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들’은 성문을 통해 물밀듯이 밀려 들어왔다. 얼추 대략잡아도 수천 마리는 될 법한 수 앞에 무기 하나 들지 않은 양민들이 뭘 할 수 있었겠는가. 그냥 죽는 것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각기의 일상을 보내고 있었을 뿐이었다. 집 앞 시장에서 건어물을 팔던 뤼나 할머니, 아직도 장가를 못 가 꽃다발을 들고 다니던 아틱커 놈, 보다 정확한 슛을 쏘기 위해 벽에다 공을 차던 세바. 귀여운 세바..
그들 모두가 반나절도 안되는 시간에 사지가 뜯겨 나갔다. 내장이 흩뿌려지고 눈알이 두개골 안으로 찍혀 들어간다.
나는 운 좋게도 그 광경을 아주 가까이서 지켜 볼 수 있었다. 덕분이라면 덕분인데, 의기양양한 폼으로 말 안장에 앉아 보안사령부 소속 배지를 높이 치켜들던 바스티안 경감이 행진을 이끌고 있었다. 악명 높은 살인마인 나를 생포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워 보였다. 마차에 올려진 호송용 강철 감옥 안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자니 구역질이 나올 뻔 했지만.. 상관 없었다. 그것들의 손톱에 목이 날아가는 것을 곧바로 목격할 수 있었으니까.
그것들을 실제로 보는 것은 나도 처음이었다. 소문과는 조금 다른, 의외로 멀끔? 한 모습. 틀림없는 사람의 몸뚱아리지만 체형은 짐승에 가까웠다. 팔이 좀 더 길었고 다리는 짧아져 사족보행을 하는 데다가 머리털은 하나도 없고, 손발톱이 무시무시하게 단단한 듯 했다. 인간이었을 적에 달고 있었을 생식기나 가슴이 성별을 알 수 있게 해주었지만 거무튀튀한 것이 아마도 퇴화하는 중인것 같다.
외형중 가장 기괴한 것은 입이다. 음, 정확히는 입이 없어서 무섭다. 원래 있어야 할 자리는 무슨 풀칠을 해논 것 마냥 꽉 막혀 있어, 으레 다른 육식동물에게서 볼 수 있는 포효같은 건 못 질렀다. 들려오는 건 땅을 박차는 소리와 사람들이 내지르는 비명 정도다.
처음엔 그것들이 내 감옥의 쇠창살도 뚫고 들어오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다행히 그럴 만한 힘은 없는 것 같다. 온 몸의 근육을 보면 총알도 손가락으로 찢어버릴 것 같은데 그 정돈 아닌듯.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그 안에 갇혀 숨을 수 있었기 때문에 나는 참상의 시작을 보고야 만 것이다. 감옥 하나 박살내지 못하는 놈들이 저 밖에 굳게 닫힌 육중한 성문을 열지는 못했을 것 아닌가? 왜인진 모르겠지만 익숙한 여자가 빗장을 풀어내고 있었다. 완전 무장했을 수비대 둘은 이미 죽었고. 어떻게 건장한 병사를 둘이나 해치웠을지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그것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내 미간을 있는 힘껏 찌푸리며 여자의 정체를 확인했는데, 그 날 있었던 일 중에 가장 공포스러운 순간이었다고 기억한다.
‘엄마..?’
제목 : 짐승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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