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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루선인님께, 부족한 비평

작성자
Lv.56 은생원
작성
17.10.01 00:07
조회
883

제목 : 모험하는 팔라딘 에일라흐

작가 : 모루선인

출판사 :


완결나지 않은 작품, 그것도 1권 넘게 진행중인 작품에 대하여 비평을 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일반 독자의 입장에서 댓글에서 이렇다 저렇다 제안하고 작가가 아이디어 내지 의견을 반영했다가 글의 흐름이 중력을 거스르고 붕 떠버려서 글을 접어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독자도 작가도 참 입장이 애매해지고 맙니다.


그렇지만 저도 부족한 독자 입장이지만 욕먹을 각오를 하고 한 번 써보겠습니다.


“미리 설정이랑 대략적인 전개 방향까지 정해놨는데도, 글이 스피드 있게 뽑히지를 않고 있습니다. 캐릭터들의 등장 빈도나 개성노출도 가감을 잘 모르겠고요.”라는 문장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묘사와 종결어미


일단 1화의 3번째 문단부터 5개를 보겠습니다.

> 개중에 조금 도드라진 언덕빼기에 솟은 큰 나무 아래에서 에일라흐는 있었다.

> 목가적이라 할만한 그림같이 평화로운 풍경 안에서, 에일라흐는 그런 풍경과는 어울리지 않을 법한 차림새를 하고 있었다.


(5번째 문단은 특별히 문장별로 끊겠습니다.)

>> 색 바랜 푸른색 누비외투 위로 관리를 받지 못해 너덜너덜해진 체인메일을 걸치고, 등 뒤로는 백팩까지 짊어지고 있었다.

>> 포켓이 많이 달린 벨트에는 벌목용으로 쓸 수도 있을 법한 짧은 한손군도, 투척 나이프, 석궁에 쿼렐까지 결속되어 있었고, 왼 손에는 찌그러진 버클러가, 등 뒤로는 클레이모어를 패용하고 있었다.

>> 차림새는 허름한 주제에 무장만큼은 흉흉하다.

>> 갑옷과 백팩을 제외하더라도, 패용한 무기들의 무게만으로도 무시할 수 없는 중량이 나올 법 한 수준이었다.


> 없는 살림을 짜내서 장비를 마련해서는, 어딘가의 오지에 들어가 호되게 고생하다 나온 것 같은 모양새였다. 역시 흙먼지로 색이 바래진 데에다, 제대로 감지 못해 떡진 머리카락은 본래의 빛깔을 알아볼 수 없을 지경.


> 햇빛이 제법 강한 날이었기에, 에일라흐도 제법 땀을 뺀 참이었다. 흐르는 땀과 씻지 못해 쌓인 흙먼지가 뒤섞여서 땟국물이 피부를 타고 흐르며 자국을 남겼기 때문에, 에일라흐는 진저리를 치며 나무그늘에 앉아 조금 쉬려는 참이었다. 잠시 무장을 풀고 그녀의 행색과는 어울리지 않는 풍경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신 에일라흐가 문득 중얼거렸다.


1화의 첫 두 문단은 시간과 공간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3번째 문단부터 주인공의 외형묘사가 시작됩니다. 3번째 문단은 1개의 문장으로 끝납니다. 4번째 문단은 3번째 문단을 조금 더 부연하는 것 같은데, 전지적 관점이 나타나면서 역시 1개의 문장으로 끝납니다.본격적인 묘사는 5번째 문단인데 4개의 문장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대략적으로 외형과 옷차림새, 무장상태를 묘사했습니다. '흉흉하다'는 묘사만 없다면 관찰자 시점이었을 겁니다.6번째 문단은 2개의 문장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외형에 대한 (전지적) 평가와 씻지 못했다는 묘사입니다.7번째 문단부터 주인공의 행동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8번째 문단에서부터 (여기에 쓰지는 않았지만) 대사가 등장합니다.


이 다섯 개의 문단을 두고 볼 때 당장 보이는 문제는 종결어미입니다. 첫 문단은 종결어미가 없었고, 두번째 문단은 '지나간다.'로 종결했습니다. 그런데 이어지는 문단들의 종결어미는 거의 대부분 '있었다'로 끝납니다. 문장의 종결어미가 과거형일 수는 있겠지만 거의 대부분이 있었다로 끝난다면 독자는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까요?


우선 글의 '리듬감'이 떨어집니다. 서술어가 계속 반복되는 것은 우리가 영어를 학습할 때 같은 문장형태의 활용을 계속 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I like dancing. I like playing the piano. I like ...  이 말을 듣는 화자는 '그래 네가 뭐뭐를 좋아하는지는 알겠다. 그런데 애도 아니고 이제 그만해'라고 생각할 겁니다. 시나 랩을 해서 운율을 맞추는 것과 달리 길이가 다른 긴 문장에서 서술어가 반복되는 것은 지겨움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있었다 반복 말고도 참이었다 반복도 마찬가지로 인물이 두 명도 아닌데 같은 어미가 중복하여 등장해 문장간 결속이 어색해졌습니다.


또한 글에서 '있었다'라는 표현을 바꿔쓸 수도 있습니다. '차림새를 하고 있었다.' 대신 '차림새를 했다.', '짊어지고 있었다.' 대신 '짊어졌다.', '결속되어 있었고,' 대신 '결속했고,', '패용하고 있었다.' 대신 '패용했다.', '나올 법한 수준이었다.' 대신 '나올 법 했다.' 등 호흡을 짧게 할 수 있습니다. 서술어가 짧으면 대체로 피동문보다는 자동문이 많고, 문장이 짧으면 글도 빠르게 읽을 수 있습니다. 현재(진행)형으로 서술하는 것도 고려해보세요.


그리고 이 부분은 선택의 문제인데...... 이 다섯 문단의 모든 묘사가 '그녀'라는 단 한 번 등장한 단어보다 강하다고 할 수 있나요? 이 이전 묘사에서 지금껏 묘사한 인물이 여성이라는 복선이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다음 문단에서의 어투는 일반적인 여성의 표현이라 생각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여성이라는 성별이 크게 다가올 수도 있겠지만, '그'로 지칭하여 성별을 직접 표시하지 않고 대신 여성임을 암시하는 묘사를 넣어서 묘사의 균형을 맞추는 방안도 존재합니다.


1화를 예로 들었지만, 다른 화에도 '있었다/이었다/였다'가 너무 많이 등장합니다.


2. 주인공과 환생


굳이 주인공이 환생이라는 설정이 필요한가 의문입니다. 이미 주인공은 유랑하는 팔라딘입니다. 그런데 굳이 북명심공(?), 차크라(?)라는 설정을 차용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저 팔라딘 유파의 비법을 이어받아도 주인공 쎄다고 묘사할 수 있고, 졸업시험 1등이었다고 묘사해도 먼치킨성은 충분히 살릴 수 있습니다. 어투도 마찬가지이고요. 무리해서 이계 환생 설정을 넣는 것은 아닌지요. 환생요소를 빼도 스토리를 해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주인공이 여러 환생을 거치며 얻은 지식이 활용되는 순간들 - 점성술, 천문학, 의약, 내공 등 - 도 있습니다. 그런 순간들이 주인공의 행동준거를 보여주는 것은 알겠습니다. 그런데 주인공이 팔라딘이고,신의 신탁이 정확히 뭔지도 모르는데 신과 접촉한다는 이유로 신탁을 따르고 있습니다. 뭔가 있다는 뉘앙스만 주는데 신의 예언과 인간의 행동 중 어떤 것이 영향력이 있는지, 이 세계에서 예언은 어떤 의미인지 주인공에게 묻고 싶습니다.


3. 시점과 평가적 서술


이 글은 3인칭 시점을 취하고 있습니다. 글의 전개에서 관찰자에 가깝게 서술되기도 하고 전지적 시점에 가깝게 서술되기도 하지만, 이런 서술은 작가의 취향에 가까운 부분입니다. 1인칭과 3인칭이 가지는 장점과 단점은 글에서 주로 다루는 내용에 따라 단점이 상쇄되기도 하고, 단점만 드러나기도 합니다. 주로 등장인물이 적게 등장하고 주인공의 직접적인 감정묘사가 많을 때에는 1인칭, 등장인물이 많고 행동을 통해 심리가 묘사되는 경우에는 3인칭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작가와 독자마다 좋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다를 겁니다.


문제는 '스피드'와의 상성이 전지적 작가 시점과 잘 맞는다 볼 수 없습니다.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쓰다보면 필연적으로 어떤 행위의 배경 설명, 관련 인물의 심리 묘사, 행위에 대한 평가를 쓰게 되는데, 한 편에 절반이 이런 내용으로 채워진다면 대충 훑고 지나가 버립니다.


예를 들어 공포새-포루스라코스(3)은 전지적 작가 시점이지만 관찰자 시점처럼 거의 대부분 잘 읽히는 반면, 신탁(3)과 포위된 주교성(2)는 중간중간 흐름이 끊기는 느낌을 받습니다. 설정을 직접 드러내는 것보다 글 속에 설정을 녹이면 추가 부연 설명없이 속도감있게 전개할 수 있을 겁니다.


Comment ' 2

  • 작성자
    Lv.27 마늘소금
    작성일
    17.10.03 13:37
    No. 1

    우와, 되게 자세하게 써주시네요.. 저도 나중에 20편 쯤 쓰면 비평좀 해주세요! 으앙..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3 비늘구름
    작성일
    17.10.05 14:13
    No. 2

    와, 구체적인 지적 감사합니다! 그렇잖아도 초반부를 뜯어고쳐야 할 것 같아서 고민 중이었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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