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글에 대한 비평을 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장르소설이 풍사전기이고, 천의무봉을 거쳐 천라신조도 사서 모으고 있습니다.
풍사전기는 몇번이고 다시 읽어도, 뻔히 결말을 알고 있음에도 언제나 긴장이되고 흐뭇하고 슬프고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었고,
천의무봉은 마지막권의 정말이지 많디 많은 오타들 때문에 다시 꺼내 읽기 두려운 소설이네요.
천라신조는 천의무봉보다는 매끄럽고, 오타도 없지는 않지만 줄어들었고 재미면에서는 뭐, 태규님 작품이니만큼 재미가 없지는 않습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한번 읽고나면 다시 읽기엔 내키지가 않더군요. 재미가 없어서가 아니라, 뭐랄까요. 집중이 잘 안되고, 마음이 잘 와닿지가 않아요.
이화영과의 사랑이야기도 와닿는 면도 있지만, 이미 이화영과의 사랑이야기는 1-2권에서 그 정당성을 부여해놓았기 때문에, 후반부에 이른 지금에서는 최근에 더 많이 언급되고 있는 백설영과의 이야기가 더 재미있어보이고,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입니다)
싸움에 있어서도 긴장감이 이상하게 별로 안 느껴집니다. 주인공의 성장이 자연스럽지 않고 누군가가 만들어주는대로 따라가는 듯한 살짝 인위적으로 느껴진다랄까요. 그러다보니 이쯤으면 한번쯤 성장하겠구나... 그런 예상이 가능해요.
되려, 주인공이 아닌, 조연들. 특히 묵생을 비롯한 칠생의 얘기들이 훨씬 더 재미있고, 책 중에 간간히 풀어놓는 과거 이야기들이 장전비의 성장보다 더 흥미로워요.
제게 지금껏 9권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라면, 다른 역경을 이겨내는 장면도 아니고, 이화영과의 애틋한 만남도 아니네요. 설생이던가요. 맹약을 어기고 놀러왔다가 도와주는 장면. 그 부분밖에 기억에 없네요.
아마, 다음권에서 등장할 칠생과의 만남도 기대되면서도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 이대로라면 나머지 칠생의 압도적인 포스에 주인공은 묻힐 수밖에 없어보이거든요.
그런데, 그럼으로 인해서 칠생이 전면에 등장할 10권이 더욱 기대되는 것도 없지않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풍사전기에서 느꼈던 세밀함과 오밀조밀함, 몇권전에 언급했던 복선들을 짜맞추는 재미, 바로 다음 장을 넘기면서도 긴장을 느낄 수 있었던 그런 재미. 모든 조연들이 제 자리에서 굳건히 자기의 역할을 지키는 그런 재미. 천라신조에서는 아직 솔직히 못 느끼겠습니다.
8,9권 와서는 이전까지의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가장 불만입니다. 그 외에도 7권 이후부터 이야기가 좀 허술한 느낌 글의 밀도가 좀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만 역시나 가장 큰 문제로 생각하는 부분은 무공과 관련된 부분이네요.
비록 주인공의 무공은 엄청난 기연의 중첩에 의한 것이지만 주인공이 성장하는 과정의 처절함과 의지견정한 모습같은 부분이 독자에게 묘한 당위성과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줬다고 봅니다만 7권 이후로 이런 부분이 점점 엉성해지네요. 마치 그렇고 그런 소설에 흔히 나오는 석양을 보고 가부좌를 튼 순간 갑자기 깨달음이 와서 성장한다 같은 황당한 성장방식같이 말이죠...부디 마무리에서 최근의 하향세를 반전시켜 독자를 몰입시키는 멋진 전개를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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