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도록 패고 싶었다...네번째 이야기 '닌자거북이'편 입니다.
그토록 기다리시던 닌자거북이의 등장이군요.
워낙에 이 인물의 무용담이 많으니 어디서부터 적어야 할지 막막합니다.
그래도 피할 수 없는 것이 운명, 그의 만행을 밝히는 것이 천명이라면 저는 묵묵히 그 길을 걸어야 하겠지요.
C.H.f(C hospital Fucker) '닌자거북이' 그는 누구인가!
강남 C병원 역사상 이런 인물은 결단코 없었다!
강남 C병원 역사상 이런 강적은 결단코 없었다!
강남 C병원 경비 역사를 흙발로 더럽힌 이 시대 마지막 액션 히어로 '닌자거북이'!
그와의 첫만남은 아주 공교로운 곳이었습니다.
컴퓨터 카페가 생겼던 제 경비 생활 초년.
일이 익숙하지 않아 하루 하루가 괴로웠던 나날이었지요.
그 날도 역시 늦은 새벽에 하품을 하며 몰려오는 졸음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뭐, 일반 손님 사용시간은 끝났으니 마음은 안정되어 있었지요.
사실 그 날은 정기적으로 바닥에 왁스를 바르는 날이라 통로 전체에 노란색 테이프로 통제를 하여 사람들이 들어올 여지도 없었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고요한 이 상황을 깨뜨리는 불협화음적인 존재가 등장했으니 그가 바로 전설의 닌자거북이(본명 모름)입니다.
적당한 살집(예의상)
빡빡 민 민대머리.
엉덩이가 반 쯤 찢어진 환자복(이거 나중에 알고 자지러지게 웃었죠. 결국 항의 들어왔습니다.)
비싸보이는 PDA.
첫눈에 보아도 이 시대 거만함의 상징 '졸부'의 향기를 가진 생물이었지요.
그 때까지만 해도 저는 안심하고 있었습니다.
테이프의 장벽이 저의 안녕을 지켜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저는 안이했습니다.
프랑스 군이 마지노선을 믿고 독일군의 공습에 허술하게 대응한 결과가 독일의 프랑스 정복이듯이 그는 음속을 뛰어넘는 미친 속도로 제가 있는 컴퓨터 카페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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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미끄러졌습니다.
-콰아아아아!!!끄아어에야!!!(정말 이랬습니다.)
굉음과 괴성(제 생전 끄아어에야라며 비명을 지르는 사라 처음 보았습니다.)으로 얼룩진 컴퓨터 카페 앞 복도.
그러나 아무도 이 곳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착한 어린이는 모두 잘 시간이었기 때문이지요...(그렇다면 나는 나쁜 어린이?)
왁스에 미끄러지는 그의 모습은 마치 잔잔한 호수에 파문을 일으키는 백조의 움직임, 싱크로 나이즈드의 요정과 같았습니다.
마치 스트리트 파이터에 나오는 블랑카의 롤링어택을 연상시키는 강렬한 회전.
브레이크 댄스를 추듯 전신을 역회전하는 경이로운 몸놀림.
결국...
컴퓨터 한대(LCD모니터), 유리벽이 함몰되었습니다.
그냥 바닥에서 미끄러진게 아니라 아주 몸을 날리더군요.
너무 형이상학적인 상황이라 말로서 표현하지 못함을 용서하십시오.
어쨌든 그 순간 저는 굳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제 기분이 어떠했을지는 굳이 글로 표현하지 않으셔도 될 듯 하군요.
독자 여러분의 놀라운 상상력으로 그 당시 제 기분을 멋지게 서술하실 수 있는 분이 계시다면 평생 노예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후후후...
그는 놀라운 행동력과 상대방의 상식을 벗어나는 의외성으로 저를 경악시켰지요.
더불어 황당한 그 상황을 한마디로 일축시키는 놀라운 화술에 저는 완전 KO되었습니다.
'얼마면 되요?'
이 망언은 저의 뇌리에 기억되어 그의 어록으로 길이길이 전달되겠지요.
그 날 퇴근 후 저는 학원장에게 살해당하는 악몽을 꾸었습니다...
다음 날 출근 후...총무과 팀장이 부르더군요.
더불어 학원장 앞에서 상황설명을 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생전 처음으로 '시말서'라는 것을 써보았습니다.
기분 참 묘하더군요.
억울하기도 했구요.
하지만 이런 일이 있으면 저런 일도 있는 것이 사회 생활이라 생각하며 기분 좋게 받아들였습니다.
...닌자거북이가 이 날 새벽에 재강림하기 전까지는 말이지요.
->이 시대 최후의 라스트 액션 히어로 '닌자거북이'...그의 전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의 병명은 아직도 불명이라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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