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숲에 지어진 한 채의 집. 영화에서 보면 굉장히 운치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직접 살아보면 기분이 색다를 것이다.
할아버님이 종손이라서 어렸을 때는 할아버님 집에서 컸다. 그런데 문제는 그 집 뒤는 대나무가 빽빽한 죽림이었다. 어린 나이에 운치가 뭐고 멋이 뭔지 알까. 초등학교에 가기도 전에 할아버님의 회초리 감을 제공하는 대나무가 미워서 다 베어 버리고 싶은 생각만이 간절했었다. 거기다가 바람이라도 살랑살랑 불게 되면 대나무 잎들이 서로 부딪혀 사라락 거리는 소리는 얼마나 사람의 심정을 자극하는지...... 날이 조금이라도 컴컴해지면 바로 귀신 튀어나올 듯 음산해진다. 비라도 한 번 뿌리면 괜히 심각해진다. 더 큰 문제는 대나무 숲은 거의 황토흙 위에 있다는 것이다. 황토는 토질이 비교적 연해서
뱀들이 겨울나기 하기에 가장 좋은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뱀 4-50 마리가 한 군데 뭉쳐있는 걸 본 뒤론 대나무 숲엔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
이런 최악의 조건을 알고 있는 나에게도 성현들의 보금자리로 대나무 숲에 지어진 집이 연상되는 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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