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라엠 후 : 고아들의 도시
작가 : 마니
출판사 : 문피아 연재
라엠 후 : 고아들의 도시는 좋은 작품입니다. 친숙하면서 매력적인 세계관을 사용했고 특히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뚜렷하게 표현된 것을 보면서 읽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이 작품의 특징이라면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 드는 단막극 형태의 구성입니다. 이야기가 늘어지지 않고 새로운 에피소드를 써내기 때문에 글의 신선도가 뛰어납니다. 그러나 장점은 딱 여기까지고 아쉬운 부분이 더 많습니다.
저는 문체에 대해서는 잘 읽히기만 한다면 크게 트집을 잡지 않습니다만, 라엠 후의 경우는 이야기 초반부를 읽는 내내 상당히 거슬렸습니다. 쓸데없이 이중표현을 써서 문장을 길게 만드는 경우가 대표적이었습니다. 이야기의 본 궤도로 진입한 후에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지만 그 전인 초반부에는 글을 읽기 싫을 정도로 불쾌함을 느꼈습니다.
단막극 형태의 이야기 구성은 참으로 좋았지만 모든 에피소드에서 재미를 느끼진 못했습니다. 이야기의 시작과 끝만 있고 중간의 내용은 느껴지지 않았던 에피소드가 수두룩했고 주로 적은 분량의 에피소드에서 이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독자가 이야기에 확 끌어당겨지고 사건이 종료됐을 때의 개운함을 느낄 수 있는 에피소드가 많지 않았습니다. 정교하게 이야기 플롯을 짜지 않고 충동적으로 써 갈긴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인공이 사건을 풀어나가는 방법도 원 패턴이라 뒤로 가면 갈수록 질리는 면이 있었습니다. 똑똑한 주인공이 다른 사람들(독자를 포함)은 모르는 지식을 가지고 있고 사건 마지막에 사실은 이러저러한 사실이 있었어. 너희는 몰랐지? 이런 느낌으로 끝나는 게 대부분이라 이야기가 반복 될수록 약간 질리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라엠 후를 읽으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이야기의 묘사력입니다. 이는 위에서 말한 이야기의 처음과 끝만 있는 에피소드와도 관련이 되는데. 작가가 세계관을 이야기를 통해 묘사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짧은 분량의 에피소드 탓에 충분히 표현되지가 않습니다. 라엠 후라는 도시는 정말로 매력적인 도시고 여기서 살고 있는 주인공들의 생활도 인상적입니다만, 이런 것들이 충분히 묘사되지 않습니다. 이야기를 더 정밀하고, 폭넓게 전개했으면 지금보다 더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정리합니다.
라엠 후 : 고아들의 도시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나 전체적으로 균형이 어긋나 있는 소설입니다. 이야기의 플롯이 엉성하고 기승전결 구성도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아서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그렇지 않은 에피소드의 차이가 너무 큽니다. 글을 완성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글을 쓰는 것도 중요합니다. 특히 인터넷 연재의 특성 상. 한 번 업로드 하면 이야기를 다시 쓰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업로드를 하기 전 쓸 수 있는 최고의 원고를 써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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