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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자는 한 ‘사내’가 그려져 있었다.
그래, 틀림없는 사내였다. 갑옷을 입고 검을 쳐들며 전장을 휘어잡는 굳센 사내였다. 붉은 입술. 보드랍고 여린 선. 범상치 않은 검은 눈동자와 그림에서 뿜어져 나온 굳센 기강. 그가 잡은 칼은 적군의 시뻘건 피에 번질거렸고 사내의 일자로 다문 입술에는 단호함과 용맹함까지 서려있었다.
하지만 무언가, 무언가 이질적이었다.
그 사내의 앳된 볼에는 수줍은 듯 발간 홍조가 어렸고 사내의 범상치 않은 눈동자에는 어쩐지 부드러운 향내가 났다. 고왔다. 처음 봤을 때 내리누르는 기강이 익숙해지자 보기 드물 정도로 고운 사내의 본 모습이 드러났다. 전장을 아우르는 용맹한 사내가 이리도 곱게 보일 수 있단 말인가. 나그네는, 어째 시큰할 만치 뭉클한 감정을 담고 그림에 손에 대었다. 쉰 년은 더 된 것인지 너덜너덜한 종이에 시큼한 낡은 나무냄새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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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 운영전을 각색한 작품입니다. 이름과 성격을 따왔을 뿐 거의 다른 작품이나 다름 없네요ㅎㅎ 로맨스 판타지물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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