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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21 [탈퇴계정]
작성
22.04.12 02:59
조회
103

1980년대 초, 내가 연극영화과 재학생 시절(한양대) 


그때 나는 동급생인 어느 누가 어디에선가 구해온 조잡한 비디오 테이프등으로 특이한 외국영화들을 학습 교재삼아 감상해 볼 기회가 있었다.  전혀 모르는 외국어인데다가 해설이나 번역 자막이 전혀 되어있지 않은 원본 그 자체였기에 그 전체 줄거리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대강 이러저러한 내용은 아닐까? 하고 추측하는 정도.


아마도 러시아 내전을 배경으로 하는 러시아(당시 소련) 영화인 듯 한데 자막에 41이라는 아라비아 숫자가 크게 나오는 걸로 보건대  제목이 ‘41번째(마흔한번째)’인 걸로 추정.


때는 러시아내전.

1917년 2월 혁명과 10월 혁명등을 거쳐 레닌과 볼세비키당이 주도하는 공산세력이 점차 힘을 얻자 이에 대한 반발로 귀족, 지주 계급들이 무장 항쟁에 나서게 된다.

때는 바야흐로 러시아의 적군(볼세비키 혁명당)과 백군(폐위된 러시아 황제를 옹호하는 즉)의 대결.

배경은 어느 바닷가 무인도.(추측컨대, 요즘 한참 우크라이나 전쟁 중인 흑해 연안 어느 작은 섬인듯)

적군과 백군의 치열한 총격전이 벌어졌는데, 다 죽고 백군 남자 장교 한 명과 적군 여자 장교 한 명이 각각 살아남게 된다.  

적군 여자장교는 권총을 갖고 있었기에 요행히 살아남은 백군장교를 포로로 잡긴 잡았지만 그녀는 다리에 총상을 입어 제대로 움직이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

물론 영화이니만큼 극중에 나오는 두 남녀는 상당 수준의 미모를 갖추고 있다.

대개의 영화나 소설속의 전개가 그러하듯이 두 남녀는 적대적 관계에서 어느새 연인 관계 비슷한 사이로 발전하게 된다. (배가 조금 부풀어진 걸로 보건대 아마도 여자가 임신을 한듯)

남자는 그녀에게 속삭이듯 말한다. ( 번역이 안 된 관계로 대강 어림잡아 추정)


‘우리 집안은 러시아 귀족 대지주이다.  엄청난 재산이 있다. 이번 전쟁이 끝나고 나면 너와 결혼하고 평생 호강시켜주겠다.


남자의 달콤한 말에 여자는 맘이 몹시 설렌다. 


아! 내가 러시아 대부호 귀족의 아내? 고결스러운 귀부인?.


그러나 한편 그녀는 나름 심각한 고민 속에 빠졌다. 

그녀는 레닌 혁명사상에 심취한 나머지 자기 딴엔 공산혁명에 일조를 하고자 지금까지 자기 손으로 부르조아 지주 계급인들을 40명이나 죽여왔다.


하지만 사랑 앞에서는 모든 것이 그저 허망할 뿐...


이들 이외엔 아무도 없는 무인도 ...

죽은 시체들을 끌어다가 여기저기 묻어주고 요행히 당분간 버틸 수 있는 비상식량을 구하긴했다만 이런 곳에서 계속 이렇게 지낼 수만은 없지 않은가?


저멀리 배들이 보일적마다 

무인도에 갇혀있는 이 두 남녀는 옷가지를 흔들며 살려달라 크게 외치곤 하지만, 그러나 그럴 적마다 야속하게도 그 배들은 번번히 그냥 지나쳐 버린다.

기진맥진하여 울부짖는 여인을 포근히 감싸 안아주며 남자는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걱정하지 마. 언젠가 우릴 찾아와 주는 고마운 배가 있을 거야...


그런데 어느 날인가,

저 멀리 지나가는 배(작은 군함?)를 보고  두 남녀는 여느때처럼 살려달라며 옷가지를 크게 흔들며 외치는데 요행히 이들을 발견했는지 그 배는  갑자기 가던 방향을 돌린다.

그리고 이들이 있는 무인도를 향해 점점 다가오는 배.


“아! 살았다! 살았어!


두 남녀는 잠시 기쁨에 들뜨긴 했지만 그러나 곧바로 심각한 근심에 휩싸이게 된다.

보아하니 전투함 같은데...


과연 저게 적군의 배냐 아니면 백군의 배냐?


두 남녀의 근심에 가득찬 두 눈!


이들을 향해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배.


마침내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시야에 들어온 배의 깃발.

바로 백군 배였다.


“이야!


갑자기 남자는 기쁨에 넘쳐 소리친다. 

그리고 남자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


“살았어! 살았다고... 이제 너랑 나랑은 우리 집으로 돌아가 아주 행복하게 지낼 일만 남았어!


배는 저 먼곳에서 일단 멈췄고, 이들을 구하고자 무장 병사들이 보트를 내려 타고서 무인도를 향해 서서히 다가오기 시작한다.


기뻐 어쩔 줄을 모르는 남자.


“여 여보게! 여보게들! 여기야 여기! 고맙네!


남자는 기쁨에 들떠 보트를 향해 마구 달려 나간다.

바로 이때, 


‘탕!


하고 울리는 요란한 총성.


등에 총을 맞은 남자는 비명조차 제대로 내지르지 못한 채 해변가 모래바닥 위에 그대로 고꾸라져 버린다.


총을 쏜 여자.

그녀는 아직 화약연기가 채 가시지 않은 권총을 서서히 내리면서 이렇게 중얼거린다.


“마흔 한 번째! 

바로 네가 마흔 한 번째야!


그녀의 두 눈엔 눈물이 글썽거린다.


총소리를 듣자 보트 위의 백군 병사들은 철커덕 소리를 내며 일제히 총 안전장치를 푼다.

무인도를 향해 서서히 다가가는 보트.

두 눈을 멀겋게 뜨고 피를 토한 채 바닷가 모래바닥 위에 엎어진 남자의 시체. 

이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짓고 있는 여자...


카메라가 이 극적인 장면을 잡고 서서히 뒤로 빠지면서 마침내 영화가 끝난다.

  

*혹시 이 영화가 그런대로 괜찮다고 평가해 주신다면 다음회에도 다른 이색 외국 영화를 소개하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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