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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명량해전을 말한다 1

작성자
Lv.33 로르샤흐
작성
03.05.25 02:08
조회
270

전술적 우연이란 전략적 필연의 파편에 불과하다.

- 아는 사람 다 아는 소설에서...

명량해전의 승리는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사람들은 흔

히 명량해협의 기적을 말하지만, 과연 기적일까.

철천량에서 수군이 박살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과연 이순

신이 어떤 심정이었을 지는 모르겠어. 최소한 자수성가한 기

업가가 하루만에 기업 날려먹은 만큼이야 애통했을 거야. 아

니 그 슬픔과 절망감이 어느 정도였을지 상상하기도 힘들어.

그런데 철천량의 참패소식을 들은 바로 그 날, 이순신은 권율

의 허락을 받아서는 남은 수군 전력이 남아있던 노량으로 달

려가. 이순신 아저씨. 사천전투에서 총알 맞은 이후 골골대던

몸에다 죽어라 고문까지 받아서는 몸도 마음도 박살난 상태이

던 쫌생이 아저씨가 빌빌대던 몸으로 수백 리 길을 달려 4일

만에 남아있던 수군과 만난 거야.

내가 무슨 죄가 있어 요 모양이냐고 달 보면서 펑펑 울던 이

씨 아저씨가 미친 듯이 나흘을 달린 이 순간, 이미 명량대첩

은 불타는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지.

왜 이순신 아저씨가 다 죽어가는 몸을 학대하면서 남해안으

로 내려간 걸까. 아저씨가 아플수록 쾌감을 느끼는 변태라서

그렇잖아도 느끼는 쾌감 더 느끼고 싶어서? 아닐걸. 내가 이

씨 아저씨가 아니라서 확신할 수는 없지만, 패했다 하더라도

남은 배가 있으면, 일본 수군이 남해를 벗어나지만 않았으면

이길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미친 듯이 수백 리 길을 내려간

걸 거야. 중고등학교 때 배워서 알겠지만, 남해안은 리아스식

해안이라 곳곳에 좁은 길목이 많으니까 이런 길목을 이용하면

남은 배들로도 얼마든지 이길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 이순신은 이길 자신이 있는 싸움은 하는 사람이거든.

이길 자신이 있고 이길 수 있는 곳에서만 싸워 왔고 이겼지.

그리고 만일 이순신이 조금만 늦게 왔어도 조선 수군은 아예

싸우지도 못했을 거야. 철천량에서 박살난 다음부터 노 젓는

격군이고 군관이고 겁에 질려서는 막 도망치는 상태였으니까

말이야. 그러던 중에 이순신이 백의종군 상태일지언정 짠 나

타나니까 사람들이 난리가 났지. 도망가는 사람도 줄고.

이순신 아저씨가 온 것만으로도 남아있는 수군의 분위기가

전보다는 훨씬 좋아졌지만, 그렇다고 하늘에서 배와 병사가

떨어지나. 막막하기는 매한가지지. 아저씨도 군관들 술 먹이

면서 위로하고 했지만 자기도 울고 싶은 심정이었을 걸. 그러

던 와중에 음력 8월 3일 삼도수군통제사로 다시 발령이 났어.

그리고 이순신 아저씨는 다시 싸움을 준비하지. 패잔병들한테

서 화살을 뺏고 육군들이 패전 후 남겨놓은 채 도망간 무기와

군량을 수습하고 또 가져가지 못할 것들은 땅에 묻고 표시를

남겨둔 채 뒷날을 약속하고, 전라도 지방을 쓸어버리고 있는

일본군이 바로 뒷통수를 쫓듯이 가까이 다가오는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군량미를 찾고 탄약을 모으고 하면서 서쪽으로 서쪽

으로 향했어. 지금의 판을 엎어버릴 한곳을 찾아서 말야.

이순신 아저씨보고 쫌생이 쫌생이 그랬는데, 솔직히 쫌생이

야. 딱 그거야, FM대로만 놀고 융통성은 눈꼽만치도 없는 대

대장. 지나갈 수 있는 거도 물고늘어지고 하는 장교 위에 있

으면 엄청 고롭잖아. 외출 나갔다 몇 시간 늦었다고 규정대로

징계 때리고 하는 그런 인간이 이순신이거든. 이 아저씨가 수

사로 부임하자마자 제일 먼저 한 게 포구들 돌면서 장부하고

인윈 장비가 안 맞으면 패거나 목 잘라버린 일이야. 씁. 솔직

히 이런 인간 군대에서 만나면 좋아할 사람 없을 걸.

그런데 난 왜 이렇게 이 쫌생이 아저씨가 좋은 지 모르겠어.

성웅? 웃기네. 이 쫌생이 아저씨가 성인이라고? 일기에 심심

하면 투정부리고 질질 짜기도 질질 짜고 잠 안 온다고 술 먹

다가 토하면서 겔겔거리는 이런 아저씨가 무슨 성인이야. 그

런데 아들보다 오래 사는 아비라고 울고 어머니 임종도 못 지

켰다고 우는 이 아저씨한테 왜 이리 정이 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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