고도 해괴한 역사 왜곡이 마구 감행되어 있을 뿐더러, 당시의 제도와 그 운용에 대해서도 어두워서 실제와 전혀 다른 묘사도 자주 등장한다. <불멸>이 지닌 문제점을 세 단계(어린 시절, 함경도 시절, 임진왜란)로 나누어 고찰한다.
1) 어린 시절
김탁환은 '원균은 명장'이라는 전제 아래, 그의 캐릭터를 사내답고 씩씩하고 호쾌하고 무용이 뛰어난 무장으로 설정했다. 김탁환은 그런 설정에 맞추기 위해서, 아예 원균의 어린아이 시절부터 왜곡하기 시작했다. 원균은 이순신과 유성룡과 함께 어렸을 때부터 서울 건천동의 한 동네에서 자라면서 아이들의 대장노릇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열두 살인 원균이 열 살인 유성룡과 이요신(이순신의 형)의 도전을 받아들여 전쟁놀이를 하는 장면을 만들어 넣었다. 전쟁놀이의 결과, 원균은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었고, 그 결과 유성룡과 이요신은 원균의 앞에 꿇어앉아 눈물을 훔치고, 추운 겨울날임에도 불구하고 원균이 명에 따라 바지를 벗어 엉덩이를 드러내야 했으며, 바지를 안 벗으려고 버티다가 강제로 옷을 찟기고 있는 일곱살 짜리 약골인 코흘리개 이순신을 구하려 나섰다가 유성룡이 원균에게 죽도(竹刀)로 심하게 맞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불멸> 1, 240~242쪽).
이것이 kbs의 불멸의 이순신의 원작입니다. 시종일관 저런 방식을 고수하더군요. 원작이 이럴진대 드라마는 안봐도 뻔합니다. 윗글은 한제국건국사 윤민혁님의 사이트 자유게시판 조금만 발췌한 것입니다.( http://www.whitedeath.pe.kr ) 윤민혁님 사이트에 가시면 원문을 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어이가 없어서 이런글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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