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허허벌판에 불과했어, 아무것도 남지 않았거든. 또 누군가가 죽을 건 분명하고, 저항할 생각은 들지도 않아. 발버둥치는 건 벌써 질렸고, 정의를 꿈꾸는 어린 아이의 시각으로 보기에는 나는 너무 늙어버렸지. 어른이라는 입장 탓에 정의는 현실에 덧칠해져있고. 괴물의 존재는 두 눈에 너무 확연해.”
“누군가는 이걸 토벌해야지, 인간을 잡아먹는 이 골치 덩어리들을 말이야. 이건 숙업이야. 죽기 전에 완수해야 할 사명이지. 다만 이걸 누군가가 방해한단 말이지. 그게 딱히 악의 조직 같은 건 아니야. 너 일수도 있고 심지어 토벌하는 나일수도 있어.”
“방해하는 놈들은 경제시장이다. 괴물이 가지고 있는 마력결정이 다양한 산업시설에서 필요해짐에 따라 수요가 급증했고 그걸 공급하는 공급업체들이 가격 뻥뛰기를 시전, 그 결과 우리 같은 한낱 정의감에 움직이는 토벌대의 인간에게 더 많은 결과물을 납품하라고 지시했지.”
“본질은 돈과 돈이야. 밀수, 암매 같은 짓들 말이야.”
“거기에 합법적으로 정치판의 인간들이 끼어들면서 토벌을 방해하기 시작했어. 우리는 공사(公私)다. 관청의 허가가 없이는 눈앞에서 인간을 뜯어먹는 괴물조차 죽일 수 없어.”
레미엘이 눈물을 흘렸다.
“그까짓 돈 때문에 말이야.”
“나는 이 개 같은 세상을 바꿀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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