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시험이 끝나고 가장 먼저 노래방에 갈 거다.
날 버린 세상을 향해, 마이크를 부여잡고 목이 터질 때까지 노래하고 싶다.
어쩌면 그것은 노래가 아닌, 버려진 자의 절규일지도 모른다.
난…
시험이 끝나고 두번째로 피시방에 갈 거다.
그나마 날 기억해 주는 사람들에게 내 사진을 보여주기 위해서, 나는
거금 천원을 들여 캠사진을 찍으련다.
그리고 그 후에 날아오는 돌과 고구마의 압박은 달게 받을 것이다.
어쩌면 나는 공적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건 매우 슬픈 일이다. 그러니, 적어도 머리는 감고 찍을 것이다.
난…
목요일, 시험이 끝나고 세번째로 고무림에 들릴 거다.
드디어 지옥의 끝자락에서 만세를 부르며 천국으로 가는 줄사다리를 타는
가엾은 중생의 마음으로 클릭을 할 거다.
고무림 분들께 부탁이 하나 있다고 한다면,
내가 로그인을 했을 때 단 한분이라도 쪽지를 보내주셨으면 하는 거다.
기쁜 마음으로 쪽지를 읽을 수 있도록, 뽀뽀라도 해 드리고픈 심정으로
쪽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난…
시험이 끝나고 네번째로 영화관에 갈 거다.
친구들과 쌍쌍이 주온을 보러.
스크린에 비추어지는 깜찍한 죽은 자의 얼굴을 보며, 열심히 양손으로
키스마크를 날릴 수 있도록.
영화관의 스크린이 진동할 정도로 큰 소리를 지르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려고.
난…
시험이 끝나고 다섯번째로 책방으로 튀어갈 거다.
금전표 3권과 대풍운연의, 대형설서린 3권, 칠독마를 볼 것이다.
내가 책방 밖에서 진열된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보며 얼마나 침을 흘렸는지 모른다.
그 침을 모으면 아마도 황하에 버금가지 않을까 한다.
그것 때문인지, 난 참 많이도 슬퍼했던 것 같다. 무협을 향한 욕구 때문에.
난…
시험이 끝나고 여섯번째로 병원에 갈 거다.
잠봉이와 달봉이 예방접종하러. 달봉이에게 꼭 토야용 요구르트를 사 주고 싶고,
잠봉이에게는 이쁜 옷을 만들어서 선물하고 싶다.
그리고, 잠봉이랑 달봉이에게 찐하게 키스도 해 주고 싶다.
꼬옥 안아주고, 산책도 하고 싶고, 산에 가서 달봉이 간식용 민들레도 따 오고 싶다.
난…
시험이 끝나고 일곱번째로 친구들과 '색즉시공' 볼 거다.
요즘 학교에 애로영화 열풍이 불고 있다. 그것도 19금으로-_-;;.
친구들이 꺌꺌거리며 야담을 늘어놓고, 남자아이들이 지들끼리 거시기를
움켜잡는 걸 보고 있자면 그 꼬락서니가 한심하면서도 궁금하다-_-.
(참고로, 가영이가 짝사랑하던 남학생이 박스빤쮸 차림으로 책상 사이를
날라다니는 것을 보고, 남자에 대한 환상이 깨졌습니다. 고무림 남성 동도분들,
더 이상 가영이에게 십대소녀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순수한 사랑의 감정을 찾지
마십시오. 가영이 우울해집니다-_-!!)
아아, 십대소녀의 열정이니라. 이 질풍노도의 시기, 무엇을 못하리오리까?
난 건전했다. 당근 난 지금까지 그런 것 한 번도 안 봤다.
고로, 난 애로영화를 볼 거다.
그리고, 똥퍼아찌에게 약간 원망스러운 마음이 든다.
애초에 색즉시공 뒵뒤를 보내주시지 않았다면 난 영원히 애로비됴를 안봤을지도
모른다. 더불어, 중독도 보게 되었다.-_-;
난…
시험이 끝나고 여덟번째로 구슬 살 거다.
이건 순전히 창작욕구다. 가영이는 혼자 무언가 끄적이는 걸 좋아한다.
많이 만들면 고무림 여성동도분들께 헐값에 판매할수도…
돈벌면, 잠봉이 달봉이 간식이나 사주렵니다^^;
난…
시험이 끝나고 아홉번째로 짐부터 쌀 거다.
나는 이사간다. 당연히 이 잡스러운 것들을 좀 정리해야 한다.
무협만화책 좀 누구 줘야겠다.(←이거 나중에 글 올립니다-_-;
별로 보지도 않는데 쓸데없이 자리만 많이 차지하고 있는 애물단지, 계륵-_-;)
난…
시험이 끝나고 열번째로 무얼 할까?
나는 이 생각만 하면서 공부하고 있다.
어쩌면 나는, 내 미래도, 돈도, 명예도, 뭣도 아닌… 단순히 시험 후의 그
자유스러움을 위해 공부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공부하기 싫다고, 공부가 왜 필요하냐며 불평하는 학생들이여…
공부는 필요하다. 시험 후의 여운을 즐기기 위해서.
어렵게 생각하지 말아라. 시험 못 보면, 잘 나오던 똥도 안 나오고
혈색 좋던 얼굴도 누래지고, 탄탄한 종아리도 시퍼렇게 변하기 마련이다.
그저, 안 맞기 위해서라고 생각하고 무식하게 돌파해라.
머리 굴리면 괜히 가슴만 시리다.
이게 현실이다. are you ok?
참고로, 나는 내 품에서 새근새근 잠든 잠봉양의 간식을 살 용돈을 마련하기 위해
공부한다. 공부는 어려운 게 아니다. 무식한 거다.
그리고, 시험이 내일 모래인데 십오 분 동안 이 글 치는 나도 참 무식하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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