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4월 5일 식목일이었다. 나는 그때 작은 묘목을 심으며, 한가지 약속을 했었다.
'자연보호를 위해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
그때부터 장장 107여일의 여정은 시작 된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비누로 머리를 감는 것이었다. 처음 시작할 때 세상의 질타와 비웃음, 그리고 무시와 모욕도 잦았지만 나는 나의 신념을 지켜왔다. 그것이 나의 의지이며 자연과 세상을 위하는 것임을 알았기에....
하지만 오늘 7월 20일의 밤 11시경 그 여정은 어이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그것은 바로 밉지만 미울 수 없는 나의 아랫배 때문이였다. 나의 나이 16세 이제 고등학교를 바라보는 나이라 이 시기가 아니면 아랫배와 이별을 고할 시기가 없다고 생각 과감히 체중감량에 도전한 것이다. 그리고 밤 9시경 집을 나서고 운동장에 들어선 나의 심장은 체중감량에 의한 들뜸으로 쿵쾅거렸고 발걸음은 한없이 가벼웠다. 그리고 나의 들뜸과 적절한 긴장 그리고 꿈을 향한 도전은 사상 최고로 50여 바퀴를 돌아버리는 이변을 창조하고 만다.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나는 크나큰 것을 잃어버리고 만다. 그것은 바로 신념이었다.
50여 바퀴를 돈 나는 녹초중에서도 진짜 녹초가 되어(처음으로 돈 운동장 50바퀴의 압박에 기절초풍의 경지에 육박함)집에 당도했다. 가족들은 50여 바퀴의 기적을 창조한 나에 대한 감탄과 그리고 꿈에 대한 조언들을 해주어 나의 지친 몸을 가볍게 해 주었다. 하지만 이유없는 샤워 그리고 때마침 자리에서 사라져 버린 비누가 웬수였다. 비누가 손에 쥐어지지 않자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만.......
그만........
샴푸로 머리를 감아 버리고 만 것이다. 흑......
자연에게 그리고 나의 상처입은 가슴에게 어찌 사과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미 무너져 내린 내 신념과 그로인해 더럽혀진 소중한 자연이여......
나를 용서해 다오.
나를 용서해 주십시오. 자연이어 그리고 세상이여.
이 상처입은 가슴을 어떻게 달랠까.
앞으로는 매일 산에 올라 쓰레기를 주워야 겠다. 그것많이 자연에 대한 나의 조그마한 사과가 될 수 있을 듯 하다.(덤으로 아랫배도 안녕 하고.)
Comment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