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세상은 게임이 아니다.
작가 : A사과
출판사 : 문피아 연재 중
전 말이죠, 사천왕을 물리쳤지만, 승리 후에 춤을 추는 버릇 때문에, PPAP(개그요소를 갖춘 춤입니다)를 추다가, 넘어져서 죽을 용사 제자 따위의 스토리는 하나도 안 궁금해요. 물론 이건 비유입니다. 비유긴 하지만, 글을 읽는 순간, 글의 진행이 예상 가능한 비유죠.
사천왕을 죽이는데 목숨을 소모하는것도 아니고, 사천왕이 죽기 직전에 주변 마을이나 같이 소멸시키기 위해 자폭하는걸 막다가 죽는것도 아니고, 평소 승리하고 난 뒤에 PPAP 추는 습관 때문에 넘어져 뒤지는건, 사실 아무 의미도 없는 죽음이죠. 전 이런 아무 의미도 없이 죽을 인물의 이야기는 정말 듣고 싶지도 않아요. 누군가 제자의 성장이야기를 1시간 동안 들려주고 마지막에 저렇게 죽여버리면? 개쌍욕을 했겠죠. 의미도 없고, 어이도 없고, 이렇게 죽을 케릭 이야기를 1시간 동안??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죠. 사천왕을 막고 죽었으니 의미가 있다. 라고 말이죠. 근데 이건 사천왕하고 싸워서 죽은게 아니라, 머저리처럼 PPAP 추는 습관을 못버려서 원래라면 안죽어도 될 상황에서 어이없게 죽은거에요. 아주 의미도 없고 어이도 없는 죽음이죠. 개연성은 있어요. 원래라면 사천왕을 죽일 수준이 아니지만, 극적인 성장을 통해 겨우겨우 물리친고,, 거기다가 자폭하는 것까지 막았으니, 떨어지는 나뭇잎에 뒤통수를 맞아도 죽을 수도 있을만큼 극악한 상태, 추가로 싸우고 난 뒤에 춤추는건 제자의 오랜 습관!! - 라는 것이었죠.
물론 작가님이야 독자들에게 제자를 잃은 용사가 겪을 슬픔을 좀 더 격하게 느끼게 하기 위한 장치로, 용사 제자한테 감정이입을 하게 할 수도 있고, 그것을 위해 분량을 늘릴 수야 있죠. 그런데 그 분량도 적당해야죠... 이렇게 어이없는 죽음의 개연성을 위해 엄청난 분량을 쏟아야하냐구요. 작가님은 독자들한테, 용사가 느낄 허무함이나 슬픔을 느끼게 한 것도 맞지만, 동시에 그것으로 인해 늘어난 분량에 쏟은 시간과 돈이 아깝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게 만들었어요. 최소한 저는 그렇습니다.
여기서 더 설명을 하자면, 사실 용사의 입장이나 저 글의 흐름을 봤을 때, 굳이 용사 제자가 PPAP를 추다가 죽을 이유가 없죠. 사천왕과 동귀어진하거나, 자폭할 때 죽었어도, 용사가 느낄 허무함은 동일하거든요. 다만 작가는 클리셰 파괴라는 목적(이건 분명합니다, 분량이 많은 주조연은 허무하게 죽지 않는다는.)과, 독자에게 더 큰 허무감을 준다는 목표 아래(개인적인 견해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글을 쓴 것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이게 저한테는 시간과 돈이 아깝다는 감정을 불러 일으켰지만 말이죠. (사천왕과 동귀어진 or 자폭할 때 같이 죽었더라면 이런 아까움은 덜 했을 것 같습니다)
작가님의 문제는 독자가 작품에 쓴 시간과 돈이 아까워 할 수 있다는걸 간과하고 있다는 거에요.
스토리가 지루해져서 하차하는 경우는 있었어도, 고작 조연의 사소한 죽음 때문에 작품 자체가 꼴보기 싫어진 것도 처음입니다. 그 조연이 죽기까지의 개연성을 위한 분량, 그 분량에 쏟은 시간과 돈이 너무 너무 아까워요. 솔직히 지금이야 시간이 좀 지나서 이 정도 수준으로 비난에 가까운 비평을 하는 것이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로 분노 폭발했었습니다.
물론 이 작품이 나쁘다는 건 아니에요. 회귀물인데도 불구하고, 어두운 분위기. 그 분위기도 잘 표현하고, 재미도 있어요. 필력 또한 좋습니다. 저런 사소한 죽음 때문에 돈이 아깝다는 느낌만 들지 않았어도, 계속 봤을만큼 재밌습니다. 그래서 더 아쉽군요.
다크한 분위기의 소설을 좋아하면서, 개연성을 위해서, 사소하게 죽을 조연에게 많은 분량을 할애해도 된다 = 분량이 많은 케릭이라도 한순간에 사소하게 훅 보내도 된다. 이런 것이 허용이 되는 분에게는 추천드립니다.
p.s. 너무 개인적인 견해인것 같아서 여기에 올려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게시판 성격에 맞지 않다면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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