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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무협이 그리워질때

작성자
강국진
작성
03.03.28 05:03
조회
783

난 아직도 무협지를 열심히 찾아 읽지만 사실은 점점 읽는 양이 줄어들고 있다. 그럴때는 SF의 소개글에 누군가 써놓았던 말이 생각난다. '아직도 이글을 읽지않은 당신에게 무한한 질투심을 느낀다' 였던것 같다. 대도오 같은 무협지를 이미 읽어 버린 나로서는 그런 생각이 자꾸든다. 벌써 읽어버린 사람은 이제 다시는 대도오를 읽을수 없는 것이다.

무림매니아 라는 글로 풍자되었듯이 많은 무협지는 너무나 같은 요점을 재생산하기 때문에 나처럼 무협지를 읽기 시작한지가 15년이 넘은 사람은 마치 마약중독자가 약한 약에 반응하지 않는것처럼 반응이 오질않는다. ^^; 많은 경우는 이미읽었던 것중에서 읽은 지 좀 오래된 무협지를 다시 읽는게 더 재미가 있다. 그런의미에서 직업으로 무협지를 읽는 심사위원같은 분들은 무척 지루하겠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

나는 현재 무협은 위기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신무협이라는 조류도 지금은 물줄기가 흐려졌고 환상무협도 결국은 잔재주에 불과했던듯 큰 물줄기는 만들지 못한것 같다. 김용류의 역사기정소설로 나가는 것은 결국 중국의 역사이지 우리의 역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한계가 잇다. 또 우리의 역사는 미안하지만 스케일이 너무 작다. 추리무협으로 나간다지만 추리소설도 잘안나가는데 무협을 덧붙인다고 크게 다를까? 무협지는 결국 어떻게 될까. 무협지가 평단의 당당한 평가를 받는 때가 올수 있을까.

무협의 재미는 여러가지가 있을수 있지만 폭넓은 평가와 인기를 얻으려면 단순한 자기만족 이상의 것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일반인의 선입견인데 무협지는 그저 사람들이 원하는 바를 쉽게 쉽게 이룩해주는 공상의 이야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많은 경우 단순히 선입견이 아니라 사실이기도 하다. 그저 미인을 얻고 강력한 무술실력으로 세상을 제패하는 이야기로 도배된 무협지가 세상에 그득하니까. 하지만 그걸로는 결국 무협의 현재독자층을 유지하기도 힘들것이며 하물며 완전히 하나의 문학으로 자리잡아 독자층을 배가 시키는 일을 할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불가능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서양의 고전소설들이 그 소설이 나올때는 싸구려 통속소설로 읽혔다고 하니까 말이다. 문제는 무협을 둘러싼 틀과 선입견을 폭파시킬만한 잠재력을 가진 작품의 출현이다. 반지의 제왕이라는 소설이 수없는 아류를 만들어 하나의 문학조류를 만들었듯이 무협의 형식과 내용의 미래를 제시하는 소설이 나오기를 나는 고대한다. 나는 무협매니아 니까.

무협에는 장점이 많다. 사람의 정서는 결국 싸움에서 솔직해 진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싸움은 재미가 많다. 가장 재미있는 것이 싸움구경이라고 하지 않는가. 재미있고 인간의 본질이 비교적 손쉽게 들어나는 무대를 무협은 제시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로마인이야기를 읽으며 전쟁이야기를 읽을때는 단지 재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거기서 실질적 지식과 인간의 투쟁에 대한 지혜를 배운다. 유럽의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로서는 반지의 제왕이 펼치는 세상이 모두가 공상의 세계인것 같지만 그것은 지극히 치밀한 유럽의 전설과 문화의 연구에 기초한 세상이라고 알고 있다. 미래의 무협에도 이것이 필요하다.

몇개의 이야기가 머리에 떠오른다. 대도오, 청룡장, 표류공주의 처음부분, 군림천하, 천사지인의 처음부분이다. 물론 다른 작품들도 뛰어나지만 여기 거명하지 못한 몇몇 작품을 포함해서 이런 책들은 '뭔가' 다른게 있다. 그냥 독자가 원하는 것을 이루어 주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냥 기이한 이야기라던가 하는게 아니다.

결국 결정적 작품은 한명의 천재적 작가가 쓰게 되겠지만 그리고 무협작가분들이 다들 어려운 형편에 있다고 들었지만 나는 무협작가분들이 스스로의 미래를 위해서도 서로 서로 많이 이야기하고 자료를 모으고 공부하셔서 기존의 무협을 뛰어넘는 진짜 무협의 세계를 한번 만들어 주시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흔히 한국적 무협이라 하면 한국의 역사가 등장한다. 발해라던가 조선이라던가. 하지만 나는 이것은 착각이라고 생각한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세상은 너무나 유럽적이지만 유럽대륙도 유럽에 존재하는 나라들도 나오지 않는다. 김용은 탁월한 역사적 지식을 바탕으로 역사안에 무협을 끼워 넣었지만 그안에서는 유불도의 세상이 깊게 나오지는 않는다. 나는 우리나라라는 작은 울타리가 아니라 동남아시아를 어우르는 판타지의 세계상이 아직은 만들어지지 않지 않았나 생각한다. 판타지의 세계상은 단지 누구의 야욕을 충족시켜주는 상상이 아니라 사람들이 세상을 보는 방식을 단순하게 설명해 주는 것이다. 왜 세상은 이렇게 돌아가는가에 대한 설명을 집약한것이 설화집이고 그걸로 하나의 세상을 만든것이 판타지다. 요재지이 같은 중국이야기나 전설의 고향같은데서 나오는 이야기가 우리의 판타지다.

문화가 꼭 설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요리가 그렇다. 중국일본 한국의 요리는 이곳의 사람들을 잘설명한다. 그래서 인지 무협지에 요리가 나오면 갑자기 깊이가 깊어지는 느낌이다. 대부분의 유럽인은 접시하나에 요리하나를 놓고 밥을 먹지만 중국과 우리는 다르다. 몇개의 반찬을 놓고 먹지 않으면 불쌍하다고 생각한다. 요리는 우리지역의 중대한 문화적 뿌리다. 음악은 어떤가. 일본, 한국, 중국의 전통음악에 대한 지식이 무협지에 나오면 사람들은 더이상 무협지를 유치하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종교도 그렇다. 뭐가 유가적 세계관의 핵심인가. 뭐가 불가이고 도가인가가 나오면 더이상 싸움은 저열한 욕구의 충족을 위한 것이 아니고 진정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싸우는 방식도 그렇다. 있지도 않은 무술보다는 있는 것에 기본으로 환상을 붙인쪽이 훨신 실감이 난다. 군대의 편제도 유럽의 것과 동양의 것은 서로 다르다고 알고 있다. 옷은 어떤가. 무협의 배경적 힘은 문화적인면에 대한 세심함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통쾌한 액션까지 있는 무협이 판타지가 거둔 성공이상의 것을 이루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이일은 우리가 한국인이 해야 한다. 왜냐면 중국은 실상 이미 유불교적인 전통이 맥이 끊겼다. 한국에 중국의 스님들이 참선을 배우러 온다. 유교도 한국이 훨씬 더 발달했다. 공산주의 하의 문화혁명을 겪으면서 중국사람들은 뿌리를 많이 잃었다. 일본은 일찌감치 서양문물을 받아들이는데 열심이어서 마찬가지로 많은 전통이 훼손된 면이 있다. 그들이 고유한 문화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사람들은 굉장히 서구화되어 있다. 우리도 어느정도는 마찬가지이지만 그래도 그중 그나마 낫지 않나 생각한다.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으로 유럽인들이 얼마나 많은 혜택을 받았고 받고 있나를 생각할때 우리무협도 언젠가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판타지를 만들어 내는 그날이 오길를 바란다. 문제는 현재로서는 무협작가들이 뛰어난 분들과 그저 자위성 글들을 쏟아내는 사람들이 섞여있고 거의 같은 대접을 받는 다는 점이 있다. 네티즌이 세상을 바꾼다고 했던가. 네티즌들이 격려하고 방법을 찾아서 진짜 우리의 무협을 대표하는 작품이 나오게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 바이다.


Comment ' 4

  • 작성자
    Lv.85 일묘
    작성일
    03.03.28 06:26
    No. 1

    잘 읽었습니다.
    옷깃을 여미게 하는 글이군요. 대부분 상당히 공감이 가는 글이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여청
    작성일
    03.03.28 07:36
    No. 2

    아침부터 많은 사색을 선물하는 글이 올라왔군요.

    이곳 정담란이 아닌 다른 게시판으로 이동되었으면하는 바람도 있네요.
    정담란에는 워낙 다채로운 사연들이 올라오는 까닭에 금세 뒤로 묻혀가는 아쉬움이 남는 지라...

    일본에는 오타쿠란 말이 있다지요.
    어쨌든 주류는 아니란 뜻일 겁니다.
    무협을 좋아하는 우리들 또한 그런 식으로 바깥으로 밀려나기를 원치않는 독자들을 위해서라도 이런 여러 방향의 모색이 필요하리라 봅니다.

    차분히 읽었고.. 상당부분 수긍이 가는 말씀이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1 다라나
    작성일
    03.03.28 11:21
    No. 3

    무협논단으로 옮겨야 할 글이 아닌가 개인적인 생각을 해봅니다.
    평소 모호하게 생각만 하고 있었던 부분의 안개를 확 걷어내는 기분이군요. 수고하셨습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5 백우
    작성일
    03.03.28 13:03
    No. 4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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