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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Personacon 진신두
작성
03.12.01 18:55
조회
399

@ 프롤로그

유백색 호화스런 장식과 화려하게 반사되는 빛의 잔치.

잔잔한, 때로는 강렬한 음악이 흐르는 유람선 무도회장.

각각의 독특함을 자랑하는 가장무도회가 열리는 이 곳.

인간 군상이 한 겹 또는 여러 겹의 즐거운 가식을 두르고 어울리고 있다.

물론 개중에는 가면 여럿을 손에 든 채 은밀한 얘기를 나누는 군상도 있으리라.

1. 혼자 놀기

또 귀찮게들 하네.

말만 하면 왜 이렇게 난리들이야.

난 너희들하고 다르다고.

일반적인 것에 따르지 않는 개성적인 사람이라고.

도덕이나 함께 사는 세상 따위는 나와는 관계없는 말이야.

난 특별하니까.

너희들은 그저 내 손아귀에서 움직이면 된다고.

가르쳐 주면 엎드려 잘 듣기나 하면서.

여기는 나의 왕국이자 놀이터니까 말야.

그래, 이 정도라면 대체적으로 수긍할거야.

내 마음에는 전혀 안들지만 이런 면도 보여줘야 나라는 것을 모르겠지.

심금을 울린다는 애잔한 이야기 가끔씩 얘기해주면 된다고.

슬쩍 따라가는 척하다가 조금씩 하고 싶은 말을 하면 돼.

한두 마디만 던져주면 열심히 이야기들을 하겠지.

내 손짓에 움직인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게 말야.

어리석은 너희들이 알 리가 없지.

어랏!

또 저 녀석이네.

어떻게 나인 줄 아는 거지?

가면으로 가려도 볼 수 있는 점장이라도 있나.

헉!

이제는 내 이름까지도 나오는군.

가만 있자, 장만해 둔 가면이 몇 개 더 있더라?

한 번 당해줬으면 되는 것이지, 이번에도 그럴 수는 없잖아.

누가 더 질기나 한 번 해 보자구.

시간은 많으니까 말야.

두고 보라지.

나의 괴로움을 그대로 돌려주고야 말겠어.

꼭 그렇게 할 거야.

2. 여럿이 놀기

"축하드립니다! 이번 거래는 성공적이라고 들었습니다, 하하하."

"우리의 의도대로 최상의 효과를 거두었소. 예상한 것보다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맺게 되었으니."

"두어 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점점 효과적인 기술을 익힐 수 있었습니다."

"바로 그렇소. 앞으로 진행하는 시도는 더욱 치밀하게 해야 할 것이오. 물론 자주 모여서 머리를 맞대는 시간도 많아야 할 것이고."

"지난 번의 실패가 오히려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그 건은 제작한 곳이 같은 가면을 사용하는 바람에 의도가 무산되고 말았소. 작게나마 제작소가 표기된다는 것을 미리 말해 주었어야 하거늘."

"게다가 십여 개의 가면을 짧은 시간 내에 노출시킨 본인의 잘못도 크다고 봐야겠지요."

"다음 거사를 실행하기에 앞서 수정할 사항이 있소."

"예하 조직에 대한 말씀이시겠지요? 잘 하고 있는 듯 합니다만."  

"박수 소리 크고 호응을 잘 하는 서넛이 눈에 띄더군. 제작한 곳이 다른 가면 두 장씩 지급하고 동화 한닢에서 은화 한닢으로 보수를 올리도록 하겠소."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새로 들어오는 인원에 대한 감시가 허술하여 얼마든지 추가가 가능합니다."

"추가되는 인원도 중요하지만 꾸준한 호응도 잊어서는 안되오. 특히 가면을 사용할 경우, 자신에 대한 오류가 발각되어서는 안되는 일이니까."

"그렇게 지시하겠습니다. 춤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아는 사람을 잘 활용하도록 해야겠지요."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춤에 대해서라면 나만한 사람이 없다오. 이름을 날리는 춤꾼이든 새로운 춤으로 호평을 받는 사람이든 전부 다 한수 아래지."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제 춤 또한 어르신의 지도를 받아 날로 나아지는 것이 눈에 보이는 듯 합니다."

"과찬이시오. 하하하. 사실, 춤도 춤이지만 우리 거래처들은 관객에 민감한 것이 사실이오. 박수 소리 크고 호응이 좋아 보인다 싶으면 유리한 거래를 이끌 수가 있는 것이라오. 우리 혈맹의 힘이 필요한 부분이라 하겠소."

"우리의 맹세야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퇴색할 리가 없지요."

"뛰어난 사람들끼리 모이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니겠소이까? 하하하."

"여기서 언제까지 즐기면 되겠습니까? 여기 모인 우리들이라면 이까짓 배 한 척 정도는 우습다고봅니다만. 더 화려하고 빠른 유람선을 찾아야 할 텐데요."

"아직은 더 나은 곳을 찾기 어려우니 그대로 있도록 합시다. 발을 구를 때 이만한 반향을 일으키는 재질도 드물다오."

"그렇군요. 어르신의 발놀림은 항상 비슷한 곳을 밟는 듯 하던데요. 그렇지 않습니까?"

"바닥이 얇은 재질인 곳이 소리도 크게 나고 반응도 확실하다오."

"너무 심하게 발을 굴러서 깨진다면 어쩌시렵니까?"

"그런 걱정은 하실 필요가 전혀 없소. 알고 계시겠지만 이 유람선은 우리의 모선이 아니오. 그저 손님으로 와서 실컷 먹고 마시고 놀다가 의도대로 거래 이익을 챙기기만 하면 된다오. 혹여 침몰의 위험이 있다면 우리 모선으로 옮기면 그 뿐이지 않겠소? 하하하."

"실로 안전한 놀이터라고 하겠습니다. 하하하."

"자! 우리의 영화를 위하여 건배!"

"우리 혈맹을 위하여 건배!"

"건배!"

3. 회의실

"선장님! 미확인 선박 몇 척이 산개해서 따라 붙고 있다는 보고입니다."

"근위장, 거리는 어느 정도인가?"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한 정도입니다. 괴선박의 제원이나 우리 함포의 공격력으로 판단하면 짧은 시간 내에 격침시킬 수 있습니다. 공격명령을 내려주시길."

"흠...... 가는 길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비슷한 목적지를 향해서 긴 항해를 함께 하는 동료나 마찬가지라고 보는데 어찌하면 좋겠소, 참모장?"

"지난 번에 보고드린 것과 같습니다. 야간에 이루어지는 소형 선박을 통한 물품 유입이 유해 동물과 해충을 퍼뜨릴 수도 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소각을 실시하고 거리를 좁힐 경우 격침시켜야 합니다."

"일리 있는 말이긴 하나 반드시 그렇게 해야만 하는지."

"수집한 정보와 정황으로 드리는 참모장으로서의 보고일 뿐입니다, 결정은 선장님의 몫이라 생각합니다."

"내 부탁이라 생각하고 들어주시오. 조금 더 두고 보도록 합시다. 그들 역시 같은 바다의 소리를 듣고 있지 않소. 험한 항해를 같이 하는 동행자에게 믿음을 두지 않는다면 어디에 우리의 믿음을 둘 수 있겠소. 힘겨운 항해를 마치고 목표한 곳에 함께 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해 봅시다."

@ 에필로그

관객 1 : 다 보인다 다 보여.

관객 2 : 그렇게 가리면 모르는 줄로만 아는군.

연주자 : 박자를 놓치는 춤이라...... 연주하는 손이 부끄러울 뿐.

디자이너 : 제대로 가려지지도 않는 가면으로 무엇을 하고자 할까.

무대 연출 : 기껏 흥겨운 자리를 만들고자 했거늘 저리 어지럽히려 하다니.

초보 춤꾼 : 춤에 대한 나의 애정을 모독하는 것을 그저 두고 보아야 하나?

안무가 : 기본기는 다 팽개쳐두고 뜬구름 같은 잔재주만 익혔구려.

전문 춤꾼 : 평생을 두고 노력한 시간들과 춤에 바친 정열을 돌려 받아야 할 것인지.    

비평가 : 전에도 이런 일이 있지 않았소? 결국은 배를 버릴 수 밖에 없게 된 사건.

선박 기술자 1 : 그리 아름답던 배를 잠들게 만든 그들과 다르지 않소.

선박 기술자 2 : 잠기는 배에서 웃으며 배를 옮기던 눈에 익은 모습이 여럿 보인다오.

"그냥 둘 수는 없는 일이지 않겠소?"

"그저 보고만 있을 수는 없소."

"우리의 즐거움을 약탈 당할 수는 없는 일이오."

"평화를 위하여 건배!"

"건배!"

- 그들의 마주친 눈이 반짝하고 빛났던 것은 내 눈의 착각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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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우화(愚話)입니다.

깨끗하고 밝은 결말을 원합니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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