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케미
작가 : 민수珉洙
안녕하세요. 어킁입니다.
유료부분까지 따라가지 않은 것을 미리 말씀드릴께요.
1. 시작하면서
이 케미라는 소설을 독특하죠. 소재가 ‘화학’ 이라니.......?
최근 소설들이 판타지와 무협을 넘나들고, 헌터물, 직업물(연예계, 법정, 의사, 스포츠) 등등 이 나왔지만 ‘화학’이 주가 된 것은 본적이 없습니다.
저는 석사까지 화학 전공을 했고 현재도 화학 관련 업종에서 일하고 있어
소설이 참 흥미로웠습니다.
게다가 소개문구가
“세상의 모든 관계는 화학반응이다.
심지어 나와 ‘사람이 아닌 것’까지도.”
와 이걸 보고 더 좋아졌어요!
그래서 부푼 기대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2. 들어가서
대략적인 스토리는 이렇습니다.
주인공은 가난합니다. 돈을 위해 임상테스트를 받게되는데 독특한 조건들이 붙어있습니다. 주인공은 교통사고를 당했다가 코마에 빠진 경험이 있고 조건에 해당되어 테스트를 받게됩니다.
임상테스트를 받는데... 다른 실험자들은 모두 잠에 빠져들지만 혼자만 잠이 들지 않는 주인공!
이 임상테스트의 목적은 지식 습득이 가능한 알약으로 지식 개화가 가능한 사람을 찾는 것이였습니다. 알약이 카이랄 구조로 되어있어서.... 한쪽은 수면유도체 한쪽은 지식 개화라고 합니다.
KG화학에 입사하기로 약속하고 알약을 하나 더먹게되는데 그 알약을 먹고난 뒤로 주인공의 인생은 변하게됩니다.
’화학 분자식‘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거죠.
KG화학에 입사하면서 돈도 많이 받고 분자식을 보면서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여러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기 시작합니다.
이후에는
주인공이 우연찮게 새로운 능력을 가지게 된다. -> 그 능력으로 회사에서 일들을 해결하면서 성과를 인정받는다. -> 떡밥들이 풀린다.
이런 스토리로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이 됩니다. 무료부분만 봐서는 스토리는 나쁘지 않아요.
그런데 말이에요...
저는 사실 화학분자식이 보인다는 부분에서 바로 접을 뻔 했습니다...
키랄성이라는 거 까지는 어떻게든 이해했습니다. 고등학교 때 화학배우신분들은 광학이성질체가 왜 다르고 약으로써 어떻게 다르게 작용하는지 아실껍니다.
한쪽은 수면유도체, 한쪽은 지식... 어... 여기까지는 그러려니했습니다. 판타지도 이해안되는게 투성이니깐요.
‘화학지식을 엄청 얻어서 화학쪽으로 개발하는 재밌는 소설인가보다!’
라고 생각했죠.
(사실 지식을 얻는다는게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아니 알약 먹는 조건은 왜 까다로웠던거지..교통사고당한다고, 코마현상에 빠진다고 DNA가 변하는 것도 아닌데.. )
아니 근데 갑자기 더 나아가서 육안으로 화학 분자식이 보인다니 이거 화학전공자를 무시하는거 아닙니까 너무......
어떤 현상을 보고 화학반응이 이렇게 되겠지 라고 예상하는거면 모르겠는데 화학분자식이 보이다니요.
처음 화장품의 화학식을 보게되면서 Fe와 Si가 춤을 추고 있다는 서술을 보고 입이 떡 하고 벌어졌습니다.
일단 Fe와 Si는 인간이 명명한 것이고 실제로 보인다면 원자핵 응집체가 보였을 겁니다.
원자는 원자핵의 개수차이로 분류되게되는데... 딱 보고 원자핵 개수를 순식간에 알아차려 Fe와 Si라고 생각한다는게 놀라울 따름입니다...
또한 Fe와 Si가 구분 가능하고 관찰할 수 있다면 사람을 이루고 있는 수많은 원자들 역시 구분가능하고 섞여서 보이게 될껍니다.
한 발자국 양보해서 사람 피부는 원래대로 보이고 그외의 물질만 보인다고해도 화장품 역시 수십까지의 원료가 혼합되어있는 상태로 Fe와 Si외에 여러 원자들이 섞여있을 것입니다.
이게 구분이 가능할까요........
더 양보해서 원자들은 구분이 가능하다고 생각해봅시다.
흔히들 배우는 원자간의 결합을 통한 분자식은 배우는 학생들의 이해를 쉽게하기 위한 것으로
실제로 그 결합은 보이지 않고 원자들이 가까이 있는 상태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중결합 같은경우에는 에너지 준위가 단일결합과 달라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한 화장품은 수많은 화학성분(원자)들로 이루어져있는데 크기가 아주 미세하게 다른 원자들 사이에서 딱 Fe와 Si, O만 필터링 하여 보았다는 겁니다. 또한 그 사이의 결합(Si-O 등)을 육안으로 알아냈고요.
심지어 자연계에서 Fe와 Si는 결정체로 존재하여 분자식이 아니라 무기화학 레벨로 넘어가야 할 것 같은데......... 이건 물론 화학분자식보다는 괜찮아서 nm단위에서 관찰은 가능합니다.
이걸 쓰면서도 ‘아냐.. 사실 눈에 보인다는것 자체가 말이 안돼... C-C결합이 0.14nm인데 도대체 분해능이 몇 pm이어야 구분이 가능한 것인가...’ 라고 생각하고있습니다.
(현미경 중 SEM과 TEM으로도 nm단위밖에 관찰이 불가능하고 AFM이란 장비로 보다 세밀하게 볼 수 있지만 분자 자체를 구별할 수는 없습니다.)
사실 진짜 이 문장 하나로 의문점이 너무나 많고 의아하고 제가 배운 전공지식과 엇갈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만 일단 넘어가보았습니다.
계속 넘어갔습니다. 무료 부분을 다 읽었던 것 같아요. 스토리자체는 무난했습니다. 다시말하지만 나쁘지않은 스토리 라인입니다. 다만 주인공이 위기와 문제해결을 위해 사용하는 능력이 제가 위에서 계속 걸고 넘어지는 ‘분자식을 보는 능력’이라는 것입니다.
아니 진짜... 너무하잖아요.
주인공이 신제품보고서는 구조식이 엉망이야 내가 손보면 훨씬낫겠어 하고 구조식을 바꾸질 않나...(반응 과정은 아는건가 손으로 구조식을 바꾼건 아닐텐데... 정말 궁금합니다.) 사람 보고서 구연산이니 알코올이니 입에 묻은걸로 봐서 술먹었으니 어쩌니하고 전철에서 지나가다가 다리 보고서 산화되는 구조식을 보고서 무너지겠군. 이라고 생각하고. 이런 말도안되는 소리를 하면 주변에 박사 전공이라는 여자주인공이 ‘와 화학적 추론 쩌러’ ‘와 화학적 말빨에 이길 수 없다’ 이러고 앉아있으니 미치겠는겁니다.
아니 그리고 사진으로 찍힌 다리를 보는데 거기서 화학분자식이 보이다니요...
그러면 그 카메라의 분해능이 화학분자식이 보일정도라는 건데 여기서도 턱하고 가슴이 막혔습니다.
다른 박사전공자들과 고위직들도 주인공말이 말도안된다면서 결국엔 다 믿고...
이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말..... 당황스럽습니다.
3. 마치면서
소재와 상상력은 기발했다고 평하겠습니다. 스토리라인도 좋았고 떡밥들도 흥미로웠습니다. 다만 과학 지식을 깊게 들어가면서 화학분자식이 보이는 현상을 소재로 잡아 읽는 내내 제 목구멍에 잔가시가 있는 것처럼 껄끄러웠습니다.
주인공의 눈에 화학분자식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과학지식으로 풀어갔으면 더 재밌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아니면 한발 양보해서 분자식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이 연구를 하는데 어떤 화학현상을 보면 화학반응 메커니즘이 머리 속에 떠올라서 단번에 연구를 진척시킬수 있다던가... 화학분자식이 보이는 것만 아니였다면 꾸역꾸역 다 봤을 것 같습니다.
음...
많은 분들이 읽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니 판타지는 말이되냐, 걍 소재인데 편하게 보면 되지’ 라고 하실수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보려고했고요...
하지만 저 능력이 주로 나온다는 것을 알고 관둘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 능력이 보일때마다 제가 배운 지식들과 충돌을 일으켜서... 껄끄러웠습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먹는데 불편하다면 즐겨 먹기는 힘듭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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