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유성
작품명 : 아크
출판사 : 로크미디어
우선 처음 본 후의 감상은 '로크미디어에서 출판한 게임 소설답게 킬링 타임 용으로는 적당하다'였다.
하지만 평소에 소위 양판소 혹은 킬링 타임용 소설을 꽤나 많이 보는 필자로서는 이 소설을 보는 내내 거슬리는 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 소설은 복합 소설을 다시 한 번 복합시킨 소설이었다.
게임 소설의 재미 요소는 대개 이렇다.
마스터 오브 웨폰, 다크 프리스트의 흥행에서 보여진 바 있듯이 우선 주인공에게 갈굼당하는, 하지만 쓸모는 있는 소환수.
그리고 게임 폐인이란 느낌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주인공은 나름 준수한 외모에 출중한 운동 실력을 겸비. 이 요소는 주인공이 레벨보다 훨씬 강한 이유를 어떻게든 납득시키려는 의도도 포함한다.
그리고 아이템 획득에 대한 재미를 부각시키기 위해 주인공은 웬만해선 다크게이머.
게임 소설을 무조건 로맨스나 공성전, 사냥으로만 도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런 부분을 메우기 위해 주인공은 제작 스킬도 상급 수준에 도달.
그리고 마지막으로 적당히 히든클래스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재미 요소'를 복합시킨 소설이 달빛조각사이다.
이러한 점에서 달빛조각사를 게임 소설계의 와우라 칭하기도 하는데-
이를 또 한 번 복합시킨 소설이 이 소설, '아크'다.
하지만 아류작은 아류작에 불과할 뿐일까? 아크는 달빛조각사에 비해 부족한 느낌이 없잖게 들었다.
우선 아크는 달빛조각사에 비해 스케일이 웅장하다. 소설 중반부부터 단체 스토리 이벤트 퀘스트가 등장하고, 이 때 주인공은 매우 중요한 위치의 직업군이다.
이러한 스토리 직업군일지라도 키우는 사람의 역량에 따라 그 중요도가 천차만별이라지만, 그건 그리 납득되는 설명으론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 '스토리 직업군'에 관련된 스토리가 너무나도 양산형 판타지 같다는 게 문제다. 7대 영웅과 세계 멸망. 너무나도 판에 박혀 오히려 유치해 보이기까지한 설정.
그리고 주인공 '아크'는 '달빛조각사'의 주인공과 똑같은 성격의 냉혈한이지만, 드문드문도 아니고 매번 정에 휩쓸리는 면모를 보여준다. 나름 인간다운 면모를 보여주려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에 의해 '냉혈한' 설정이 크게 훼손되는 점이 없지 않게 있는 듯하다.
그리고 '주인공은 현실에서 상당한 운동 실력을 지녔다'는 설정은 킬링 타임용 소설에는 꽤 필요한 설정이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그 점을 쓸데없을 정도로 부각시킨 점이 문제였다.
아크는 태권도... 태권도의 발차기는.... 태권도가 프로레슬링에 비해 어떠하며.....,. 결론은 태권도가 짱쎄다는 설명뿐. 어찌 보면 게임 소설인지 태권도 홍보 소설인지 헷갈릴 정도로 태권도를 강조한다. 보는 동안 상당히 거슬렸다는 것은 부정할 필요조차 없고.
그리고 NPC는 너무나도 만만하다. NPC를 국끓여먹듯 한다는 달빛 조각사에 비해서도 상대적으로 더할 정도로.
달빛조각사의 '검치와 사범'를 모방한 듯한 인물들, '갱생단과 정의남'이 그러하다.
본 소설의 세계관은 리얼한 가상 현실이란 설정이다. 그렇다면 NPC가 인간에 비해 떨어져야할 이유는 없는데도,
별 같잖은 깍두기에 불과한 갱생단은 NPC 범죄자들에 비해 월등히 두려울 정도고-
별 같잖은 그들의 스킬은 NPC들에게 아무 제한없이 통용된다.
웃기는 일이다. 전과자들을 무조건 미화시킨 점 역시 거슬린다는 것을 논외로 치고 나서도 이 점은 읽는 내내 크게 짜증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또 한 번 본 소설의 '장대한 스케일'이 거슬린 점이었는데, 아크는 적이 많다.
그 적들에 의해 주인공은 수많은 위기를 거치는데, 죄다 어찌어찌하여 매번 '주인공 보정'임을 부정할 수 없을 정도의 우연을 거쳐 성장하고 그 위기를 헤쳐나간다.
그런데 그 '주인공 보정'의 행운도가 너무도 심하다는 게 문제다.
주인공의 압도적인 패배가 겨우 한 페이지도 안 되어 반전되고, 그 반전의 이유는 무조건 '우연'이란 단어로 진행된다.
그로 인해 달빛 조각사에는 없었던 '긴장감'을 넣었던 '아크'의 유일했던 장점은 '어떻게든 되겠지'란 이름앞에 슬렁슬렁 넘어가는 요소로 변해버렸다.
아류작은 아류작에 불과할 뿐일까?
'조랑이의 바람일기'를 연재했던 원사운드 씨가 말씀하셨다.
"현 게임은 영화에 비해 큰 열등감을 지니고 있다. 그 점을 너무나도 크게 신경써 화려함에만 치중한 게임이 많고, 그에 의해 싸구려 게임으로 변해버린다.
그리고 코지마 감독의 '메탈 기어 솔리드' 시리즈는 그 영화에 대한 게임의 상대적인 열등감이 긍정적인 면으로 나온 결과물이 아닐까."
이처럼 '달빛 조각사'를 크게 신경쓴 게 분명한 이 소설은 싸구려 아류작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무언가 달빛 조각사를 넘어가겠다는 생각이 소설 부분부분에 보이고, 그런 생각이 결국엔 이 소설을 킬링타임 게임 소설중에서도 '아류작에 불과한 싸구려'로 만들었다.
사실 달빛조각사나 아크다 둘 다 읽고서 남는 게 없는 킬링타임용 소설의 범주에 드는 소설이기는 하나, 둘 모두를 본 독자들에게는 거슬리는 소설임은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대충 그런 소설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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