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무술은 음양의 도를 기본으로 해서 무술 중의 정동, 허실, 공방과 같은 기본원칙을 만들어냈다. 이런 요인에다 인간의 야성적인 본능을 일깨우는 승부세계가 무협소설 재미의 본질이다.
작가 좌백(38·장재훈)이 6년에 걸쳐 완성한 장편 무협소설 ‘혈기린외전’(시공사·전 3권)은 탄탄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재미있는 무협적 요소를 골고루 갖추고 있다.
“동료 작가이자 지금은 아내가 된 진산(38·우지연)의 말에서 힌트를 얻어 사냥꾼 방식으로 무림 고수들을 상대하는 이야기, 혹은 삼류무사가 고수 노릇을 대신하며 바라본 무림과 협객의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었는데 주간지 ‘바둑361’의 제안으로 연재를 시작했죠. 진산은 전부 자기 아이디어라고 하지만…. 이 이야기는 ‘협객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제 나름대로 내리는 답입니다.”
그 내용은 무림인이 될 수 없었던 주인공 왕일이 성장해 살해된 가족의 복수를 하는 것이 1부, 혈기린의 후계자가 되는 내용이 2부, 혈기린을 대신해 강호로 나가 활약하는 것이 3부의 이야기다. 적의 소굴에 들어가 혈기린으로 활동하다 들키지는 않을까 하는 조마조마함, 강자와의 싸움에서 느껴지는 스릴과 통쾌함은 전형적인 무협의 재미다.
이 작품의 주제는 협객에 대한 고민이며 여러 등장인물을 통해 그 고민을 털어놓는다. 무협소설에 익숙지 않은 독자들이 낯설어 하는 초식 이름을 배제하고 대신 칼을 휘두르고 손을 뻗는 동작을 세밀하게 묘사해 화면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별 볼일 없는 인물이 내공을 쌓아 가족의 명분을 위해 일을 벌였다가 점차 무림 속의 개인으로서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이 흥미롭다.
좌백은 95년 ‘대도오’로 데뷔하면서 무협소설계에 반향을 일으켰고 신무협의 선두주자로서 무림의 고수에 올랐다. 진산 역시 독자적인 작품세계로 무협계의 쌍벽을 이루는 작가다. 이 부부작가는 지난해 1월 합종연횡으로 팬터지 무협 ‘무혼’(북앤피플)을 인터넷 게임과 동시에 출간하기도 했다.
이점석기자 stone@
Commen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