쳇쳇!!!
빌어먹을 세상입니다!
방금 집에 들어왔습니다!
오늘 어디 갔냐고요?
쳇쳇!!!
지금 그걸 말할 겁니다!!! 쳇쳇!!!
오늘 제 친구가 불러서 어떤 모임에 나갔습니다.
제 친구녀석이 그 유명하다는 서울대 물리학과에 다니는데, 그녀석이 오늘 전화로,
"야~ 너 오늘 좀 나와라."
"어딜?"
"응. 그냥 아는 모임있는데, 너도 나와서 좀 보고 배웠으면 해서."
"아니, 뭐 하는 자린데, 나보고 배우라는 거냐?"
"아니, 뭐 그냥... 암튼 나오고, 야! 너 양복입고 제대로 하고 나와라~"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양복까지 갖추고 입고 나오라는 말에, 속으로 무슨 건수 생겼나~ 하면서 나갔습니다.
약속 장소는 겉보기에도 으리으리 해 보이는 어느 큰 저택이었습니다. 물론 저는 제 친구랑 같이 친구 차 타고 들어갔지요.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커~다란 정원에 테이블과 뷔페 세트가 놓여 있고, 정장을 갖춘 남녀들이 모여 웃고 떠들고 있었습니다.
저는 난생처음 겪는 일인지라 바싹 긴장해 있었고, 그런 저를 친구는
"짜식~ 마! 뭘 쫄고 그래. 너도 이런 자리 몇 번 왔다갔다 해야, 인맥도 넓히고 그러는 거야, 너 나중에 나한테 고마워 해야 한다."
친구의 곁으로 어느덧 몇몇 사람들이 몰려 들었고, 그들은 서로 안면식이 있는듯 인사를 해댔습니다.
그리고 어느 건장한 남자가 제 친구를 통해 제게 인사했죠.
"반가워요. 나, XXX라고 하는데..."
"아, 예. 반갑습니다. 미주랑이라고 합니다."
그러자 제 친구 녀석이 저의 귀에다 대고,
"주랑아, 너 이형님한테 잘 보여. 이 형님 아버지가 검찰에 몸담고 계신데, 너 암튼 잘 보여야 돼."
이러더군요. 순간, '내가 왜?'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그런 사람 알아둬서 나쁠것 없다는 생각에 웃으며 다시 인사를 했죠.
그렇게 한 여섯 사람정도를 인사하고, 돌아다니면서 와인 두어잔과 음식 몇가지를 집어먹고 나니, 어느정도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생기더군요.
여자들은 하나같이 탤런트 뺨치는 외모에 보기만 해도 값비싼 티가 나는 정장과 드레스... 남자들도 정말 대단하더군요.
전 별수없이 친구 쪽으로 갔는데, 이 때부터 사건이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친구 옆에 있던 한 아리따운 여자분이 제게,
"근데, 주랑씨는 학교가 어디세요?"
"예? 아, 예. 저는 아무개 대학교를 다니는데요."
그 순간, 주위 분위가가 갑자기 싸~ 해지더군요. 왜 그러나 했는데, 한 여자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무개 대? 그럼 과는요?"
"예, 생명공학 계통인데요..."
"그래요? 거기 작년에 커트라인이 어떻게 되나요?"
저는 아무것도 모르고,
"아, 예. 작년에 한 360점 정도 했었는데요."
그러자 더욱 싸늘해져가는 분위기...
한 남자가 저를 향해 약간은 비웃는 듯한 투로 얘기하더군요.
"아무개 대 생명공학 쪽이라... 그런데, 요즘 생명공학쪽이 비전이 있나?"
그러자 옆에 있던 어느 남자...
"비전은... 대기업조차 투자니 뭐니 다 끊은 마당인데...애물단지지 뭐... 의학전문대학...인가? 뭐, 거기 가려고 하나보지...요즘 거기가 유행이라더라..."
"하여튼... 꼭 실력 안되는 것들이, 의대의대 목을 메지, 그냥 정정당당하게 의대 들어가면 좀 좋아? 꼭 안되면 편법 쓰지..."
저는 얼굴이 시뻘개 진채로 아무 말도 못했고, 보다 못한 제 친구가 양해를 구하더니 저를 데리고 나오더군요. 제 친구가 구석으로 가더니. 글쎄 이 자식이 위로는 못해줄 망정, 소리를 지르는 게 아닙니까?
"야. 너 그런 걸 사실대로 말하면 어떡해?"
"뭐가? 야, 그럼 대학교 가지고 거짓말 하라는 거냐?"
"그게 아니라..."
"아니긴. 야, 나도 내 대학교에 자부심이 있는 사람이야. 우리 학교도 임마 전국에서 손꼽아야 들어가는데야! 난 내가 노력해서 들어간 대학교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또 설사 그렇지 않다해도 그런 것 가지고 구차하게 거짓말 하고 싶은 생각없다!"
"야! 저 사람들은 기본이 서울대야, 서울대! 아니면 다 유학파들이고! 그것도 다 아이비 리그 쪽 사람들! 그런데 너가 그렇게 말하면 저사람들이 어떡해 생각하겠냐?"
"뭐? 야, 뭘 어떡해 생각해?"
"수준이 안맞는 다고 할꺼 아냐, 수준이? 너 저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 줄 알아? 앞으로 이 나라를 선두에서 이끌어갈 1%야, 1% 그런 사람들이랑 얼굴좀 트이게 하려고 데려왔더니만, 아주 산통을 깨라, 깨!"
전 정말 이 순간에, 화가 나고 안나고를 떠나서, 굉장히 수치스럽더군요. 뭐랄까...
암튼 말로는 설명 못할 그런 모멸감 같은 것도 생기고 말이죠...
그래서 그냥 나와버렸습니다.
참...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건 뭐였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술 한잔 하고 있습니다. 지금...
너무 서러워서...
님들...
공부 열심히 하세요. 공부 열심히 해서...
꼭 서울대 가야 합니다. 서울대...
연대고 고대고...
다 필요 없는 것 같아요...
서울대...
아니면 유학 가세요!
유학 가셔서, 하버드니, 예일이니, 위스콘신이니, 펜실베니아니 그런 아이비 리그 가세요!
참, 대체 서울대니 아이비리그니... 그런게 다 뭐길래... 이렇게 사람 가슴에 못을 밖는건지...
너무 서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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