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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43 관독고
작성
03.10.04 00:13
조회
695

며칠만에 정담란에 글을 올리는 것 입니까.

요 며칠 간 강남 C병원에 초비상이 걸려 고무림에 장 시간 들어오기 버거웠던 이유도 있겠군요.

정말 오랜만에 들어온 듯한 느낌입니다.

이번에 올리는 글은 제가 강남 C병원에서 근무를 하는 동안 만났던 여러 유형의 차병원 직원분들에 관한 것입니다. 미치도록 패고 싶었다...와의 연관성은 별로 없다고 할 수 있으며(워낙 저에게 잘해주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라...) 순수하게 제가 느낀 그 분들에 대해서만 서술하는 것이니 이해해 주셨으면 하네요.

첫화의 제목은 고개 숙인 남자입니다.

제가 항상 아침에 귀가를 하다보니 요즘 집에서 아침 드라마들을 자주 보게 되는데 드라마 채널이라는 곳에서 고개숙인 남자라는 드라마가 하더군요. 가볍게 보더라도 꽤 오래전에 하던 드라마 같은데 제목 자체가 이번 글과 상당히 연관이 있는 것 같아 차용했습니다.

고개 숙인 남자...

현대 우리 사회를 일으킨 것은 지금에 와서 젊은이들에게 퇴물 취급을 받는 4-50대의 분 들 입니다. 그러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한 비정상적 경제구조로 인해 현재에 와서는 그 권위마저 위태로운 분들이지요.

제가 이번에 소개할 이 분은 J주임이라는 분으로 현대 사회의 50대 고개 숙인 남성을 대변하는 듯한 분 입니다. 이분은 제가 강남 C병원에 처음 들어왔을 때 부터 이것저것 챙겨주시며 여러 실수도 무마해주시던 정말 좋은 분이지요.

아버지 없이 자란 저로서는 정말 이런 아버지가 계셨으면 좋겠다라는 기분이 들 정도로 자상하시고 리더쉽에 있으신 분 입니다.

사실 이 분은 몇년 전까지 꽤 큰 사업체를 거느리신 분인데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사업을 실패하시고 경비업체에 들어오신 것이었더군요.

제가 들은 바로는 40대, 50대가 되어 직장을 찾으려면 정말 힘이 듭니다. 사업을 실패한 상황이니 사업을 할 자본금도 없고 남은 것은 직장에 취업을 하는 것인데 4, 50대의 고연령으로 취업할 곳은 많지 않기 때문이지요.

자연히 집안에서 가장으로의 위엄은 축소될 수 밖에 없습니다. 가장으로서 어쩔 수 없이 가져야만 하는 경제적, 가족으로부터 받는 심리적 부담감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하시더군요.

특히 그 분의 따님과 같은 경우는 현재 대학생인지라 한창 희망과 꿈에 부풀어 있을 시기 입니다. 그런 그 녀에게 자신의 방식은 무척 차갑고 무관심하게 비쳐졌을 것 같다...라고 J주임님이 말씀하시더군요.

그런 이 분이 저에게 비밀스럽게 한가지 비밀을 털어 놓으셨습니다.

실은 얼마 전부터 은밀하게 만나는 여성이 있다고 하시는 겁니다.

그 이후로 그 여성 분에게 보내는 메일을 주임님 부탁으로 쳐드리기도 했지요.

주임님의 타자속도가 느려 장문의 글을 쓰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었습니다.

뭐, 이런 일까지 있었으니 일하는 와중에 가끔 저를 부르시고 그 여성분과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 하시더군요.

(덕분에 20대인 저와 50대인 그 분이 현대 젊은이에 대한 토론까지 벌일 정도로 꽤나 친밀해졌습니다.)

그 여성분은 30대 중반의 나이로 남편과 이혼한 후 아들을 키우고 있었다고 합니다.

어떤 단체를 통해 만나셨다고 하시더군요.

사업에 실패한 후 여러가지 압박감에 시달리던 J주임님의 입장에서 보면 이혼녀, 게다가 힘들게 아들을 키우고 있는 그 여성분에게 동변상련의 연민을 가졌을 수도 있습니다. 자세한 사정은 당사자가 아닌 관계로 알 수 없지만 그 후로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해 오셨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최근에 들어와 두분의 사이가 갈라서게 되었습니다.

여성분의 남편이 비명횡사를 당했다고 하시더군요.

그 결과 J주임은 그것에 대해 며칠간을 고민하고 이야기를 주고 받은 후 그 여성분과의 관계를 청산하셨다고 합니다.

그것이 어떤 종류의 죄책감으로 인한 것인지는 지금의 저로서는 알 수 없군요.

그 여성분의 남편에 대한 죄책감 때문일수도 있겠지만 제 생각에는 가족에 대한 압박감에 이기지 못해 본 의도는 아니었지만 그 여성분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결국 그 분을 기만하는 결과를 낳게 된 것에 대한 J주임님의 죄책감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느 쪽에도 충실할 수 없었던 그분의 고뇌가 남편분의 죽음을 계기로 작용한 것이겠지요.

최근 일주일 전 쯤 J주임님의 따님이 이 곳을 찾아왔습니다.

"아빠는 왜 그렇게 가정에 소홀한 거야?"

라고 하시더군요.

그러나 저는 말없이 따님을 쳐다보던 J주임님의 모습에서 불건전한 관계를 한때나마 가졌던 그 분에 대한 경멸감보다는 가진 바 위치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그 관계를 택했지만 한시라도 가족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묵묵히 일을 하시던 그 분에 대한 연민의 감정을 느꼈습니다.  

이 사회에 남자로 태어나서 칠십년을 살아간다고 할 때 50세 이상은 인생의 황혼기입니다.

젊은이들과 같은 뜨거운 열망도, 행동력도 사라진 상태지요.

이런 시기에 다른 여자에게 고개를 돌리는 것...

그것은 가족에 대한 사랑이 식어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저 조금 지쳤을 뿐이겠지요.

가족들의 기대감...

사회의 냉혹한 잣대...

이런 것들에서 위로받고 싶어 하는 것...

애초부터 어머니에게 보호받고 싶어하는, 위로받고 싶어하는 모성본능을 사회에 발을 디딘 순간, 가정을 가지는 순간부터 배제당한 남성들에게 있어 요즘 사회는 희망도, 미래도 확실치 않고 그저 죽는 순간까지 '편안한 노후'만을 위해 달려가는 양상이 아닌가 합니다.

초로의 나이에 다른 여성, 그것도 나이 어린 여성에게 눈을 돌리는 것은 잃어버린 과거의 영광, 젊음을 돌려받고 싶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Comment ' 5

  • 작성자
    Lv.1 太武
    작성일
    03.10.04 00:43
    No. 1

    소설 아버지가 생각나게 하는 이야기 이군요.....
    흠......아버지란......자신의 곁을 떠났을 때야 비로서 그 진정한 위치를 깨닫을 수 있는..........그런 불쌍한 존재이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3 관독고
    작성일
    03.10.04 01:00
    No. 2

    제 미래 역시 크게 빗나갈 것 같지 않아 심란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太武
    작성일
    03.10.04 01:13
    No. 3

    내 안에 있는것 / 원종린

    저 하늘에 떠 있는
    내 이름을 봐
    곱고 예쁜 일곱색깔
    무지개빛 이잖아

    저 하얀 구름속에 떠 있는
    내 얼굴을 봐
    살며시 고개 내밀고
    미소 머금으며 웃고 있잖아

    어제는 바람불고 추워
    온 맘이 아프고 힘들었지만
    오늘의 하늘에 떠 있는
    일곱색깔의 내 이름처럼
    미소머금은 내 얼굴처럼
    빛나는 내가 있잖아

    다시 사는거야
    이제부터 시작이야
    하늘은 날 보고 웃고 있잖아
    그럼 된거야

    그래
    행복은 내 안에 있는거야
    행복은 내 안에 있는거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9 파천러브
    작성일
    03.10.04 15:26
    No. 4

    아버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7 개고기
    작성일
    03.10.04 18:02
    No. 5

    국민여러분 장가가지 맙시당... 전 총각에염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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