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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99 곽일산
작성
03.12.23 21:48
조회
191

[오마이뉴스 조창완 기자]기자가 처음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 의도를 안 것은 2002년 여름 고구려 유적지인 지안(集安) 등지를 돌아보고, 옌지(延吉)에 있는 옌볜 과학기술대를 방문했을 때였다.

통화(通化)에서 한 탈북자 아주머니의 안내로 지안을 들렀는데, 촬영을 철저히 통제하는 등의 모습에서 무엇인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옌지에서 기자는 그곳에서 여름내 교환교수로 활동하던 선배를 통해 통탄할만한 현실을 들었다.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여행을 마치고 나서 <오마이뉴스>에 감상기를 쓰기도 했다. 이 글에서 기자는 “그곳의 교수들과 교류과정에서 중국 극우사학자들이 고구려의 역사를 중국사에 편입시키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 말은 북한은 물론 한국조차도 중국의 지배에 넣으려는 역사조작이 아니고 무엇일까. 물론 중국 극우파 망나니들의 장난이겠지만 이런 상상이 나올 수 있는 현실이 더욱 분통터진다”고 당시의 분노를 옮겼다.

이후 기자에게도 이 문제는 큰 관심의 대상이었지만 쉽사리 손을 대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섣부른 판단과 행동은 결국 중국에게 또 다른 이로움을 제공할 뿐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마치 독도 문제를 두고 벌이는 한일간의 불필요한 마찰은, 결국 일본을 이롭게 할 수 있다는 논지와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러던 중 중국의 고구려사 문제가 급속히 불거지기 시작했다. <신동아> 2003년 9월호는 ‘중국은 왜 고구려사를 삼키려하는가’라는 제하의 기사를 내보냈고, KBS도 2003년 10월 12일 방송한 <일요스페셜> ‘한중역사전쟁’을 통해 이 내용을 상세히 보도했다. 신동아 기사는 사건의 전반적인 내막을 파는 심도 깊은 기사였고, 일요스페셜 역시 그런 의미를 지닌다.

일요스페셜은 지안에서 열린 천도행사 등을 지적하며, 역사왜곡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또 한편으로는 2003년 2월 중국이 지안 유적 등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한 것을 언급했는데, 이는 북한의 세계문화유산 신청 무산 이후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그 정치적 흑막도 배제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역사학자는 아니지만 중국의 대외관이나 역사관을 바탕으로 고구려를 삼키려는 중국의 야욕에 대한 몇 가지 대처방식을 풀어보고자 한다.

우선 밝혀진 것을 정리하자

▲ 2002년 7월 광개토대왕릉비. 유리관을 쓰기 전이다. 비디오 촬영 캡처

ⓒ2003 조창완

우리는 이미 ‘동북공정’이나 우리가 잘 모르는 사이에 나온 중국의 논문들을 통해 중국의 고구려사 흡수 야욕이 시작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 고구려의 국내성 천도 행사까지 벌인 것을 보면 그 의지를 대강 알만하다. 특히 지안 유적의 세계문화유산 신청도 가장 중요한 흐름 가운데 하나다.

일련의 과정을 볼 때 중국의 의도는 확실히 드러나 있다. 그러나 중국 스스로도 아직 이런 '역사 왜곡'을 자신 있게 내세우고 있지는 않다. 필자가 확인한 바로는 2000년 이전까지 쓰여진 중국 통사책에는 대부분 고구려를 백제, 신라와 더불어 조선(朝鮮 즉 한국)사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보는 <신편중국통사>(新編中國通史 福建人民出版社 간/1991년 편)도 마찬가지인데, 삼국이나 위진남북조 부분에서 선비족 등 다른 소수민족사는 대부분 중국의 일부로 두고 있으면서 고구려사는 백제, 신라와 더불어 조선사로 따로 분류하고 있다.

물론 부분적으로 신속(臣屬)관계 등의 표현이 보이지만 아직까지 중국 역사학자들의 대부분이 고구려사를 별개로 취급하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중국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파악하자

▲ 광개토대왕능비인가, 장수왕릉비인가로 설이 분분한 장군총

ⓒ2003 조창완

지금 우리나라에서 중국의 역사왜곡에 관한 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반면 정작 ‘중국의 동북공정’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 이 내용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 글을 본 적도 없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는데, 우리는 지금 '적'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중국이 고구려사를 편입시키려는 소극적인 면과 적극적인 면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일단 소극적인 면으로 볼 때 우선은 간도문제가 정리되는 시점에서 제기될 수 있는 우리나라나 북한의 간도 영유권 분쟁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함을 들 수 있겠다. 또한 랴오닝, 지린, 헤이롱지앙성 등 조선족 동포가 거주하는 지역의 영토권을 재확인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즉, 중국이 지금의 영토를 확고히 하자는 소극적 전략의 일환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중국이 지금까지 벌이는 여러 가지 시도를 봤을 때, 이 수위보다 휠씬 높을 가능성이 많지만, 우리는 정치적으로 이 수준에서 고구려사 논의를 진행해야 됨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적극적인 면으로 봤을 때는 정치적 혼돈 속에 있는 북한을 통합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느냐 하는 면까지 살필 필요가 있다. 고구려사가 중국사에 편입되면 지형적으로 북한의 영토는 중국사에 편입될 역사적 기반을 갖추게 된다.

지금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골치 아픈 존재로 어떤 문제에 봉착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중국의 북한에 대한 접근을 막을 세력은 거의 없다. 만약 고구려사가 중국사로 인정받고, 중국이 북한에 대한 야욕을 불태울 경우 북한은 고립무원의 처지에 빠지게 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이것을 노리는 것일 수도 있다.

모두에게 불리한 싸움을 피하자

▲ 장군총서 바라본 지안 시내. 산으로 둘러쌓이고, 압록강이 흘러 수도로는 적지지만 좀 작다

ⓒ2003 조창완

고구려 논쟁은 상당히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수년 전부터 중국 정부는 조선족 동포 학자들을 대상으로 강력한 역사 교육을 강화했다. 학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사상 교육을 강화시키는 등 채비에 나섰다.

모든 문제를 한족 학자들이 챙기는 한편 자의적인 해석이 많은 편이다. 중국 국적인 동포들로서는 우리 동포라 하더라도 어떤 힘있는 목소리를 내기 힘들뿐만 아니라 지금은 생존 자체를 위협받는 처지이다.

과거 조선족 동포는 문화혁명 당시 총을 들고, 한족화를 맹신화시키는 세력에 대항해 싸웠지만 지금은 주도권조차 거의 잃어버린 상태다. 이런 조선족 동포는 우리가 아울러야 할 대상이지 비판이나 매도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지금 대부분의 조선족 학자들도 위기감과 자괴감에 빠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고구려사에 있어 가장 큰 권위는 북한에게 있다. 즉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을 막기 위해서라도 북한과 학문 교류 확대를 통해 중국의 논리에 대항하는 한편 국제학계에서 고구려 문제가 제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장 큰 문제의 소지는 우리 내부에 있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민족주의를 바탕으로 한 민족주의 세력과 현실문제를 바탕으로 한 현실파가 대결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어차피 지금 대처방식에서 강경파와 온건파는 나뉘기 마련인데, 두 세력은 파괴적인 방향으로 흘러가지 말고, 시너지를 내는 상호보완적인 방향으로 흘러가야 한다.

섣부른 감정싸움은 자제해야

▲ 고구려 유적 가운데 하나인 5호분 표석

ⓒ2003 조창완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적 흐름은 생각보다 위험하다. 중국은 대만간의 문제인 양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8년 올림픽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극한 선을 걷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반도의 강세가 결코 자국에게 유리하지 않은 일본 역시 고구려사 문제에서 중립적이거나 외교적으로 강성한 중국 편을 들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처럼 고구려사 문제는 동아시아 정치적 장래까지도 연결되는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최근 이 문제와 관련해서 벌어지는 우리나라 내부 처리 방식은 상당히 감정적인 측면이 있다. 정치나 외교의 방향으로 이 문제를 돌리는 것은 오히려 중국이 원하는 측면이 강하다.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가 중국에 비해 정치적, 외교적 입지가 좁다는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 장군총 옆에 있는 북방식 고인돌

ⓒ2003 조창완

고구려사 문제는 당연히 학문적인 방식으로 풀어가야 한다. 따라서 북한 고구려 고분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여부가 결정되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에 우리 학계에서도 적지 않은 지원을 해야 한다.

지난 수년간 중국이 들여온 관심과 투자에 버금가는 노력이 없다면 우리는 수천년 역사에서 씻을 수 없는 우를 범할 지도 모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적 지리적 분석은 물론 알타이어 계통인 퉁구스어를 썼던 고구려의 언어에 대한 연구 등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또 이 문제의 답을 중국에서 찾을 수도 있다. 삼국 통일 이후 고려시대, 조선시대로 진행된 영토회복 운동을 인정한 것도 결국 고구려사를 우리의 역사로 인정한 셈이다. 우리는 지금이라도 더 많은 자료를 확보해 중국의 역사 인식을 정리하고 정돈시켜야 한다.

한편 중국이 고구려에 관심을 갖게 된 데는 우리쪽에서 기인한 부분도 있다. 발해사에 대한 우리의 지나친 관심이 중국을 곤혹스럽게 한 것이다.

우리 민족사학계에서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치우천황'에 대한 관심 등은 결국 우리 역사의 근원성 문제를 모호하게 할 측면도 많았다. 이런 논의들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만 좀 더 정치적으로 거론되지 않으면 우리 역사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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