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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이 은퇴했다 비평

작성자
Lv.99 온달곰
작성
18.07.09 16:54
조회
949

제목 : 영웅이 은퇴했다

작가 : S프레소

출판사 : 문피아 독점


S프레소 작가님의 ‘영웅이 은퇴했다’를 읽고 아쉬운 점이 있어 비평글을 씁니다. 여러 글을 읽으면서도 비평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잘 해본적이 없는데, 아무래도 작가님은 발전 가능성이 보이는데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서 쓰고 싶은 듯 합니다.


글 자체는 멸망급 던전을 막아낸 영웅의 은퇴기를 적고 있습니다. 아마도 ‘초인의 게임’이 가장 유사한 글인듯 합니다. 작가님이 뭔가 주인공을 굴릴 생각이라면, 아마도 아내와 자식이 죽거나 실종되면서 ‘세상은 게임이 아니다’처럼 굴러갈 수도 있을듯 하지만요.


아무튼 그런 설정에서 주인공의 일상을 그려내고 있는데, 주요 인물의 캐릭터 조형이 아쉬웠습니다. 다만 브라우저 상에서 글을 쓰다보니 좀 중언부언에 중구난방으로 글이 써지네요.. 양해 부탁드립니다.


1. 멸망급 던전을 막아낸 헌터의 아내는 평범한 사람일수 있을까?

작 중 주인공은 세계최강의 인물입니다. 그리고 그 아내의 임신으로 인해 은퇴를 선언합니다. 아내는 평범한 일반인이지요. 이런 구도 자체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위한 설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에 대한 고찰을 해본다면 과연 저런 관계가 성립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가지 이유인데, 첫번째는 ‘기게스의 역설(혹은 기게스의 반지)’입니다. 아무도 견제할 수 없는 인간은 정말 고절한 자기 수양을 하지 않는 한 자신의 욕망과 감정에 굴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주인공은 언터처블에 가까운 인물이지요. 그런 인물이 일반인과 정상적으로 교류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보면 사실 그러기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동족인 인간을 자신의 정의에 맞추어 수없이 살인이라는 수단으로 처벌한 전적이 있는 인물이라는 점입니다. 이처럼 폭력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출하는데 길들여진 인간이 과연 일반인과 정상적인 교감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두번째는 바로 ‘살인’입니다. 살인은 두가지 측면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살인의 심리학’이라는 심리학 연구서적에 나와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살인자가 받는 심리적 고통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내용을 통해 볼때, 첫번째로 지적할 점은 죽이는 만큼 본인도 고통받는게 당연한 심리적 기제라는 겁니다. 물론 그렇지 않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통계적으로 2% 미만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사이코패스나 살인마가 아니라 죄책감과 스트레스를 느끼지만 그걸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주인공의 경우, 그 정도로 정신적으로 성숙하고 강한 인물이 아니라면 스스로 죄책감과 스트레스로 인해 비뚤어진 인간이어야 합니다. 아니면 사이코패스 살인마이거나요. 그러나 주인공에 관한 묘사에는 이런 성숙함에 대한 내용도, 살인의 후유증에 대한 내용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작가로서 가져야하는 인간에 대한 통찰이 아쉬워지는 부분입니다.

두번째로는 동족을 죽이는 살인을 저지르는 순간, 인간은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는 폭력에 길들여지는 것과 비슷한데, 살인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더이상 인간을 인간으로 볼 수 없게 만든다고 봐야합니다. 이는 서로에게 작용하는데, 주인공이 다른 일반인을 공감할 수 없게 만들고, 반대로 주인공이라는  ‘존재’를 일반인이 접할 때 제대로 공감하고 관계를 없게 만든다고 봅니다.

단적인 예로, 저는 가끔 의사 선생님들을 보면 가끔 섬뜩할 때가 있습니다. 예컨데 일반인은 거부감을 가질수 밖에 없는 수술 사진을 불쑥 보여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 맹장 수술 당시에는 떼어낸 맹장을 아내에게 그대로 보여줬다고도 하더군요. 하지만 인간은 기본적으로 그런 부분에 혐오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경고의 색깔로 빨간색을 쓰기도 합니다. 본능적인 상징이니까요. 의사선생님들은 오랜 기간 수련을 통해 그런 혐오감과 거부감을 억누르는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겠지만 일반인은 그런 행동에 거부감을 느끼게 됩니다. 

다른 예로 조폭이나 권력자가 있습니다. 조폭 친구는 없지만, 권력이나 폭력에 익숙해진 사람들과 마주해보면, 인내심이 무척 부족합니다. 자신이 가진 힘으로 상대를 굴복시키는 데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주인공은 이런 조폭이나 권력자보다 더 심한 인물입니다. 즉, 잔혹한 행동과 잔인한 것들에 대한 역치가 무척 높아진 인물입니다. 그런 인물은 사소한 언행이나 행동에서도 일반인과 다른 판단과 행동이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에게는 거슬리는 벌레를 치우는 ‘청소’와 같은 행동이라도 일반인에게는 큰 충격일 수 있으며, 일반인에게 공감하지 못하므로 뭘 숨겨야 하는지조차 제대로 모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주인공이 아무리 애정을 보인다고 해도 정상적인 일반인 여성이라면 이런 ‘존재’에게 공감하고 애정을 가질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2. 주인공의 주변에 왜 있어야 할 관계가 없는가?

주인공은 세계최강입니다. 누구도 견제할 수 없는 세계최강의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는 당연히 권력과 부와 명예가 따라오기 마련입니다. 설령 주인공의 탁월한 정의감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벗어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게다가 인간은 거짓임을 인지하더라도 자신을 칭찬하는 말에 기분이 좋아진다는 심리학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최강자 옆에는 동료보다는 아부꾼들이 득실할 가능성이 큽니다. 스스로를 다스릴 수 있는 인물이라면 모르지만 말이죠. 

그러나 주인공은 그런 인물도 아닙니다. 잔혹하고 스스로의 욕망에 충실한 인물입니다. 따라서 주인공의 설정대로라면 당연히 그를 추종하는 세력들이 생겨나 있고, 거기에서 최대한 그의 비언어적 표현을 토대로, 이른바 ‘눈치’를 보면서 입속의 혀처럼 구는 사람들이 당연히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여성도 마찬가지입니다. 철저히 그의 취향에 맞춰진 여성이거나, 그의 폭력에 굴복하지 않는 강한 여성만이 그의 곁에 존재할 수 있다고 봐야 합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기본적으로 관계를 추구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고독한 늑대라도 주변에 사람이 없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건전한 관계라면 대등한 인물이, 삐뚤어진 관계라고 해도 그를 추종하고 폭력에 길들여진 존재들이 옆에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주인공은 그런 면에서 이상한 존재입니다. 동료도 없고 부하도 없습니다. 주변에 추종자도 없습니다. 반대로 보면 일반인 아내와 이를 통해 이어지는 처가가 있습니다. 그런에 이 것 자체가 모순이 되어버립니다. 일반인 아내를 맞이할 정도의 공감능력이라면 동료도 있어야 하고, 휘하 조직도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없죠.

이런 측면에서도 역시 당연히 있어야 할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이상한 설정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는 인간관계와 인류사회에 대한 작가의 고찰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결론적으로 영웅의 은퇴라는 점을 다룬 발상과 그에 대한 묘사는 나쁘지 않았지만, 인간과 인간관계, 인류사회에 대한 고찰이 부족했는지 아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특히 작가님의 설정대로 만들어진 인물을 놓고 상상해본다면 일반인 아내를 얻어 은퇴한다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폭력에 길들여진 비틀린 인물이거나(이 경우엔 일반인이나 헌터 둘다 가능합니다.), 전투능력이 주인공에 준하는 강력하고 개성있는 헌터거나, 아니면 심리학이나 정신의학 등을 깊게 공부하고 인격적으로 성숙하여 일반인임에도 폭력에 굴하지 않고 어머니처럼, 누나처럼 주인공을 감싸주는 인물이 그나마 주인공의 반려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상상과 허구를 다루는 현대판타지 소설이라고 해도, 인간과 관계, 사회에 대한 통찰과 고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측면이 작품의 내적 동력을 무척 깎아먹는 것 같아서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나름 비평을 써봅니다. 


부디 작가님께서 이 글이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Comment ' 5

  • 작성자
    Lv.30 굉장해엄청
    작성일
    18.07.10 00:34
    No. 1

    비평다운 비평에 공감하고 갑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19 라슾
    작성일
    18.07.10 11:58
    No. 2

    내용도 좋고 정성스러운 비평 ㅊㅊ
    근데 저 작품 장르가 일상물이라 이거 반영하면 너무 시리어스해질 것 같음 ;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79 S프레소
    작성일
    18.07.10 12:33
    No. 3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작성자
    Lv.68 이자금
    작성일
    18.08.20 17:36
    No. 4

    살인에 대한 오해
    살인은 누구나 할수있다 죄책감 윤리와는 전혀 상관없다
    현대에서 윤리 도덕 교육을 통해서 살인을 엄청난 죄인 것처럼 세뇌를 시킨다
    세뇌를 시키는 자들은 살인을 너무나 쉽게한다
    고종과 민비의 동학농민학살 일제의 학살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의 민간인.학살
    부산형제원 대구카돌릭 학살등 지금도 많은 살인이 난다
    유가의 공자부터 조선의 사대부는 살인을 개미.죽이듯 했다
    공자는 인육미식가였다
    권력을 가진자들이 못가진.자들에게는 살인에 대한 도덕과 윤리를 강제하면서
    자신들은 너무나도 쉽게 살인을 한다는거다
    그러니 살인은 윤리와 도덕이라는 세뇌를 걷어 내면
    아주 일상적이며 보편적인 전혀 죄책감이나 죄의식이 필요 없는거다
    지금도 권력자들은 조폭같이 조그만 무력을 가진자들도
    섬사람이나 농촌 사람도 사람을 노예로 부리고 죽이기도 한다
    살인은 인간의 일상이다

    찬성: 0 | 반대: 4

  • 답글
    작성자
    Lv.99 온달곰
    작성일
    18.08.20 17:47
    No. 5

    살인의 심리학, 트라우마 등의 심리학 서적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이 책들은 귀납적으로 연구한 성과들이므로 비판하시려면 똑같이 귀납적 방법론을 적용해 학술적으로 비판하시기 바랍니다.

    첨언하자면 살인에 대한 거부감은 생물학적 본능 수준으로 내려갑니다. 세뇌의 결과가 아닙니다. 더 나아가 공동체의 유지를 위해서도 필수적이었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살인에 대한 금기가 유지되었습니다.
    더 이상은 이 글에 대한 비평과 동떨어진 내용이므로 답변하지 않겠습니다.

    찬성: 3 | 반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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