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환영(?) 받는 YS
YS "한국은 이상하다"...일본 극우 정치인과 같은 시각 드러내
2003년 10월 13일 ....(중략)... 텔레비전을 켠 순간 어디선가 본 듯한 낯익은 인물이 화면에 등장했다. 클로즈업으로 잡힌 그 화면에 나온 사람이 처음에 누군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심증은 있었지만 도저히 믿기지 않는 장면이길래 내 눈을 의심해야만 했다. 아니, 지금이 몇시길래? 눈은 벌써 비디오에 표시된 시각으로 이동한다. 아침 6시 10분.
게다가 지금 보고 있는 방송은 이 시간대의 유일한 생방송 프로인 TBS의 쿠사노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아사나마(朝ナマ)''다. 새벽 6시에 진행하는 생방송에 옳다구나 하고 출연하는 그것도 그리 유창하지 않은 일본어로 통역마저 거부하는 그리고 "이마노 칸코쿠와 오카시이(지금의 한국은 이상하다)를 연발하는 새벽잠 없는 노인. 이 정도까지 하면 눈치챌 독자들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그렇다. 그는 바로 YS(김영삼 전 대통령)였다.
...(중략)...
국내에 계신 분들은 잘 모르겠지만 YS 때문에 일본에 있는 필자나 혹은 와세다 대학에서 학부생활을 하고 있는 유학생들이 느끼는 부끄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1년에 두 번, 봄과 가을에 한번씩 와세다에서 특강(특명교수 자격으로,송두율 선생도 독일대학에서 특명교수 자격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고 한다)을 하기 위해 일본을 찾는 YS가 한번 와세다에서 강연을 하면 한국 학생들은 같이 참석한 일본인 친구들에게 이런 질문을 받는게 다반사다.
"정말 대통령 한 사람 맞아? 왜 저렇게 왔다 갔다 하는 거야?"
그러면 한국인 학생 처지에서는 정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제대로 설명하며 YS를 비판한들 크게 보아서는 대한민국 욕하는 꼴이 될 것 같고, 그냥 대강 넘어가자니 이 친구 녀석이 한국 무시하게 될 것 같고, 어떤 걸 취사선택 하더라도 결국 같은 꼴이 되는 것이다.
...(중략)...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지 벌써 10년이 되어 가는데 아직도 김일성은 자기 기(氣)에 눌려서 죽었다느니,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은 로비에 의한 것이며 가치가 없는 것이라느니 식이다.
또 햇볕정책의 시초는 자신이었으며, 김대중과 김정일의 햇볕정책은 대한민국의 국기를 파괴하는 행위라는, 그런 논리 성립조차 안 되는 모순을 공공의 장소에서 얘기하면 대체 어떻게 하란 말인가?
오죽하면 YS를 몇 번이고 인터뷰한 바 있는 익명을 요구한 일본의 모 정치평론가는,
"YS는 뭔가 이상하다. 흥미 있고 대중적인 발언들 그리고 무엇보다 일본의 처지에서 북한의 납치문제를 이야기하기 때문에 매스컴에서는 환영하지만, 실제로 인터뷰하는 사람으로서는 곤혹스럽기 그지 없다. 도무지 논리가 없으니까. 자기 자랑하기 시작할 때 어떻게 화제를 돌리는지가 가장 중요해진다. 이런 말 하면 욕먹을 지 모르지만 솔직히 저런 사람이 어떻게 대통령이 되었나하는 생각조차 든다"
고 밝힐 정도다.
YS는 이번 새벽의 생방송에서도 변함없이 자신이 대통령으로 재직한 바 있는 ''한국''의 남북평화 분위기에 대해 "한국은 이상하다" 하고 일침을 놓았고, 북한 정권에 의해 납치된 요코다 부부의 딸에 대해서는 "살아 있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면서 특유의 근거없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또 방송 말미에서는 와세다대학에 이어 이번부터는 게이오대학의 강연도 하게 되었다며 미소짓는 광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YS가 일본에 오든 말든 상관할 바 아니다. 왜냐면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YS의 노출증에 대해 어느 정도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에 YS가 무얼 하든지 간에 "그냥 그런 가보다"하면서 피식 웃고 넘어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에서 YS는 대한민국의 전직 대통령이라는 이력을 가지고 대접받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게다가 그런 전직 대통령이 1년 넘게 끌어 온 쟁점인 ''납치문제''에 관해 일본 매스컴과 우익 정치인들이 좋아할 만한 발언들만 내뱉고 있으니 어찌 그를 모시지 않겠는가?
YS가 조금만 더 사고력이 풍부하고 대의를 생각할 줄 안다면 아니 그냥 자신이 그렇게 일본 매스컴에 ''이용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 차린다면 워낙에 자존심이 센 사람이라 거절할 법 하기도 한데, 아직도 자신에게 앵글을 맞추고 있는 ENG 카메라와 텅스텐 조명의 화려함에 취해 세상물정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전북대 강준만 교수는 ''언론에서 더는 YS를 다루어선 안 된다''고 했다. 필자도 그 말에 동의하지만 이번 만큼은 도무지 열받고 참을 수가 없어 이런 장문을 써 버렸다. 쓰고 나니 허탈하다.
[email protected] 박철현 입니다.
Comment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