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은 흐립니다. 어두워 구름 한 점 볼 수 없지만 내 마음이 먹먹하기에 오늘 밤하늘도 흐리라는 걸 어렴풋이 예측할 수 있습니다.
나는 흐려서 비가 오는 걸 걱정하지 않습니다. 그저 구름이 끼는 것을 걱정하는 것 뿐입니다. 낮이 어두워도 나는 상관 없습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빛을 받고 서있는 것보다는 훨씬이니까요.
다만, 낮에 흐렸던 기운이 가시지 않고 밤까지 이어져 밤하늘의 달을 가리는 것만큼은 싫어합니다. 달이 내뿜는 빛이 줄어든다면 분명 우리의 밤은 너무 어두울 테니까요.
당신이 없는 밤이 어두워지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그 사이를 가리는 구름은 단순히 내 걱정에 불과한가 봅니다.
이렇게나 떨어져 있어도, 이미 가정을 꾸리고 내 아들의 딸들과 얼굴을 마주한대도 그대 얼굴이 떠오르는 것은 참으로 이상합니다. 나는 이렇게나 나이가 들었음에도 나쁜 남자인가 봅니다.
내 기억 속 그대의 얼굴은 어릴 적, 우리가 찬란하고 슬퍼하고 공감하던 그때 그 시절 그대로입니다. 가끔은 그대가 어떻게 자라있을지, 어떻게 나이들어있을지, 어떻게 백발이 세었을지 궁금하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확인할 방법 없이 이곳에서 생을 거두는 것만이 나의 지난 삶에 대한 유일한 수책일 것입니다. 그것이 나의 천명이라면 당신이 없는 세상에서도 죽음은 받아들여집니다.
내일이 되면, 언젠가 다시 올 내일이 되면, 나는 다시 마주하지 못할 내일이 되면 분명 맑아지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밤이 찾아오면, 달이 선명해질 것을 나는 믿고 있습니다.
설령 내가 그것을 다신 확인하지 못하더라도, 꽤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난 후에도, 언덕 위 무덤가에서 언제나 그대를 올려다보고 있겠습니다.
시의 화자의 이야기 -> https://novel.munpia.com/362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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