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글에 대한 비평을 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영혼유희를 단순히 설정으로만 사용하면 안되죠. 결국 통일된 무언가 없이 이야기를 길게 끌고 가면 독자들이 지치게 마련입니다. 한 5권정도라면 모를까 성장도 어느정도 끝나고 먼치킨화 된 시점까지 따로 놀면 볼 재미가 없어지죠. 이미 저정도로 성장을 했으면 어디가 자신의 주체인지 결정하고 더 이상 유희가 필요없어질 정도로 보이죠. 그렇다면 영혼유희 이상의 소설전체를 관통하는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걸 전혀 찾아볼수가 없죠. 이걸 말하고 싶은거에요. 그냥 무의미한 반복은 독자를 지치게 한다는 거죠. 마지 조XX동네의 대XX의 글 처럼요
제가 하는게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시는 거 같아 예를 들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우선 대부분 소설의 큰 주제이자 전체적인 흐름을 A, 이 A라는 큰 흐름 안에서 주인공들이 겪는 사건들, 때로는 짧기도 하고 때로는 길기도 한 이 a, b, c 등의 사건을 스토리 아크라고 칭하겠습니다.
이든과 같이 서로 다른 세계를 오가며 벌어지는 작품은
한 쪽 세계에서 a->b->c 라는 스토리 아크가 진행될 때
다른 세계에서는 a" -> b"->c" 이라는 스토리 아크가 진행되면서,
이 두 세계의 스토리가 적절하게 교차 편집되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소설들은 보통 한 쪽 세계에서 a 스토리 아크를 마무리 짓고 바로 b 스토리 아크로 연계되거나, a 스토리 아크를 끝낸 후 다른 세계로 넘어와 a" 스토리 아크를 진행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물론 간혹 a 스토리 아크를 진행하다 말고 다른 세계로 넘어와 a" 다른 스토리 아크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는 a와 a", 이 두 개의 스토리 아크가 상호보완을 하면서 a를 진행하는데 a"가 도움이 되고, a"를 진행하는데 a가 도움이 되는 방식을 취하죠.
그런데 이든은 이런 일반적인 공식을 완전히 벗어나 있습니다.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A라는 큰 흐름도 보이지 않을 뿐더러, a와 a"이라는 서로 다른 세계의 스토리 아크들이 완전히 따로 놀고 있더군요.
단적인 예로 최근 몇 권을 살펴볼까요?
판타지 세계에서 부하들을 이끌고 모험이랄지 전쟁이랄지 하여튼 어떤 스토리 아크를 진행하던 중에 위기에 처한 챕터가 있습니다.
보통 다른 소설들에서라면 이 다음 챕터에서 주인공의 기지나 동료들과의 협력을 통해 이 위기를 해결하고 안전을 확보한 후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주인공이 다른 세계로 넘어갑니다.
아니면 당장은 그 상황과 상관 없어 보이는 인물들과 사건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그 사건과 상당히 깊은 연관을 지닌 또 다른 스토리 아크를 슬쩍 보인 후, 다시 주인공의 시점으로 돌아와 조금 전의 다른 스토리 아크와 이 스토리 아크를 연결해서 사건을 해결하죠.
그런데 이든은 어떤가요? 위기에 처한 주인공이 어떻게 일을 해결하나 보기 위해 다음 챕터를 펼쳤는데 어떤 말도 없이 갑자기 다른 세계로 넘어와 있고, 심지어 이전 챕터에서의 일은 아예 안중에도 없고 지금 있는 세계에서 새로운 일을 벌이는데만 정신이 팔려 있습니다.
그렇게 현재 세계에서 뭔가 일을 벌이고 주변 사람들에게 떠넘기는 상황까지 보고 다음 챕터로 넘어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이전의 세계, 즉 위기에 처한 상황으로 돌아와 위기를 벗어나는데 몰두하죠.
두 세계를 넘나든다면 적어도 넘나드는 과정이라도 나와야 하는데 이든은 지금까지 한 번도 그 과정을 보여준 적이 없습니다.
챕터가 변할 때마다 뜬금없이 현실에 있다 판타지에 있다 하기를 반복하는, 그래서 어느 쪽 하나 스토리가 진득하니 진행되는게 없이 자꾸만 끊기고 주인공이 무엇을 추구하는지조차 파악할 수 없는 방식을, 23권이나 되는 스토리 내내 고수하고 있으니 독자들이 떨어져 나가죠.
저 뿐만 아니라 이든을 보다 떨어져 나간 사람들 다수가 이처럼 산만하기 그지없는 전개 방식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렇게 두 세계를 오가며 영혼 유희를 통해 영혼력을 키워 뭐 할거냐? 이게 드러나지 않아요.
당연히 소설이 진행되는 방식 자체가 납득이 안가다 못해 불쏘시개로 취급해버릴 정도가 되는 거죠, 독자 입장에서는.
같은 책을 읽으면서도 재미를 느끼는 부분은 역시 사람마다 다르네요.
개인적으로는 저 산만한 전개 방식이 딱히 나쁘다고는 여겨지지 않습니다. 현실과 판타지를 왔다갔다 하는 설정을 통해서 현실의 주인공이 성장하고 판타지의 주인공도 성장하죠.
아무 바탕이 없는 주인공이 힘을 얻기 위해서 판타지가 필요하고 판타지의 주인공이 어려움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현실 주인공의 경험과 현대의 가치관이 큰 동기부여는 하는 모습입니다.
저는 이런 저런 과정에서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되어 성장하는 것에서 재미를 느낍니다.
챕터가 바로 바로 바뀌는 것은 초반에 설명이 나옵니다. 주인공이 판타지로 넘어가면, 팔찌 속의 반정령이 주인공의 성향을 그대로 반영해서 아바타가 행동한다고요.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지요. 이렇게 되면, 사실상 한 영혼이 두 개의 세상에서 개별적으로 움직이지만 시차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잠깐만~" 하면서 저리로 넘어가서 "갔다왔어."가 될 필요가 없지요. 설정상으로는 분명히 시점만 왔다갔다 해도 문제는 없는 겁니다.
이걸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댓글을 남긴거예요.
이런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큰 실수 하나와, 작은 실수 하나를 해버린 마법사가 필요했던 겁니다.
전에 민주주의 전파 땜에 시끄러웠던 것에 비해서는 좀 나은 비평인건가요?
하룬에 비해서 인기를 못 얻는 것 같아서 조기종결 될까봐 불안한 것만 빼면, 내용은 참 재밌는 것 같은데요.
서로의 성장에 도움을 준다는 것을 빼면 사실상 그저 두가지 이야기가 나란히 진행되는 것이 작가님의 초기 의도가 아닐까하는데, 그건 문제가 될게 아닌 것 같은데요?
하룬때 배경과 설정이 흥미를 많이 끌어서 히트를 했죠. 저도 재밌게 보았습니다.
보면서 거슬리는 점이 많았지만, 그 이상의 재미를 주었기에 참고 볼수 있었습니다.
이든도 소재가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님이 작품 소재를 잘 고르시는 감각이 있는 분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 소재로 끌수 있는 만큼이 이미 다 끌어왔다고 생각합니다.
평범한 소재로 재미를 끌어내는 필력이 작가분에게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여태의 작품은 그런 면이 잘 보이지 않았거든요.
다른 흥미있는 주제를 찾아 새로운 소설을 쓰시던가, 아니면, 자신의 글을 좀 더 연마하실 각오를 하시는 게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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